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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6.19 17:34:50
  • 최종수정2018.06.19 18:16:06

최종웅

소설가

지방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 결과를 믿지 못하겠는 사람이 많다. 특히 노년층은 자식 농사를 잘못 지은 탓이라고 자책하는 사람도 적잖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유신시대 온갖 감시를 받으면서 실시한 선거도 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문 대통령이 남북, 영호남, 보혁 등 대결구도를 완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문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남북관계는 최악이었다.

남북관계만 얼어붙은 게 아니라 미국은 연일 북핵을 정밀타격하겠다는 말을 했다. 실제로 핵폭탄을 쏟아 부을 것처럼 전략폭격기가 비무장지대를 근접 비행하기도 했다. 동계올림픽이 무산되는 게 아닌가 걱정할 정도였다.

그로부터 겨우 일 년이 지났을 뿐인데 한반도엔 봄이 무르익고 있다. 남북정상이 DMZ를 넘나들며 회담할 뿐만 아니라 70년간 적대관계를 유지하던 미‧북 정상도 비핵화를 다짐하며 산책할 정도다.

특히 6,13 지방선거는 국민이 합세한 혁명이라고 할 만큼 여당이 압승했다. 박정희의 고향인 구미에서 민주당 시장이 당선되었다는 것은 평양에서 한국당 시장이 당선된 것만큼 놀라운 일이다.

대체 그 원인이 무엇일까· 문 대통령의 신지역주의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출생지는 경남 거제이지만 고향은 북한이다. 유엔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해 통일을 앞두고 있을 때 중공군이 쳐내려왔다.

당황한 미군이 흥남부두에서 철수를 시작할 때 그 배를 얻어 타고 월남한 사람들이 피란민이다. 그 대열에 문 대통령의 부모도 끼어있었고, 경남 거제에 터를 잡고 살면서 문 대통령을 낳았다.

피난살이 설움을 겪으면서 고향 얘기를 수없이 했을 것이다. 귀가 따갑도록 고향 얘기를 들으면서 성장한 문 대통령의 머리에는 통일이라는 꿈이 각인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성장해 대통령까지 되었지만 통일은 고사하고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막아내는 것도 힘겨웠다.

단 1년 동안에 문 대통령은 누구도 할 수 없는 큰일을 해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남북관계의 변화가 6,13선거에서 압승한 원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박정희의 고향이며 보수의 성지인 TK에서까지 민주당이 승리한 것을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그 비밀도 문 대통령의 지역주의 완화에서 찾을 수 있다. 박정희나 김대중 시대에 영남하면 경상남북도를 총괄하는 호칭이었다. 누구도 그 응집력을 깰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 결속력도 깨지고 말았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 민주당 단체장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을 외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동향의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무 연고도 없는 호남을 석권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치적인 고향이란 동지애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호남은 권위주의 정권 30년 동안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민주화 운동을 벌였던 면도 있다.

박정희가 주창하는 반북정책에 저항하는 활동을 하다가 보니 자연 진보성향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대학시절부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문 대통령이 호남 출신 유력인사들과 정치적인 동지관계를 형성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다.

그래서 호남은 경상도 출신 문재인을 외지 사람이라고 배척하지 않고 보듬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답이 보이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서울이나 충청, 강원도는 왜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그것은 대안이 없다는 막막함 때문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약자를 도우려는 정의감이라도 강하지만 한국당은 그것마저도 없다고 실망했던 것이다. 이런 한국당을 찍느니 차라리 민주당을 지지하자는 마음이 모여서 민심이 되었고, 그 민심이 마침내 세상을 뒤엎은 게 아닐까·

문제는 이것은 제 1막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제 2막은 김정은이 문재인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비핵화 약속을 어떻게 지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2년 후 총선 민심은 어떤 선택을 할지 자못 궁금한 것은 나라의 운명이 달려있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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