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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5.22 16:12:37
  • 최종수정2018.05.29 13:19:51

최종웅

소설가

미·북 정상회담은 성공할까?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 한국 등으로부터 천문학적인 보상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8·15해방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로써 그보다 더한 경사는 없을 것이다.

만약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할까·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상황이 재현될까?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상황은 냉온탕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차이가 엄청나다.

어쨌든 우린 한 달 남짓한 동안에 극과 극으로 변할 수도 있는 남북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역량을 총동원해서 김정은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 지를 판단해야만 한다.

우리 정보기관도 정보력이 만만찮지만 미국 일본을 비롯한 우방국의 정보협력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때 생각나는 말이 역지사지란 사자성어다.

만약 내가 김정은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엄청난 정보력을 갖고서도 자신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가정 두려워하는 것은 권좌에서 쫓겨나는 것이다. 리비아 카다피 등 독재자의 비참한 말로는 상상하기도 싫을 것이다. 김정은은 무슨 일이 있어도 권좌에서 쫓겨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엇이든 하려고 할 게 뻔하다.

만약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면 인민들로부터 탄핵을 받고 권좌에서 쫓겨날까? 당장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핵이 없다고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을 공격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사실도 물론 잘 알 것이다. 핵만 포기하면 천문학적인 보상을 받고 그 돈으로 경제개발을 하고, 일부 빼돌려 호의호식할 수도 있을 것이란 사실도 충분히 알 것이다.

그럼 왜 자꾸 망설이는 걸까? 자유의 바람이 부는 게 겁나서일 것이다. 남한 사람은 대통령을 툭하면 갈아치울 뿐만 아니라 감옥에 가두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인민들이 아는 게 두려울 것이다. 김정은을 쫓아내고 싶은 욕망을 행동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게 무서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비핵화에 합의했고, 정상회담까지 하면서 그 요란을 떨었을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숨통이 막혀서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단 한번이라도 숨을 크게 쉬어보고 싶은 욕망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숨통을 조여오는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중에서 누굴 붙잡고 사정하는 게 효과가 있을지 고민했을 것이다. 한국이 가장 만만해 보였을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란 감성을 자극하면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던 게 분명하다. 그 다음은 중국이었을 것이다. 6·25 때 그 위기에서 북한을 도왔던 형제가 아닌가.

결국 김정은의 전략은 적중했다.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산책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난폭한 독재자란 이미지를 일거에 바꿔버렸다. 중국으로부터도 다급한 원조는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여기까지는 성공했지만 더 이상 나가면 본색이 탈로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후락도 멋지게 이용해 먹었다. 노태우도 충분히 활용했다. 평양까지 찾아온 김대중, 노무현을 이용하는 것은 더 쉬웠다.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을 연출해서 세계를 홀리기도 했다. 그게 모두 8번이나 된다. 또 비슷한 연출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미국이 문제다. 한국은 우리끼리란 말로 통하지만 미국은 더 이상 속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이런 계산을 하면서 고민할 것이다. 그렇다고 판을 깰 수도 없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처럼 미북 정상회담도 성공적으로 끝을 내긴할 것이다. 핀문점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엎어버렸던 수법을 생각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은 남한처럼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리아를 실제로 공격하지 않았던가? 허겁지겁 중국을 찾아가서 시진평을 만났던 이유다. 설마 중국이 버티고 있는데 아무리 미국이라도 합부로 공격하진 못할 것이다.

내가 만약 김정은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며 쓴 웃음을 짓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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