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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5.12 18:00:49
  • 최종수정2020.05.12 18:00:49

최종웅

소설가

상실(喪失)의 시대다. 애를 낳지 않으니 인구가 줄고, 인구가 늘지 않으니 나라도 성장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린 성장시대만 살아왔기 때문이다.

집은 사기만 하면 벼락같이 오르고 땅은 황무지라도 잘만 사면 팔자를 고칠 수도 있는 시대였다.

돌이켜 보면 이병철이나 정주영이 재벌이 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팽창만 하던 시대였다.

남북한이 합쳐서 2천만 명도 안 되던 인구가 7천만이 되었으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런 시절 건설회사만 하나 만들어 아파트 짓는 일만 했어도 엄청난 돈을 벌었을 것이다.

6,25부터 지금까지 우린 이런 사회를 살아왔다. 그러니 요즘 같은 축소가 이상하고 상실이 놀라울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길을 가다가 보면 '임대'라는 현수막이 부쩍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광고가 나붙은 지 한두 달이 지나면 공사판이 벌어져야 정상이다. 누군가 꿈을 갖은 이가 나타나서 인테리어 공사를 해야 정상적인 경제다.

문제는 임대 광고가 나붙은 지 몇 달 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안타까워하는 모습도 눈에 선하다. 누군가 맨 처음 저 가게에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꿈을 안고 덤벼들었을 것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고 거창하게 개업도 했을 것이다.

한동안 장사도 제법 되었을 것이다. 갑자기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사람이 오지 않으니 망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으면 누군가가 나타나서 인수를 해줘야 살게 아닌가.

그래야만 권리금을 받아서 시설비를 값을 수 있다. 성장의 시대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다.

멀쩡히 걸어 다녀서 그렇지 다들 죽지 못해 사는 삶이다. 결코 풀리지 않는 일에 골몰하다가 자칫 건강을 잃을 수도 있다.

카톡에는 수많은 글들이 오고 간다. 요즘엔 건강을 걱정하는 글이 유난히 많다. 그 중에서 하나를 소개해 본다.

"건강하면 다 가진 것입니다. 오늘도 일상에 감사하며 삽시다. 입으로는 감사를 외치지만 진정으로 느끼는 사람은 적은 것 같습니다.

안구 하나 구입하려면 1억이라고 하니 눈 두 개를 갈아 끼우려면 2억이 들고, 신장 바꾸는 데는 3천만 원, 심장 바꾸는 데는 5억 원, 간 이식 하는 데는 7천만 원, 팔다리가 없어 의수와 의족을 끼워 넣으려면 더 많은 돈이 든답니다.

지금 두 눈을 뜨고 두 다리로 건강하게 걸어 다니는 사람은 몸에 51억 원이 넘는 재산을 지니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도로를 질주하는 어떤 자동차보다 비싼 두발 자가용을 가지고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는 기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앰뷸런스에 실려 갈 때 산소 호흡기를 쓰면 한 시간에 36만 원을 내야 한다니 눈, 코, 입 다 가지고 두 다리로 걸어 다니면서 공기도 맘껏 마시고 있다면 하루에 860만 원씩 버는 셈입니다.

우리들은 51억짜리 몸에 하루에 860만 원어치 산소까지 공짜로 마실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그런데 왜 우리는 늘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건 욕심 때문이겠지요.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기쁨이 없고, 기쁨이 없으면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몇 년 전에 작고한 박완서 작가가 남긴 '일상의 기적' 이란 글이다.

비슷한 글이 인터넷에 많이 퍼지는 것은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 글이 사리에 맞아서 공감하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만사는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관점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내가 걷지 못해서가 아니라 남보다 빠르지 못하다는 데 있다.

내가 두 눈이 없어서 불행한 게 아니라 남보다 아름답지 못해서다.

결국 경쟁에서 진다는 게 불행의 원인인 셈이다. 이 글의 특성은 갑자기 관점을 바꿔서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독자를 현혹하는 것이다. 마음이 편할 수만 있다면 현혹이라도 자꾸 당하고 싶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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