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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집회 오합지졸인가, 태풍의 눈인가

최종웅의 세상타령

  • 웹출고시간2019.03.12 16:48:29
  • 최종수정2019.03.12 17:33:48

최종웅

소설가

남평양에 구름 한 점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기상 전문가들은 그 한 점의 구름을 관찰하며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분석하게 된다. 만약 한반도 주변의 수온이 높고 수증기가 많다면 태풍으로 성장해서 한반도를 강타할 것이란 예고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노인들이 모여 태극기를 앞세우고 탄핵무효를 외칠 때만 해도 태극기 집회는 오합지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오합지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세력이 많이 커졌기 때문이다. 세력만 커진 게 아니라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상당 부분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이 뿐만도 아니다. 나도 한 번 참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며칠 전 태극기 집회에 갔었는데 그 위세가 대단하더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따뜻한 봄도 왔으니 서울 구경삼아 한 번 가 보자"고 권유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변화 때문인지 지난 삼일절과 주말 집회에는 수만 인파가 모였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한동안 기존 언론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함으로써 집회상황을 알 수 없었다.요즘은 언론도 그 규모에 놀라는 기사를 보도하고, 유튜브를 통해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뭔가 이상 신호를 발견해야 한다. 기상 전문가라면 이게 태풍으로 성장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만할 시기다.

만약 태풍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행로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도 예측해야 한다. 북상하다가 중국으로 상륙하면 다행이지만 일본을 거쳐 한반도로 올라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한반도를 관통한다면 정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정변은 대부분 민초들의 대규모 집회로부터 시작됐다.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4·19 의거였고, 박정희 군사정권을 종식시킨 것도 실은 부마사태였다. 전두환 정권을 타도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광주항쟁이었다. 박근혜 정권을 탄핵한 원동력도 촛불집회였다. 오합지졸로 끝날 것으로 여겼던 태극기 집회가 수만 군중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로 변했다면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하고 대비하는 게 상식이다.

우선 태극기 집회를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의를 수렴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다. 민생경제가 살아나고 대북정책도 성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는 것이 미친 짓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태극기 집회가 정권에 위협을 줄 만큼 대규모 집회로 변하는 것은 문제인 정부가 민의를 무시하고 실정을 거듭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만약 김정은이 비핵화를 끝까지 거부하고 남북관계가 파탄 난다면 태극기 집회는 엄청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가 불안한 데다 민생까지 도탄에 빠진다면 태극기 집회는 더 이상 오합지졸이 아닐 것이다. 엄청난 비바람을 몰고 한반도를 향해 달려오는 태풍의 눈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미국과의 동맹관계까지 파탄 나고 주한미군도 철수한다면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게 된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4·19 의거나 광주민주항쟁, 부마사태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일개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의 생존 문제이고, 동북아 판도 변화의 시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태극기 집회가 태풍의 눈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무엇보다 모처럼 조성된 남북 화해분위기가 긴장상태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민생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을 만큼 핍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역사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국정의 기조를 바꾸는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대북 문제를 민생이나 안보 다음으로 돌리는 것이다. 시장경제·한미동맹 등 기존의 자유민주주의 가치도 유지 발전시켜야만 국정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태극기 집회는 오합지졸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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