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6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5.10.30 11:11:08
  • 최종수정2015.10.30 11:11:08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사창동에 위치한 로큰롤 라운지바 '사운드가든'을 운영 중인 지성태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59. 청주 사창동 '사운드가든' 지성태 대표

청주 사창동에 위치한 라운지바 '사운드가든'을 운영 중인 지성태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아버지가 뽕짝을 좋아하셨어요. 해방 전후 트로트를 들으며 자랐죠. 그런 노랠 가만히 듣고 있으면 애수나 한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음악의 길로 향할 수 있었죠. 고등학교 때는 듀스에 빠져댄스팀으로 활동했었고요. 그러다 형제처럼 지낸 사촌이 사망하면서 본격적으로 하드락에 몰두했어요. 무엇으로도 위로되지 않을 때 내 숨통을 트여준 게 바로 그 녀석이었으니까요."

"서울에서 음악 활동을 했지만 견디지 못했어요. 소속사는 자꾸 날 길들이려 했거든요. 결국 모든 걸 접고 청주 친누나 집으로 향했어요. 몇 달간 방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죠. 망가진 내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었거든요. 그러다 무작정 제주도로 향했어요. 바다가 참 좋더라고요. 그런데 그 바다도 6개월을 보고 있자니 지겨워지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어떤 상처라도 결국엔 시간이 치유해 준다는 걸. 다시 청주로 올라왔어요. 긴 세월을 돌고 돌아 이곳까지 오게 된 거죠. 또 다른 방법으로 날갯짓할 수 있는 공간을."

청주 사창동에 위치한 라운지바 '사운드가든'을 운영 중인 지성태 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아버지는 해병대 복싱조교 출신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셨죠. 막내아들 잘못 키우면 버릇 나빠진다며 얼마나 엄했는지 몰라요. 제가 락에 빠지면서 아버지의 근심은 더욱 깊어졌어요. 고향 집 괴산에 내려갈 때면 가위를 들고 뛰쳐나오셨죠. 꽁지머릴 잘라버리겠다며… 몇 번이나 신작로에서 추격전을 벌였는지 몰라요. 군 복무 시절엔 빨갱이 음악하는 아들놈 정신 차리게 해 달라며 대대장에게 특별 당부까지 하셨고요. 가수로 데뷔해 TV 출연을 해도 인정해 주시지 않았어요. 그저 평범한 아들로 살아가길 원하셨으니까요. 그런 아버지가 지난해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임종도 보지 못했죠. 아들놈이 걱정이라도 할까 봐 투병 사실을 숨겼으니까요. 전 확실하게 자리 잡기까지 가게 얘길 하지 않았고요. 그런 것들이 한이 되더라고요. 지금도 계속 아프고… 앞으로도 아플 것 같아요. 이제야 아버지를 좀 이해할 수 있는데… 우린 그렇게 끝까지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어요. 평행선을 달린 거죠."

"수암골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어요. 여기야말로 '락앤롤(rock 'n roll)'이다 싶었죠. 지인들이 청주에 오면 무조건 데리고 갔어요. 골목마다 깃든 소소함들이 무척 자랑스러웠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하나둘씩 들어서더라고요. 끔찍했어요. 잘 그려놓은 그림에 새빨간 페인트를 확 끼얹어 버린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청주 사창동에 위치한 라운지바 '사운드가든'을 운영 중인 지성태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버스킹에 나서는 친구들이 부쩍 늘었어요. 유트브처럼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으니까요. 한편으론 너무 유행에 편승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해요. 이 곳 저 곳에서 ‘위잉위잉’이 들려오고 여기서 ‘벚꽃엔딩’ 부르면 저기도 ‘벚꽃엔딩’이고. 그렇게 찍어내려면 굳이 버스킹에 나설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하거든요. ‘버스킹용 앰프’라는 물건까지 양산되는 걸 보고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돈이 될 것 같으면 뭐든지 획일화 시켜 트렌드로 만들어버리는 우리나라 마켓팅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런 일들이 가장 창조적이어야 할 이 영역에서 일어난다는 게 자존심도 상하고요.”

"올해 마흔인데도 가장 많이 듣는 얘긴 '정신 못 차렸다'예요. 전 정말 행복한데… 그거면 된 거 같은데… 여전히 세상은 순간을 만끽하는 걸 쾌락으로만 여기니까요. 그러면서도 창의력을 강조하고. 아주 역설적이죠."

청주 사창동에 위치한 라운지바 '사운드가든'을 운영 중인 지성태 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대 거리가 더욱 젊은 활력으로 넘쳐났으면 좋겠어요. 대학가잖아요. 작더라도 상인들이 특색 있는 장소로 키우고, 또 그런 공간이 청춘으로 표현되길 바라는 거죠. 젊을 땐 술 먹고 싸우면서 흐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 마음에 굳은 심지만 있다면,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제 위치를 찾을 수 있거든요. 다만 그 멋진 시절에 음악이나 미술 혹은 연극 같은 문화 요소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들이 나중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김지훈·김희란기자
이 기획물은 업체의 소통과 소셜 브랜딩을 위해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충북일보 페이지(https://www.facebook.com/inews365)에서 영작과 함께 포스팅됩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이 기사 주변 소식 더 자세히 보기
현재위치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