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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5.19 17:34:13
  • 최종수정2020.05.26 13:38:40

최종웅

소설가

최백수는 재난 지원금 30만 원을 받고도 기쁘지가 않다. 빚을 내서 산 차를 타고 다니는 기분이다.

가족은 굶기면서 혼자 양주를 마시는 기분이기도 하다.

최백수는 금방 받은 돈이 무슨 돈인가를 따져본다.

긴급 재난지원금이다. 너무 거창하다. 내가 무슨 재난을 당했느냐고 자문해 본다.

재난은 무슨 뜻일까? 최백수는 인터넷을 뒤진다. 뜻하지 않게 불행한 사고나 변고를 당한 것이라고 되어있다.

사지가 멀쩡하다, 근근이 밥은 먹고살지만 특별한 사고는 없다. 아무런 재난도 당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나.

최백수는 거리를 다니면서 큰일 났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자주 본다.

손님이 줄을 서던 식당이 파리만 날리고 있는 것도 보았다. 직장이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실업자가 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이 재난을 당한 게 아닐까? 그들에게 급히 돈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먹고 살길이 막막해질 것이다.

자칫 낙담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에게 줘야하는 게 바로 긴급재난 지원금일 것이다.

최백수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본다. 만약 재난지원금 대상을 반으로 줄이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00만 원이 부자에겐 푼돈이겠지만 가난한 사람에겐 가족을 살릴 수 있는 명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원 대상을 반으로 줄이면 1인당 60만 원, 다시 절반으로 줄인다면 120만 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가구당 400만 원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백수는 왜 부자에게도 돈을 주느냐고 탄식한다.

선거 때문이다. 선거만 아니었으면 눈이 내리듯 돈을 뿌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 사상 유례를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다. 다급한 일이 너무 많아 어느 것부터 처리해야 할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최백수는 자꾸 선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선거만 없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중얼거린다.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이 전 국민에게 보너스를 주는 것이라는 기분도 든다.

최백수는 전 국민에게 보너스를 준다는 생각을 하자 지난 세월을 너무 짜게 살았다는 생각을 한다.

돌이켜보면 전 국민이 똘똘 뭉쳐서 어떤 목표를 달성했던 일이 몇 번 있었다.

그때 지금처럼 전 국민에게 보너스를 지급했으면 얼마나 기뻐했을까?

경부고속도로를 완공한 기념으로, 세계 10대 무역대국으로 진입했을 때, 월드컵에서 4강을 했을 때….

이런 때 전 국민에게 단돈 만 원짜리 점심이라도 줬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그런 돈은 받아도 떳떳하다. 그렇지만 지금 받은 30만 원은 받을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최백수는 인터넷에서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서 기부란 말이 나오면 깜짝 놀랐다.

자칫 실수로 기부를 누를 수도 있다는 경고 문자를 몇 번 받았기 때문이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면서 왜 기부라는 것을 만들었을까?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닌가?

99만 원을 가진 사람이 단돈 1만 원을 가진 사람 돈을 뺏어 100만 원을 채우고 싶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돈 많은 사람은 욕심이 많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재난지원금은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은 기부하라는 뜻이다.

그렇게 해놓고 대통령이 맨 먼저 기부했다고 홍보한다. 대통령이 기부했는데 장차관이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장차관이 했는데 어떻게….

관제 기부가 산불처럼 퍼져 나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최백수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기부라는 제도를 만들어 부자에게도 돈을 주는 모순을 고치려고 했다는생각을 한다.

최백수는 기부보단 거부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국가가 어려운 시기에 괜신히 마련한 돈을 부자에게 주는 잘못된 제도를 거부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최백수 눈에 어른거리는 게 있다. 요즘 종합소득세를 내기 위해 전국 세무서마다 몰려드는 서민들이다.

세금이 이렇게 정치적으로 쓰인다는 생각을 하면 세금을 내고 싶은 마음이 들까?

세금을 쓰기 전에 우선 납세자의 의사부터 들어보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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