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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1.28 11:00:00
  • 최종수정2015.11.26 16:12:25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율량동 일본식 라멘 전문점 '심야식당'을 운영 중인 박종태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75. 청주 율량동 '심야식당' 박종태 대표

청주 율량동에 위치한 일본식 라멘 전문점 '심야식당'을 운영 중인 박종태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입대 전까지 기획사에 있었어요. 가수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군대에서 맘을 고쳐먹었어요. 불명확한 미래가 더는 매력적이지 않았거든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져 가는 자신감이 진짜 이유였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제대 후 제 마음이 원하는 일본으로 떠났어요. 막연했지만 그 막막함을 극복하면 뭔가 괜찮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2년을 일본에서 보내고 한국에 다시 돌아왔어요. 크게 달라진 거 없이.”

“부모님은 모두 진천 출신이세요. 전 일본에서 태어났고요. 아버지가 일본에서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셨거든요. 다섯 살쯤 엄마와 한국으로 건너와 지금껏 청주에서 살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까진 집이 참 잘살았던 거 같아요. 20여 년 전 50평이 넘는 아파트에 살면서 사립초등학교를 다녔으니까요. 뭘 하든 돈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저 당연한 환경이라 여길 뿐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도 몰랐고요. 그러다 집안이 한순간에 넘어졌어요. 평범하게 생각하며 누렸던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졌죠. 그동안 돈보다 소중하게 여긴 가치들이 돈으로 다 변하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돈이 있어야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다는 걸요. 그때였어요. 돈에 대한 강한 집착이 생기기 시작한 시기가.”

청주 율량동에 위치한 일본식 라멘 전문점 '심야식당'을 운영 중인 박종태 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핸드폰 가게에서 일을 했어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았거든요. 그러다 친구가 홍대의 라멘트럭 사진을 보내더군요. 일본에서 배운 라멘 기술을 그냥 버려둘 참이냐면서. 뒷통수를 맞은 거 같았어요.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일을 정리하고 바로 트럭을 사 라멘트럭 포차를 시작하게 됐죠. 그게 이곳까지 이어진 거고요.”

“컵라면도 끓여본 적 없는 상남자였어요. 일본에서 라멘을 배우기 전까지는. (웃음) 제대 후 일본에서 생활을 위해 배운 일인데 의외의 재능을 발견해 스스로에게 대견해 했죠. 최근엔 아버지 도움으로 일본에 다시 가서 정식으로 우동을 배우기도 했고요. 문제는 제가 요리를 시작하면서부터 어머니가 밥을 잘 안 해주신다는 거.”

“트럭에서 장사할 땐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궂은 날씨, 술 취한 손님들의 강짜. 정말 일일이 얘기할 수 없을 정도죠. 하지만 그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포장마차 환경 때문에 설거지를 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아, 그보다 더 괴롭던 건 구청 직원이 제 트럭에 붙이는 단속 스티커. 어찌나 스티커가 안 떨어지던지. 스티커 떼어내는 게 싫어 이 가겔 차렸다고 봐도 무방해요. 아직도 아찔하네요. 퇴근 시간이 넘어도 성실하게 스티커를 붙여대는 공무원들의 근면함. 그땐 정말 얄미웠어요.”

“포기가 빠른 편이에요. 초등학교까진 피아노를 쳤지만, 중학교 땐 축구선수 생활을 했죠. 고등학교 들어서는 그렇게 좋아하던 축구마저 그만뒀고요. 어머니 반대가 심했어요. 제가 축구를 계속하면 깡패가 될 거라 확신하셨거든요. 그런 어머닐 무턱대고 거스를 수 없었어요. 저와 어머니 사이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각별함이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빠른 포기가 여기까지 이어진 거 같아요. 어쩌면 빠른 포기가 선택의 또 다른 이름 같기도 하고. (웃음)”

청주 율량동에 위치한 일본식 라멘 전문점 '심야식당'을 운영 중인 박종태 대표가 자신의 가게 주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처음 이 가겔 열었을 때 환희를 잊을 수 없어요. 트럭하고는 비교가 안 됐죠. 일단 날씨에도 꿋꿋한 내 일터가 생긴 거잖아요. 그렇게 감격에 빠져있을 무렵 친구들이 들이닥쳤어요. 몇 가지 요리를 내어주고 주방 일을 했죠. 그런데 갑자기 홀에서 곡소리가 나더라고요. 나가보니 친구들이 목을 놓아 우는 거였어요. ‘길바닥에서 일하던 네가 …’ 라면서. 여러 명이 단체로 울어 재끼는데 정말 그 창피함이란. (울먹) 도저히 그 광경을 눈 뜨고 볼 수 없어 가게 밖으로 뛰쳐나갔어요. 그 상황에서 다른 손님 볼 낯이 없었으니까요. 애써 모르는 척했죠.”

“아버지와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긴데도 난 너무나 아버지 아들이란 생각이 들어요. 음악을 좋아하고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것도 아버지와 저의 공통점이겠죠. 얼굴이 닮은 건 기본이고, 표정과 걸음걸이까지 모두를 빼다 박았거든요. 아무리 오랜만에 아버질 만나 어색하더라도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미래의 제 모습이 그려져요. 어색에서 상상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흐름이랄까요? 아버질 만나면 나도 모르게 항상 그렇게 돼요.”

“가게를 차리고 손님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긴 ‘원하는 걸 말하면 되나요?’였어요. 가게 이름 때문이죠. 심야식당이란 드라마를 보면 식당 마스터가 그때그때 손님들이 원하는 메뉴를 만들어주잖아요.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면서요. 저도 그 마스터 같은 느낌으로 가겔 운영하고 싶었어요. 제가 말을 잘 못 하는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 손님과의 대화는 마뜩잖아요. 게다가 혼자 요리를 하다 보니 주방에선 계속 정신이 없거든요. 그래서 주방 커튼을 좀 더 내리는 걸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어요. 너무 바쁠 때 다찌에 앉은 손님이 말을 걸면 정말 겁이 나거든요.”

/김지훈·김희란기자
이 기획물은 업체의 소통과 소셜 브랜딩을 위해 매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충북일보 페이지(https://www.facebook.com/inews365)에서 영작과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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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