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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웅

소설가

아무리 권력이 강해도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 저울눈을 속이는 것이다. 가령 내가 쌀을 살 때는 양을 늘리고, 반대로 쌀을 팔 때는 양을 적게 하는 식이다.

만약 저울눈을 속이는 일이 통용된다면 사회질서가 깨지는 건 순식간이다.

저울눈을 속일 수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도깨비 방망이라도 가진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금 나와라 뚝딱하면 될 테니까.

그래서 길이나 무게 부피를 재는 것을 도량형기(度量衡器)라고 하고, 제조·판매의 전 과정을 국가에서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도량형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건 어디일까? 질서를 깨는 사람을 색출해서 처벌하는 곳이다.

경찰 검찰 법원 언론 등이 도량형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저울눈을 속이는 것처럼 사법기관이 권한을 남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려고 하기 보다는 사기를 치는 게 수월할 것이고, 사기보다는 강도를 하는 게 간단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사법기관 등은 직원들이 감히 이탈하지 못하도록 이중삼중으로 감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서민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하는 일을 권력자들은 얼마든지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 년도 넘게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충돌도 바로 저울눈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갈등이었다.

정권은 가급적 자신의 문제는 검찰이 건드리지 않기를 바랐지만 검찰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서운해 한 게 발단이었다.

달래도 보고 겁도 줘봤을 것이다. 그래도 안 통하니까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직무배제 명령을 발동하고, 직무정지도 해보았지만 번번이 법원에서 구해줬다. 두 번씩이나 찍어냈던 검찰총장이 살아 돌아옴으로써 정권은 수법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총장과 갈등을 빚는 장관을 해임하고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윤석열을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이라고 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 못지않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경찰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 정권에서 특혜를 받은 기분에 취해있다.

창설 이래 숙원이던 수사권을 독립한데다 수사종결권까지 행사하기 때문이다. 아직 검찰에 밀려서 정치적인 사안은 수사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의지대로라면 검찰의 수사권을 뺏어올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야당은 여권이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말 잘 듣는 경찰에 수사권을 주고 마음껏 부려먹으려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경찰도 정권이 저울눈을 속이는 정치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도량형기의 중심은 단연 법원이다. 아무리 검경에서 수사를 잘 해서 기소한다고 해도 판사들이 공정한 판결을 하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설령 검경으로부터 불리한 수사를 받았다고 해도 판사만 장악하고 있으면 일거에 만회할 수 있다.

요즘 판사에 대한 탄핵 문제가 불거진 것도 판사의 영향력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아직 실무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지만 주목을 받는 게 공수처다. 우리 사회의 도량형기가 잘못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검찰에 구제를 신청할 수밖에 없고, 판사에게 불리한 일을 당해도 법원에 구해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해보자는 취지다.

공수처의 역할에 따라서는 검경이나 법원에 혁신적인 변화가 올 수도 있다.

사법기관 못지않게 저울눈 역할을 하는 게 언론이다. 언론 중에서도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공영방송은 중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면 사회감시는커녕 자신도 관리하지 못하게 된다.

요즘 KBS의 수신료 인상 문제가 방송의 공정성 문제와 결부되어 이슈화하는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신문·방송을 포함한 모든 언론도 사회가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 지를 감시하는 저울이다.

공정성을 상실하지 않도록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지만 자칫 재갈을 물리려한다는 의심을 받게 되면, 언론개혁은 하지 않는 것만도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역대 정권의 언론개혁이 실패한 이유도 저울눈을 속이려는 욕심을 감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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