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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2.19 13:32:01
  • 최종수정2019.02.19 17:35:27

최종웅

소설가

한국은 관존민비(官尊民卑) 사회다. 예로부터 관과는 시비하지 말라고 했다.

유일하게 관을 이기는 민(民)이 있다. 언론이다. 언론이 한마디 하면 경찰은 물론 검찰도 움찔한다.

권위주의 시절 성역으로 여겼던 정보기관의 비리를 파헤치는 것은 물론 청와대까지도 비판을 일삼는다.

그런 권력은 누가 주는 걸까·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처럼 언론권력도 독자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언론은 누가 감시해야 하는 걸까·

당연히 독자가 감시해야 마땅하지만 독자는 그럴만한 조직도 힘도 없다.

자율적인 정화기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요즘 언론의 자율정화기능을 믿어도 되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사건이 터지고 있다.

소위 박수환 문자라는 것이다. '뉴스컴'이라는 광고 대행사 여사장이 유력 언론사 간부들과 주고받은 문자가 공개되면서 언론인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사실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이니 공직만큼의 비리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은 했다.

그래도 남을 비판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니 공직자만큼 추(醜)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었다.

그런 신뢰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유력 언론사 간부쯤 되면 아들 딸 취직은 말 한마디면 되고, 외국에 나갈 때는 수백만원짜리 비행기 티켓도 공짜로 받는다.

기사를 하나 쓰면 명품 스카프가 들어오고 칼럼이나 사설을 써도 칙사 대접을 받는다.

이것은 추측이 아니다. 그들이 주고받은 문자를 근거로 분석한 것이다.

이런 뉴스가 인터넷을 달구어도 한국 최고의 신문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만큼 뻔뻔하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결론을 추출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식으로 유력 언론사 간부의 휴대전화를 뒤지면 감춰진 비리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실제로 유력 언론이 정권을 창출하는데 앞장서기도 하고, 정권을 무너뜨리는 투쟁의 선봉에 서기도 한다.

각종 선거가 끝나면 논공행상이 벌어지고, 반드시 유력 언론사 간부들이 등장한다.

실제로 청와대를 비롯한 중앙부처 장차관 명단에는 유력 언론사 간부 출신이 즐비하다.

하루에 책 한권 분량씩 신문을 발행하는 중앙 언론을 이런 식으로 분석하면 공정한 기사나 광고가 거의 없을 것이다.

권력을 뺏고 돈을 뜯기 위한 도구라고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보수 언론은 문재인 정권의 문제를 들춰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고, 진보 언론은 문재인 정권을 옹호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문재인 정권에서만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공공연히 벌어졌던 현상이다.

공정성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언론이 특정 정권을 대변하거나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그것은 언론이 아니다.

문제는 상당수 언론이 이런 일을 노골적으로 해도 독자들은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이렇게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시기에 박수환 문자 사건이 터진 것이다.

많은 독자들은 이 문제를 특정 언론의 비리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으로 주시하고 있다.

한국 언론을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가 이처럼 심각하다면 마땅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공직자의 비리는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언론은 공직자가 아니니 김영란 법을 제외하고는 그럴 수도 없다.

공직자 이상으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언론인의 자격을 엄격히 정하는 문제부터 언론개혁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공정성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기사 사설 칼럼 등을 특정 정권을 지원하거나 개인 비리의 수단으로 삼는 문제를 가중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마땅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혁신적인 대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한국 언론은 언론의 탈을 쓴 장사꾼에 불과할 것이다.

언론이 병들면 권력을 감시할 수 없고, 감시받지 못하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먹이사슬의 최상위권에 있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하도록 혁신적인 대책을 마련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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