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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비서실장의 춘풍추상(春風秋霜)

최종웅의 세상타령

  • 웹출고시간2019.11.12 16:35:43
  • 최종수정2019.11.12 19:43:41

최종웅

소설가

얼마 전 청와대에 대한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야당의원으로부터 두 가지 질문을 받았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장 잘못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가장 잘한 일로 전쟁 직전의 남북관계를 평화 분위기로 반전시킨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가장 잘못한 일은 언뜻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이 말을 들으면서 얼핏 생각나는 게 있었다.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사자성어였다.

노영민 실장은 중국대사로 있다가 2019년 1월 8일 대통령 비서실장에 취임하였다.

취임하자마자 집무실 등에 춘풍추상이란 글귀를 내걸었다. 다른 사람은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지만 자신은 서릿발처럼 혹독하게 대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것이다.

만약 이 날 노영민 실장이 춘풍추상이란 말처럼 답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노 실장의 답변이 내로남불에 가까웠다는 뜻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권이 가장 잘한 일로 꼽은 남북관계가 평화 분위기로 반전되었다고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더욱 위험해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년 반 동안 북한은 남북 평화분위기를 이용해서 핵무기를 꾸준히 늘려왔고, 그 핵무기로 우릴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성능도 고도화했다.

특히 북한은 우릴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실험을 12번이나 했다. 북한이 달라진 게 있다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만 중단한 것뿐이다.

외형적으로는 평화 분위기를 유지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격능력을 고도화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남북 평화 분위기가 문재인 정권의 치적(治積)인지, 아니면 실정(失政)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실정으로 꼽지 않고 치적으로 꼽은 것은 자신은 춘풍으로 대하고 남은 추상과 같이 대한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잘못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언뜻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도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하라는 좌우명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관리해온 남북관계가 가장 잘못한 정책으로 꼽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온갖 정성을 들여왔지만, 우리가 얻은 건 아무것도 없고 핵 위협만 고조시켰을 뿐이란 불만도 크다.

안보불안 못지않게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게 경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1년 가까이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으면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잘못으로 수출정책을 꼽았어야 했다.

수출이 감소하면 이를 반전시키기 위한 범정부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데 한사코 남북문제에만 매달린 것도 잘못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 때 3%를 오르내리던 경제 성장률이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만에 1%대로 떨어질 위험에 처한 것도 문재인 정권이 잘못한 실정이 분명하다.

이런 식으로 나열하면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정책, 비정규직 양산, 서울의 부동산 폭등, 탈원전 정책 등도 잘못한 것이라고 해야 맞는다.

삼척동자도 외울 만큼 많은 실정을 했으면서도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고 얼버무리는 것은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추상과 같이 대하는 내로남불 의식 때문 아니겠는가.

지역 언론이 이런 비판을 하는 것은 노영민 비서실장이 충북 출신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에서 총리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설움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라도 달래보려는 심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노영민 비서실장이란 말만 나오면 귀를 세우고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원종 전 충북지사도 박근혜 정부 시절 잠깐 비서실장을 했지만 막차를 타고 설거지만 한 꼴이었다.

명실 공히 실세 비서실장이라는 노영민 실장이 승승장구해야만. 국운도 상승하고 충북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는 지역 언론이라도 춘풍추상의 심정으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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