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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8.03 14:31:02
  • 최종수정2021.08.03 14:31:02

최종웅

소설가

극심한 폭염도 한 달 이상 계속되면 재난이다. 백신만 맞으면 수그러들 것 같던 코로나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도대체 어쩌라는 것이냐고 하늘을 향해 탄원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다.

폭염이나 코로나보다도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뉴스도 있다. 이 난리 통에 청주시에선 새 청사를 짓기 위해 임시청사를 물색한다는 소식이다.

지금이 청사타령이나 할 만큼 한가한 때냐고 호소라도 하고 싶다. 우리가 얼마나 살기가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는 지를 살피는 눈으로 거리를 돌아다녀 보라.

장사가 잘 되어 감사(感謝)세일을 한다는 점포는 찾아 볼 수 없다. 늘어나는 빈 점포마다 임대광고가 나붙고, 폐업 직전 떨이를 한다는 현수막도 적잖다.

그렇게 다급한 소릴 하는데도 썰렁하기만 하다. 그만큼 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비유를 한다면 서민 생활이 도탄(塗炭)에 빠진 것이다.

박정희가 61년에 5·16을 일으키면서 내세웠던 명분은 도탄에 빠진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는 5·16 당시보다 잘사는 것일까? 겉으론 잘 살아 보일지도 모른다. 자가용을 굴리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라도 쐬니까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다.

언제 망할지 모르는 점포를 붙잡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보릿고개 뺨치는 고통의 세월일 것이다.

박정희가 도탄에 빠진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5·16을 일으켰듯이 죽어가는 서민을 살리기 위해 뭔가를 시급히 해야 할 비상한 상황이다.

불이라도 난 것처럼 다급하다는 뜻이다. 우선 모든 역량을 불을 끄는데 집중해야 한다. 옷을 새로 사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새 옷을 입고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욕구도 당분간 억제하는 것은 물론이다.

우선 불부터 끄고 나서 망가진 집을 수리해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다. 만약 이런 시기에 새 옷 타령을 한다거나 외국여행을 못가서 안달을 한다면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철부지 아이가 세상물정 모르고 보채더라도 어른이 나서서 달래는 게 상식이다. 충북도청·청주시청 직원이나 지방의원 등은 바로 이런 일을 하라고 뽑아놓은 어른이다.

철부지 아이들은 묵묵히 잘 참는데 시청 도청 지방의원 등이 나서서 새 청사를 짓자고 보챈다면 그보다 한심한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청주에선 이보다 더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청주시는 2천300억 원이나 소요되는 새 청사를 짓기 위해 인접 주민과 소송을 하고 있다.

그 소송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내년 2월 착공하겠다며 임시청사를 물색한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문화제조창에 임시청사를 마련하는 비용만 179억 원이란다. 아침저녁 오창이나 보은 방면으로 출퇴근해본 사람이면 정체 현상이 얼마나 극심한지 잘 알 것이다.

새 청사를 짓는 돈이면 오창 IC에서 무심동로를 확장해 문의 IC까지 연결하는 새 도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도로만 만들면 청주시내 교통정체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청주시내에는 이보다 심각한 현안이 수두룩하다.

시급한 현안을 팽개쳐놓고 새 청사를 짓겠다고 하는 것은 집에 난 불을 끌 생각은 않고 새 옷 입고 외국 여행이나 가서 맛있는 요리부터 먹자고 보채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새 청사도 필요하긴 하다. 그렇지만 시기가 있다. 우선 코로나부터 진정시키고 나서 할 일이다.

코로나가 끝났다고 해서 민생이 하루 이틀에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자영업자들이 이만하면 살만하다고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게 우선순위다.

청주시가 청사는 잘 지어 놓았는데 시민은 못 사는 도시로 명성을 날리고 싶은가. 아니면 청사는 누추해도 시민은 귀족처럼 잘 산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가.

암행어사 이몽룡이 변 사또의 생일잔치에서 풍자했던 시가 자꾸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금동이의 술은 만백성의 피고, 옥쟁반의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는 구절이 서민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데 공직자들은 혈세로 새 청사나 짓겠다고 법석을 떠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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