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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2.19 10:30:35
  • 최종수정2016.02.19 10:30:35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에서는 청주시 산남동에 위치한 맞춤정장 전문점 '앤드류신'을 운영 중인 최윤정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106. 청주 산남동 '앤드류신' 최윤정 대표

청주 산남동에 위치한 맞춤정장 전문점 '앤드류신'을 운영 중인 최윤정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앤드류 신은 평택에 있는 형부 이름이에요. 디자인은 저희가 하고 옷은 형부가 직접 만들어서 가게 이름이 ‘앤드류 신’이죠. 제가 청주에 오기 전 평택에서도 있었는데 청주 고객들과는 많이 달라요. 쉽게 볼 수 없는 색과 패턴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할까요? 주문 받은 수트를 만들면서 ‘이걸 어떻게 걸치나’ 싶은 걱정이 들기도 하죠. 그런데 신기해요. 입은 모습은 너무 잘 어울리거든요. 청주 고객들의 경우는 색상과 패턴 보단 원단 품질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고요.”

“남성 고객들은 대체로 제 조언을 들어주는 편이에요. 이를테면 고객들에게 어울리는 수트의 라인이나 색상, 핏(fit)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타협이 안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건 바로 바지 기장이에요. 몸에 딱 들어맞는 핏인데도 바지 아랫단이 루즈하면 좀 이상하잖아요. 그런데도 구두까지 덮히는 풍성한 기장을 고집하는 거죠. 연세가 많으신 분일수록 더더욱 그래요. 단을 많이 넣어드릴테니 조금만 줄여보자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안하세요. 그래서 속상할 때가 많죠.”

청주 산남동에 위치한 맞춤정장 전문점 '앤드류신'을 운영 중인 최윤정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예쁘면서 편하게 만들어 달라’는 게 가장 곤란한 요구예요. 사실 그런 건 없거든요. 예쁜만큼 덜 편한 게 맞아요. 편한 건 덜 예쁘기 마련이고요. 미적 부분을 위해 단추 모양부터 안감 패턴까지 선택이 가능해요. 또 실용적인 부분을 위해선 생활하면서 생기는 주름까지 예측해서 디자인하는 옷이고요. 그게 바로 맞춤 정장이에요. 그냥 내 몸에 딱 맞는 정장뿐이 아닌 거죠.”

“딱 한 번 부모님께 큰 반항을 했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무렵 그림을 잘 그리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언니들이 쓰던 물감뿐이었죠. 그래서 부모님께 크레파스를 사달라고 졸랐어요. 하지만 장사일로 바쁘신지 제 말을 통 들어주지 않으시더라고요. 억울했죠. 남들처럼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면 정말 잘 그릴 수 있을텐데 그럴 수 없으니까요. 참다 참다 결국 부모님 야채가게로 찾아갔어요. 팔기 위해 쌓아 둔 채소를 다 뒤집어놨죠. 그날 저녁에 부모님이 크레파스를 들고 오셨어요. (웃음) 시골에서 자랐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크레파스를 제외하면.”

“소소한 것까지 선택해주시면 작업하기가 한결 편해요. 제 안목을 믿고 알아서 해달라는 경우도 감사하긴 하지만 종일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손님의 직업과 얼굴을 떠올리며 머리를 쥐어짜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드는 거죠.”

청주 산남동에 위치한 맞춤정장 전문점 '앤드류신'을 운영 중인 최윤정 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언젠가 큰 딸이 온라인 백일장 준비하는 걸 봤어요. 딸이 쓴 백일장을 읽고 몰래 살짝 고쳐 제출했죠. 다음날 딸이 노발대발 했어요. 왜 고쳤냐면서. 자기 이름으로 제출했지만 이젠 내 글이 아니라면서. 그리고 며칠 후 그게 상까지 받은 거예요. 딸 아이가 집에 상장을 들고 왔는데 이름을 고쳐놨더라고요. 본인 이름을 지우고 제 이름을 써 놓은 거죠. 그러곤 퉁명스럽게 말했어요. 엄마 상 받은 거 축하한다고요. (웃음) 저도 고맙다고 덥썩 받았죠 뭐.”

“다른 곳에서 맞춘 옷인데 수선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처음부터 맞추는 것 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지만 간곡히 부탁하셔서 작업을 해드렸어요. 직접 작업하는 형부는 너무 힘들다고 앓는소릴 하셨지만 그래도 처제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셨죠. (웃음) 그래서 가족이랑 일하는 게 참 좋아요.”

“한 고객이 가봉을 위해 재방문을 했는데 눈에 띄게 핼쑥해진 거예요. 당황스러웠죠. 재단한 옷이 행여 맞지 않을까봐서요. 옷을 입혀드렸더니 ‘역시나’였어요. 핀이 끝도 없이 들어가더라고요. 상황이 그쯤 되니 두렵기까지 했어요. 내가 행여 무슨 실수를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속내를 숨기고 용기를 내서 고객에게 물었어요. 대체 살을 얼마나 뺐냐고요. 그분은 일주일에 7kg을 뺐다며 수줍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형부가 고생하셔서 감량된 몸에 맞는 옷을 만들어 내긴 했지만, 그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지금도 식은땀 나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햇살과 물이예요. 어릴 적 시골에서 햇살 좋은 날 도랑에 물이 흐르는 걸 보면 너무 행복했거든요. 맑은 물이 그냥 그대로 흘러가는 게 너무 아까웠어요. 발이라도 담가야 속이 후련했죠. 이 가게도 볕이 잘 들어 너무 좋아요. 해를 따라 제가 앉는 의자를 움직이며 놀기도 하죠. 하지만 빛이 원단에 닿기 전까지예요. 원단은 빛을 받으면 바래니까요.”

/김지훈·김희란기자
이 기획물은 업체의 소통과 소셜 브랜딩을 위해 매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충북일보 페이지(https://www.facebook.com/inews365)에서 영작과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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