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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웅

소설가

 청주의 명산을 꼽으라면 단연 우암산일 것이다. 시가지가 팽창하면서 우암산은 도심에 둘러싸이고 말았다. 요즘은 공기 좋은 산을 찾아서 상당산성 쪽으로 몰리는 경향이다. 연휴에 산성을 찾으면 시장에 온 것처럼 북적인다. 산성보다 좋은 산은 없을까? 이런 마음이 모인 곳이 낙가산이다.

 동남지구가 입주하기 전까지만 해도 낙가산은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천년고찰 보살사로 가는 길은 구인사를 방불할 정도로 고즈넉했다.

 낙가산을 갈 때마다 정정순 의원을 생각한다는 사람도 있다. 후보 시절 방송에 나오면 빠트리지 않고 하던 말이 있기 때문이다. 동남·방서지구에 2만여 가구가 입주하고 있지만 여가를 즐길만한 시설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국회의원에 당선만 되면 시외버스터미널을 유치해 가경터미널까지 가는 불편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체육관이나 공원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공약이 주효했는지 아슬아슬하게 당선됐고, 지금은 터미널이 어느 곳으로 올 것이냐는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법 소송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뒀을 지도 모른다. 낙가산이라도 옆에 있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산에 오르다가 보면 몇 가지 의문이 들게 된다.

 맨 먼저 드는 의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저택이다. 청남대 뺨치는 웅장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줄잡아 2, 3천 평은 돼 보이는 부지에 단독주택이 있다. 특이한 것은 주변엔 집이 한 채도 없다는 사실이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삼엄한 울타리가 쳐져 있다.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것은 물론 연락처조차 없다. 전기 사용량을 체크할 수 있는 미터기만 대문 앞에 있을 뿐이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경적을 울려대는 차도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혹시 정보기관의 안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요즘 등산객이 부쩍 늘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용암성당에서 낙가산까지는 완만한 능선이다. 서두르지 않고 걸어도 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서두르는데 다급한 경고문이 앞을 가로막는다.

 "추락하면 죽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조심조심 다가가 보니 정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낭떠러지가 나타난다. 3차 순환도로의 마지막 공사 현장이다. 남일면 효촌에서 북일면 묵방까지 공사가 완공되면 대망의 3차 우회도로는 완성된다.

 그 도로가 청주의 명산 낙가산의 허리를 동강 낸 것이다. 당연히 우암산의 생태터널처럼 연결도로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공사는 진행되고 있다.

 청주시의회 건설분과 위원들이 현장을 찾아 육교를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설계 단계부터 육교건설이 추진됐어야 하는 데, 그 당시 국회의원 청주시장 지방의원들은 무엇을 했을까?

 만약 연결도로가 건설되지 않고 준공된다면 낙가산은 허리가 동강 난 불구자 신세가 되는 것이다. 생태터널이 없다면 우암산과 상당산이 단절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낙가산의 세 번째 의문은 보살사 뒷산 중턱에 있다. 보살사에 차를 대고 물병에 생수를 채우고 오르기 시작하면 십여 분 만에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이제 좀 쉬어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쉴 자리를 찾는데 널찍한 공터가 보인다. 아무리 더워도 시원함을 느낄 정도로 숲이 우거진 곳에 누군가가 통나무로 만든 의자가 있다. 그곳에 걸터앉아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다는 생각을 하며 피로를 풀고 있으면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다.

 '지자(智自)터'라는 팻말이다. 스스로 깨우치는 곳이란 뜻일까? 저런 글을 써 붙인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증을 갖고 다가가 본다.

 '청주고 33회 산오름회'라는 글자가 있다. 청주고 33회면 1960년에 졸업했으니 80세 정도 됐을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알 만한 사람이 없다. 이곳 말고도 전국 각지에 비슷한 글을 써 붙였을 것이다.

 팔순에 친구들과 매주 산행할 정도면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을 하며 궁금증을 떨쳐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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