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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12.29 16:41:11
  • 최종수정2020.12.29 16:41:11

최종웅

소설가

최백수는 새벽 4시만 되면 눈을 뜬다. 무슨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급한 일이 있어서도 아니다.

습관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벌써 아침신문이 와 있다는 사실이다. 침대에 누운 채 핸드폰부터 살핀다.

급히 연락이 온 것도 없고 특별한 뉴스도 없다. 무료한 일상이라는 기분을 느끼면서 현관으로 간다.

현관을 열면 아침 신문이 놓여있다. 신문을 집어 들고 오면서 신문값이 참으로 싸다는 생각을 한다.

책 한 권 분량의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있다. 그 신문만 읽으면 국내외 정세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막 신문을 펼쳐 들려고 할 때 핸드폰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카톡 소리와는 약간 다르다. 며칠 전 스토리에 올린 글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림이다.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많은 글을 올리고, 꽤 많은 사람에게 보내지만 댓글을 다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 극소수 때문에 겨우 체면을 유지한다. 증평 사람으로 탁구장에서 만났다. 나이가 비슷한데다 취미까지 비슷해서 가끔 어울렸다.

요즘은 어떻게 지낼까? '집콕'이나 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댓글은 한결같다. 잘 봤다는 게 전부다.

최백수는 신문의 첫 장을 연다. 코로나 관련기사로 도배를 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기사가 하나 있다.

"문 대통령. 백신 확보 늦었다고 참모진 질책"이란 기사에 눈길이 꽂힌다. 백신을 구하고 못 구하고에 따라서 국민이 죽고 사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참모를 질책할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대통령은 직접 나서지 못하느냐는 생각을 한다.

10.26사건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최규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할 때였다. 석유 사정이 너무 급해서 최규하 권한대행이 중동으로 날아갔다.

국내에선 연일 학생들이 반정부 시위를 했다. 국가원수가 외국을 방문 중인 시기에 국내에서 시위나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설득하던 말이 떠오른다.

최백수는 왜 문 대통령은 백신을 구하러 다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한다. 백신을 구하는 게 석유를 구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

석유는 못 구해도 죽는 것은 아니다. 백신은 죽고 사는 문제가 결렸다. 어느 게 더 중요하고 다급한 건가.

대통령이 나서서 정상회담을 하든가. 전화로 부탁할 수도 있다. 만약 대통령이 북한에 남북회담을 하자고 조르는 식으로 백신을 구했다면 얼마든지 구했을 것이다.

더 한심한 게 있다. 우리가 쓸 백신도 못 구했는데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나눠줄 생각부터 한다는 사실이다,

북한을 생각하는 정성으로 백신을 구했으면 세계에서 1등을 했을 것이다. 최백수는 사설을 읽는 것으로 신문읽기를 끝낸다.

사설도 코로나 백신을 구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내용이다. 보사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서 화이자와 모더나가 계약을 재촉한다고 하더니 어째서 계약을 하지 못 했느냐고 따지는 내용이다.

최백수는 시계를 본다. 정확히 5시 30분이다. 아직도 한참을 더 잘 수 있는 시간이다.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막 잠이 들려고 할 때 '톡' 소리가 난다. 누굴까· 짐작 가는 사람이 없다.

그냥 자자니 불안하다. 혹시 급한 일일 수도 있다. 최백수는 핸드폰을 확인한 순간 실망한다.

바로 그 집사님이다. 이렇게 꼭두새벽에 카톡을 보낼 이유가 없다. 집사님이라면 신앙에 관한 톡이 주를 이루어야 할 텐데 그렇지가 않다.

광화문 집회를 비롯해 전국의 대정부 집회는 빠짐없이 참석한다. 한동안 노영민 비서실장이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사람을 살인자라고 욕했다고 흥분하면서 청주에 오면 반드시 규탄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백수는 잠결에 엉뚱한 상상을 한다. 그 집사님도 언론인이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카톡을 이용할 뿐이라고.

증거도 있다. 바로 카톡 스토리다. 그의 스토리에 들어가 보면 그가 보낸 모든 글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댓글도 꽤 많다. 누구든 들어와서 자신의 글을 읽고 영향을 받으라는 뜻이다. 그 집사님도 언론인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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