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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9.02 11:14:58
  • 최종수정2015.09.03 14:51:28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용담동 닭도리탕 전문점 '연안닭도리탕'을 운영 중인 부자 이건훈·이일규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25. 청주 용담동 '연안닭도리탕' 이건훈·이일규 대표

청주 용담동에 위치한 '연안닭도리탕'을 운영하고 있는 이건훈 대표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둘째 아들 이일규 대표가 가게 안에서 나란히 웃음짓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아들) 요리연구가 임지호 선생님 밑에서 일을 했어요. 즐거운 나날들의 연속이었죠. 그러다 휴일에 내려와 아버지를 뵈니 많이 수척해진 거예요. 형에게 이유를 물으니 아버지 가게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하던 일을 정리하고 청주에 내려왔어요. 20여년 간 아버지가 해온 일을 지키고 싶었거든요. 어릴 적 추억의 음식도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았고.”

“(아버지)20여 년간 닭 장사만 했어. 닭죽, 초계탕 같은 거 말이야. 내가 닭띠거든. 닭띤데 닭을 이렇게 많이 해쳤어. 나중에 죽으면 닭한테 엄청 쪼일 거 같아. (웃음)”

청주 용담동에 위치한 '연안닭도리탕'을 운영 중인 이건훈 대표.

“(아들) 아버지 역시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경험치가 있으셨죠. 처음엔 의견 차이가 컸어요. 하지만 아버진 절 믿어주셨어요. 그래서 레시피와 운영 방식 모두를 바꿀 수 있었고요. 다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절대 실망하지 말라며 격려를 덧붙이셨어요. 가게는 뒷전으로 한 채 무엇보다 아들의 맘이 다칠까 봐 걱정하는 아버지의 말.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그렇게 가게를 바꾸고 얼마 지나지 않아 SNS를 통해 유명해지기 시작했어요. 젊은 제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새로운 영역이 확장된 거죠. 물론 운이 따라줬지만요.”

“(아버지)내 친구들이 오면 항상 맛있다고 난리여. 근데 난 솔직히 잘 모르겄어. 젊은이부터 내 또래까지 죄다 좋아하고 맨 날 찾아오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거지 뭐.”

“(아들)엄청난 효자는 아니지만, 부모님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아들바보 엄마는 물론 무뚝뚝한 아버지까지 절 사랑한다는 사실을 이미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표현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오래전부터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전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아버지)아들만 둘이지만 딸이 부러웠던 적이 없어. 어려서부터 아내가 교육을 잘 해서 그런지 퇴근하면 아들들이 살포시 안겨서 사랑한다고 하고. 딸 부럽지 않은 아들들이야.”

“(아들)제가 어릴 적부터 집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부모님이 대견해 하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중학교 때 한식 자격증을 따게 됐고 부산에 있는 조리고등학교로 유학까지 떠날 수 있었죠.”

“(아버지)고등학교를 부산으로 보내면서 이 녀석이 날 도울 거라는 걸 알았지. 20년 넘게 장사를 해보니까 이 일도 괜찮다 싶었거든. 부모가 자식 잘되길 바라는 건 당연한 거잖아. 아들은 몰랐을지 몰라도 난 처음부터 여기에 데리고 오려고 했어. 내 나이가 예순인데 물려줘야 하잖아.”

청주 용담동에 위치한 '연안닭도리탕'을 운영 중인 둘째아들 이일규 대표.

“(아들) 직장에서 요리할 땐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지금은 오로지 가족을 위해 일하니까 이유 있는 책임감이 생겨났죠. 저 혼자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한 번씩 부모님에게 걸러지니까 새로운 시도에 대한 완충 작용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타협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이를테면 전 떡갈비 메뉴를 꼭 야외에서 숯불로 굽고 싶었어요. 아버지는 경험상 안 되는 일이라고 반대하셨지만 고집을 부렸죠. 해보니까 주방 여건상 어렵더라고요. 자존심 때문에 한동안 숯불 장비를 가게 앞에 그대로 뒀지만 아버지와 크게 다투곤 가게 뒤로 치워버렸어요. 물론 다시 기회가 되면 앞으로 또 가져올 거예요.”

“(아버지) 실패도 해봐야지 아는 거지 뭐. 젊은 사람들은 정보가 빨라서 재기발랄함은 있지만 경험은 부족하잖아. 그렇다고 내 경험을 강요할 수는 없어. 내가 한 경험을 말해줄 수는 있어도 말이야. 본인이 해보고 왜 실패하는가를 파악해야 경험으로 남는 거지. 성공하면 더 좋은 거고.”

“(아들)3년 정도 사귄 여자친구가 제주도에서 일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밖에 못 만나지만 현재 상황을 이해해 주는 착한 여자예요. 청주공항과 친할 수 있게 만든 여자이기도 하고요. 부모님께 인사도 여러 번 시켜드렸어요. 그런데 아직 별말씀이 없으시네요.”

“(아버지)내가 데리고 살 거면 평가도 하고 뭐라고 얘기하겠지만, 내가 살 것도 아닌데 뭐. 지 알아서 하는 거지. 내가 옛날에 집사람을 처음 집에 데려갔을 때 우리 어머니도 아무 말씀 안 하시더라고. 다 그런 거지 뭐.”

“(아들)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죠. 그래도 반쯤 음식이 남아 포장해드린다 하면 매몰차게 ‘됐어요’ 하시는 손님이 있어요. 그 경우엔 좀 상처를 받아요. 굳이 블로그에 찾아와 악플을 남기는 분들도 계시죠. 그땐 악플로 고통받는 연예인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돼요.(한숨) 그래도 누가 먹어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천 명, 만 명이 먹어도 단 한 명도 맛없다고 하지 않는 음식. 엄마가 끓여주시는 김치찌개 같은.”

“(아버지) 내 아들이지만 그래도 젊은 놈이 대견해. 온종일 햇볕 한번 못 보고 주방에 콕 박혀서 일하는데... 안쓰럽기도 하지... 뭐 이놈한테 얘기는 안 했지만 내 친구들이 오면 그렇게 부러워들 해. 요즘 자식들이 부모랑 이렇게 일하는 게 흔한 일인가? (웃음) 아주 고마워. 참 고마워.”

/김지훈·김희란기자
이 기획물은 업체의 소통과 소셜 브랜딩을 위해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충북일보 페이지(https://www.facebook.com/inews365)에서 영작과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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