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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11.03 16:39:53
  • 최종수정2020.11.03 16:39:53

최종웅

소설가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권력기관을 개편하기 위해 국정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기 위한 국정원법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대통령이 국정원을 권력기관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왜냐하면 국정원은 자신의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처지인데 어떻게 권력기관이란 소릴 들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이유가 순전히 과도한 권력으로 국민을 괴롭히는 것이라면 당연히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현실에 맞지 않는 얘기다. 박정희나 전두환이 집권하던 시기에는 국정원은 분명히 권력기관이었다.

국가안보를 위해 부여한 정보·수사권을 정권안보를 위해 남용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권력을 남용하기는커녕 법에 보장된 수사·정보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보다 큰 문제는 국민적인 기피현상이다. 국정원에 잘못 협조하면 3대가 망한다는 소릴 들을 정도로 심각하다.

국정원이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국가정보기관이라면, 그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데 따른 애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보완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검찰 경찰 등 다른 권력기관과 같은 반열에 놓고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3, 40년 전의 인식을 현실에 적용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아무튼 대공수사권은 정보수집권과 더불어 국정원의 핵심기능인데 국정원이 발족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국정원으로부터 온갖 고초를 당한 김대중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지 않았는데, 특별한 악연이 없는 문 대통령 시대에 대공수사권을 폐지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아무튼 대공수사권 폐지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대로 가면 올해를 넘기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이런 시기에 중앙 일간지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신문광고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모임'이라는 명의였다. 누구보다 국정원을 잘 알고, 일선에서 대공수사업무를 담당했던 장본인들이다.

그들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개혁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붕괴시키는 자해행위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광고를 보면서 그들의 속마음도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대공수사는 국정원은 물론 경찰이나 안보지원사에서도 가장 기피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거리를 청소해도 수고한다면서 차 한잔 하자는 소릴 듣는데 대공수사는 차 한잔은 고사하고 목숨을 위협받기 일쑤다.

그렇게 위험한 일이지만 열심히 하면 유공자로 선정되어 포상을 받거나 승진할 수 있었다.

그런 재미로 대공수사를 희망했던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국정원법에 대공수사권은 엄연히 살아있는데도 간첩을 잡았다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게 몇 년 전인지 까마득하다.

이런 세상에 눈치도 없이 간첩을 잡겠다고 뛰어다니다가는 어떻게 될지도 뻔하다.

이런 인식은 일선 실무자뿐만 아니라 조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공수사를 하다가 자칫 성과에 집착하다가는 간첩을 조작했다는 모함을 받기 일쑤다.

만약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 정권을 위해 충성할 이유도 없고, 성과에 집착해 무리를 하다가 모함 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공수사권 폐지를 환영해야 할 전직 직원들이 왜 신문광고를 내면서까지 반대하고 나선 것일까? 그 답도 신문광고에서 찾을 수 있다.

대공수사는 국내 해외 북한 사이버 등 모든 분야의 정보조직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만 성과를 올릴 수 있는 특수한 분야라는 것이다.

간첩검거는 이러한 역량을 갖춘 국정원의 전문 분야이고, 이것은 국정원이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 60년간 축적한 국정원의 정보조직이 사장되어, 엄청난 수사역량의 약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정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소릴 아무리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세상이다.

국정원의 업보(業報) 때문일까. 아니면 국운이 비색(否塞)한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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