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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8.28 10:47:11
  • 최종수정2015.09.03 14:50:05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에 위치한 일식집 '이찌바'를 운영 중인 김태희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23. 청주 산남동 '이찌바' 김태희 대표

청주 산남동에 위치한 일식집 '이찌바'를 운영하고 있는 김태희 대표가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얼마 전만 해도 일식 요리사를 칼잡이라 부르며 무시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자격지심에 혼자 공부를 많이 했어요. 네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을 만큼요. 그런데도 사람들의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한 사람의 노력으론 역부족이었던 거죠. 그러다 요즘 각종 매체에 셰프들이 많이 나오면서 요리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어요. 허무하면서도 흐뭇하기도 한 게 기분이 묘했죠.”

청주 서원구 산남동에 위치한 일식집 '이찌바'를 운영하고 김태희 태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자신의 주방에서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고 있다.

ⓒ 김지훈기자
“이찌바('いちば)는 시장이라는 뜻이에요. 일식집의 깔끔함에 정감 있는 분위기를 더하고 싶었거든요. 직원들에게도 같은 꿈을 함께 이뤄나가는 정감 있는 동료로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업계가 워낙 선후배 위계도 심하고 힘 있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평판이 좌우돼요. 게다가 청주 지역사회가 좁다 보니 소문도 빠르고 그 내용도 와전되기 일쑤고요. 그런 환경에서 일을 배우다 맘고생을 엄청 했었거든요. 후배들한테는 그 어려움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요.”

“조리하는 사람이라도 우리 가게에서는 무조건 손님 접대하는 일부터 시작하게 해요. 직접 손님을 대면하면서 표정도 읽어보고 피드백도 받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게 되거든요. 손님이 원하는 게 뭔지 명확히 알아야 주방에서도 만족스러운 응대를 할 수 있으니까요. 전 제 눈으로 꼼꼼하게 손님들이 음식을 먹는 속도와 표정을 확인해야 마음이 편해요. 그게 바로 이 가게엔 다다미방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최상의 서비스란 고객이 일일이 요청하기 전 요량껏 의중을 알아채 미리 접대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했어요. 부모님과 친형은 언제나 제 단골손님이 돼주었으니까요. 중·고등학교 땐 많은 사람이 제 음식을 먹는 게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샌드위치 50개, 떡볶이 한 솥을 해서 친구들을 먹이기도 했죠. 하지만 그 당시엔 맛보단 예쁜 색감을 내는 데 집중했어요. 보기엔 그럴싸했겠지만 맛은 그냥 그랬을 거예요. 그래도 문제 될 건 없더라고요. 성장기 남학생의 왕성한 식욕 앞에서 미각이란 그저 사치일 뿐이니까요.”

“아내와는 고등학교 시절 의남매로 지냈어요. 졸업 후 멀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관계였죠. 하지만 아내는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 핸드폰도 없던 그 시절 전화번호부를 뒤져 옥산에 사는 모든 김 씨들에게 전화를 걸어 저를 찾아냈거든요. 그 일을 계기로 이른 결혼 생활이 시작됐고요. 어린 나이의 결혼생활은 참 고생스러웠어요. 한겨울 쪽방에서 아이와 함께 양말 몇 개씩을 덧신고 6년간을 버텼거든요. 어느 날은 선배와 다툼으로 몸을 크게 다쳐 모든 걸 포기하려고 했어요. 그 때 아내는 병원으로 찾아와 고가의 칼을 손에 쥐여 주면서 ‘당신은 주방일이 가장 어울린다’고 용기를 북돋워 줬죠. 생각해보면 그 순간만큼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뜨겁게 느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어려울 때 잔소리 대신 묵묵하게 곁을 지켜준 아내가 늘 고마워요. 그래도 부부 사이란 게 한결같을 순 없잖아요. 가끔은 미울 때도 있죠. 그럴 때마다 가족 모두 자고 있을 때 조용히 앨범을 꺼내 들어요. 연애 때 같이 찍은 사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거죠. 그럼 미워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져요. 부끄러움과 미안함만 남게 돼요. 과거가 현재를 회복시키는 거죠.”

“제일 좋아하는 요리는 스시예요. 몇 날 며칠을 기다려 한 피스를 먹었을 때 기다림의 시간이 목을 타고 녹아 내려가는 게 진짜 스시의 맛이거든요. 먹는 순간뿐만 아니라 만드는 순간에도 가장 커다란 행복감을 주는 음식이 스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인들만이 진정한 스시의 맛을 낼 수 있는 거죠.”

/김지훈·김희란기자
이 기획물은 업체의 소통과 소셜 브랜딩을 위해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충북일보 페이지(https://www.facebook.com/inews365)에서 영작과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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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