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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1.02 10:30:57
  • 최종수정2016.01.02 10:30:57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주성동에 위치한 초콜릿&여성복 전문점 '옷장속초콜릿'를 운영 중인 정오성·최윤동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89. 청주 주성동 '옷장속초콜릿' 정오성·최윤동 대표

청주 주성동에 위치한 초콜릿&여성복 전문점 '옷장속초콜릿'을 운영 중인 최윤동 대표가 자신들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최 “부모님 울타리 속에서 곱게 자랐어요. 대학도 부모님이 원하는 곳으로 들어갔고요.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어요. 군대 들어가기 전까지는요. ‘나만 온실 안에 화초처럼 컸구나’란 걸 알아채니 왠지 억울하더라고요. 제대 후 마침 미술학원을 그만 둔 사촌 형이 부산에서 옷장사를 했어요. 형을 돕겠다는 핑계로 형 집에 쉴 새 없이 드나들었죠. 내가 몰랐던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 거죠.”

정 “정읍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했어요. 방과후 수업도 해가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하지만 재미가 오래가지 않더라고요. 곧 무료해졌죠. 과감히 모든 걸 정리하고 부산으로 가서 남자 옷 가겔 시작했어요. 흔한 말로 손님이 메어 터졌어요. 당시 남학생들은 의외로 옷 입는 걸 어려워했거든요. 생각해보면 옷을 팔기 보단 많은 학생들의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몇몇 녀석들은 옷에 맞는 머리까지 만들어 달라며 왁스통까지 들고 올 정도였으니까요.”

최 “사촌형이 갑자기 전라도로 돌아간다고 했어요.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형덕에 맛본 자유를 포기할 순 없었어요. 형을 따라 나섰죠. 예수님을 따라 나선 베드로처럼. (웃음) 형이 옷을 파는 동안 홈카페 자격증과 벨기에 초콜릿을 배웠어요.”

정 “전라도로 돌아가 오픈한 카페 한 구석엔 여성 옷을 들여놨어요. 카페 손님 대부분이 여성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코디를 어려워하는 건 여성분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처음엔 시커먼 남자 주인을 낯설어 하다가다도 몇 번의 코디를 해드리고 나면, 역시나 전속 스타일리스트를 찾듯이 저를 찾아주셨죠.”

청주 주성동에 위치한 초콜릿&여성복 전문점 '옷장속초콜릿'을 운영 중인 최윤동(사진 왼쪽)·정오성 대표가 자신들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 김지훈기자
정 “결국 까페도 무료해졌어요. 이번엔 광주에서 족발집을 하게됐죠. 광주는 프랜차이즈가 성공할 수 없는 도시예요. 그런데 겁도 없이 프랜차이즈 족발집을 열었죠. 처음엔 정말 어려웠어요. 고육지책으로 족발 고기만 남기고 나머진 현지화를 시켰어요. 그때부터 급속도로 매출이 올라갔어요. 이 녀석은 무작정이었어요. 족발을 썰다가도 일이 끝나면 수제 초콜릿을 만들었으니까요. 게다가 족발을 먹고 이를 쑤시는 손님들에게 드립커피를 제공했고요. 그야말로 ‘족발 속의 초콜릿’이었던 거죠.”

최 “족발가게 흥미가 또 다시 떨어질 때 즈음. 마침 가겔 인수하겠다는 분이 나타나서 다음 목적지를 찾아 전국을 유랑했어요. 당시 청주는 율량동의 휑한 모습만 보았기에 뒤도 안돌아보고 다른 곳으로 돌아갔어요. 진주, 구미, 울산, 부산 등 전국을 돌았어요. 그러다 다시 청주에 왔는데 아파트가 들어서고 제법 도시 모양이 나오더라고요.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몇몇 사람들을 만나 보니 경상도 전라도와는 다른 모호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고요. 뭔가 애매하면서도 묘한 지역색에 흥미가 돋더라고요. 뚜렷한 색깔 없는 이 도시에서 우리만의 색깔로 성공해보자는 객기도 조금은 있었고요.”

청주 주성동에 위치한 초콜릿&여성복 전문점 '옷장속초콜릿'을 운영 중인 정오성 대표가 자신들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 김지훈기자
최 “시골에 계신 할머니를 찾아가면 기다렸다는 듯 옷장에서 초콜릿 같은 간식을 꺼내주세요. 이상하게 손주들에게 주는 간식은 옷장에 보관하시더라고요. 귀여운 손주를 위해 할머니가 옷장 속에 아껴놓은 간식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을 손님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정 “가게 문을 닫고 밤 늦게 불 불꺼진 다른 가게 쇼윈도를 들여다보는 게 취미예요. 인테리어는 어떻게 돼있는지, 뭘 파는 가겐지 낮에는 일하느라 둘러볼 수가 없잖아요. 쇼윈도에 이마를 붙이고 핸드폰 후레쉬를 켜 안을 비추는 거죠. 그리고 영양가 없는 토론을 이어가요. 이 가게는 어떤 점이 아쉽다, 인테리어 중인 가게는 뭐가 들어오면 좋겠다 하면서요.”

최 “요즘 들어 의심이 많아졌어요. 예전에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들어오시더니 간판이 예쁘니까 신청서를 쓰라고 하시더라고요. 뭔지도 모르고 덮어놓고 의심했죠. 나쁜 분 같진 않았지만 의도가 의심스러워서 대충 설명을 드리곤 말았어요. 몇 주 후 ‘청주시 아름다운 간판’ 동상에 선정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 아주머니께 죄송하더라고요. 친절하게 설명을 좀 더 잘해드렸으면 더 좋은 상을 받았을 것도 같고. 아쉽더라고요. (웃음)”

/김지훈·김희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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