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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9.07 15:59:58
  • 최종수정2021.09.07 15:59:58

최종웅

소설가

조용하던 육거리 시장에 사람이 몰려들고 있었다. 누군가 윤석열이 온다고 귀띔해줬다.

윤석열을 연호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금방 올 것 같았다. 청주사회에서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사도 보였다.

오제세 전 국회의원이 연신 악수를 하고 있었고, 황영호 전 청주시 의장도 부지런히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드디어 윤석열이 나타났다. 군중에 둘러싸여 시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윤석열에게 바짝 붙어서 안내하는 건 정우택 국민의힘 충북도당 위원장이었다.

여간해서 보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다. 하나는 육거리 시장이 어째서 장마당 정치의 무대로 등장했느냐는 궁금증이다.

두 번째는 정우택·오제세의 정치적인 운명이다. 지난 총선에서 모두 억울한 공천을 받았지만 한 사람은 승복했고, 또 한 사람은 반발해 당적을 옮겼다.

상반된 선택을 한 두 사람은 어떤 행로를 갈 것인지 궁금했다. 우선 육거리 시장이 장마당 정치의 무대로 떠오르는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따져보자.

정치는 전시효과가 큰 것부터 노리는 속성을 갖고 있다. 충북 최대의 재래시장인 육거리는 영세 상인이 몰려 사는 곳이니 서민의 애환을 파악하려는 정치인의 무대로 활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역대 대통령 후보 중에서 이곳을 다녀가지 않은 사람이 없다. 역대 국회의원, 도지사, 지방의원 후보도 다 이곳을 다녀갔다.

문제는 정치인이야 서민의 살림살이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는 전시효과를 거뒀겠지만 상인은 덕을 보기는커녕 손해만 보았다고 투덜댄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날도 수십 명이 떼를 지어 시장으로 몰려들자 전체 시장이 윤석열에게 관심이 쏠리는 바람에 기능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이것은 민심을 파악하는 것도, 상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진짜로 민심을 파악하고 도움을 주고 싶다면 기자들 모르게 시장을 찾았어야 했다.

순댓국에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정부 정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탐문했어야 했다.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언론에 알리면서 정부 정책의 난맥상을 성토하고, 공약으로도 채택한다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했다면 육거리 시장은 벌써 현대화된 시장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윤석열은 문 정권의 잘못을 개혁하겠다면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런 사람이 장마당 정치의 구태를 답습하는 것을 보면서 혁신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도 들었다.

그럼, 이날 윤석열을 수행한 정우택·오제세의 정치적인 운명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도 생각해보자.

두 사람 다 억울한 공천을 받았지만 대처하는 방식은 판이하다. 정우택은 멀쩡한 상당 선거구를 윤갑근이란 정치 초년생에게 빼앗기고 흥덕 선거구로 밀렸다.

아무리 도지사 출신이지만 선거 2개월을 앞두고 선거구를 옮기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승복했다.

오제세도 마찬가지다. 내리 4선을 한 서원 선거구를 정치 초년생 이장섭에게 빼앗겼으니 그 심정이 오죽했겠는가.

무소속 출마를 공언하기도 했지만 결행하진 못했다. 느닷없이 얼마 전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도지사 출마를 시사했다.

두 사람이 억울한 공천을 받은 것은 비슷했지만 대처하는 방식은 이렇게 다르다. 누가 더 잘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정우택이 청주 상당선거구 보선에 출마해 당선되거나 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그의 선택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오제세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에서 도지사 공천을 받고 출마해 당선된다면 그의 민주당 탈당과 국민의힘 입당은 잘했다는 소릴 들을 것이다.

인생살이를 하다보면 기가 막힌 일을 당하는 수도 많다. 이때 무조건 참고 순응하면 인간관계는 지속되겠지만 화병이 드는 수도 있다.

반대로 불만을 표시하면서 거칠게 항의하면 인간관계가 깨지지만 화병은 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세상살이는 결국 성공과 건강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이 공식을 정우택·오제세에게 대입해 보면서 두 사람의 미래가 궁금한 것은 정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가변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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