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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웅

소설가

선거가 끝났다. 법정선거운동은 이미 끝났지만 아직도 세상은 투표열기로 뜨겁다. 그 열기마저 오늘 밤이면 식는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는 축제나 마찬가지다. 그 축제를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통탄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지긋지긋했다는 뜻이다. 왜 그렇게 생각한 걸까? 무엇보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 대선 중에서 가장 저질이었기 때문이다.

그 많은 후보가 난립했지만 단 한 명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국민에게 피와 땀을 요구한 후보는 없었다. 모든 후보가 하나같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주겠다는 식으로 선심공약을 쏟아냈다.

만 원을 번 사람이 십만 원을 주겠다고 하면 그만큼 빚을 지는 것인데 아무도 그 빚을 어떻게 갚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물고기보다는 잡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요구한 사람은 없다. 망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은근히 즐겼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갈라치기가 극심했다는 점이다. 내 편이면 살인을 했어도 나무라지 않고, 내 편이 아니면 나라를 구했어도 칭찬하지 않는 진영대결이었다.

남북으로 갈라져 싸우는 나라에서 동서로 대립하는 것만도 가슴이 아픈데 나이 성별갈등까지 부추겼으니 나라가 온전할 수 있겠나.

순전히 정권을 잡기 위해서였다.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나라가 망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기세였다.

세 번째 문제는 선거 지상주의가 5년 내내 판을 졌다는 사실이다. 법정 선거운동은 22일에 불과했지만 사전 선거운동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시작되었으니 5년 동안 연중무휴로 지속된 셈이다.

불이 났으면 싸움을 하다가도 불부터 끄는 게 상식인데 코로나가 창궐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감투싸움에만 몰두했다.

어떻게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었겠나. 장사가 안 된다고 울부짖는 자영업자를 어떻게 보살필 수 있었겠나.

북한이 핵을 완성하고 어떻게 남한을 폭격할 것인가를 궁리하는 미사일을 연일 발사해도 이를 걱정하는 사람이 이상해 보일 정도였다.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해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태연할 만큼 안보불감증은 극심했다.

이러고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 이 같은 상황이 5년 동안 지속되면서도 나라가 거덜 나지 않은 것은 순전이 조상 덕분이다.

어떻게든 자손이 잘 살게 하려고 대비해 둔 덕분이다. 그 지긋지긋한 선거가 오늘 끝난다. 그러면 세상도 바뀐다. 정권 재창출이든 정권교체든 혁신적인 변화가 올 것이다,

세상이 바뀐다는 것은 거꾸로 변한다는 뜻이다. 모든 생명체는 땅을 딛고 하늘을 이고 사는 게 정상이다.

세상이 바뀐다는 것은 하늘을 밟고 땅을 이고 산다는 뜻이다. 배가 뒤집히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그 유명한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서서히 침몰하는 배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승객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승객이 죽거나 다칠 수밖에 없다. 세상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그런 희생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박근혜 정권이 탄핵당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조사를 받고 옥살이를 하지 않았던가.

그걸 조선시대의 사화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삼족이 멸하는 화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몸부림을 쳤던 것이다.

도저히 하늘의 별은 따다 줄 수가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따다 주겠다는 공약을 남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바둑을 두면서 똑같은 수로 세 번 이상 지는 사람을 돌대가리라고 부른다. 석두정치 소릴 듣지 않으려면 누가 당선되든 나라발전을 위해서 혁신적인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모든 후보가 당선을 위해 경쟁적으로 남발한 선심공약은 무효로 해야만 정상적인 나라가 될 수 있다. 앞으론 어떤 후보도 선심공약을 남발할 수 없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중앙선관위에 공약심사위원회를 설치해 타당성 여부를 심사 받도록 해야만 포퓰리즘으로 나라가 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휴전상태인 국가에서 5년 동안 연중무휴로 선거 분위기에 들떠있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진정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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