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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1.13 17:47:13
  • 최종수정2018.11.13 21:24:50

최종웅

소설가

 막노동판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하루에 품삯은 열두 냥인데 우리 님 보는 데는 스무 냥이라고 하는 가요다.

 노동판에서 품을 팔아 먹고 살지만 여자 앞에선 기가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노가다 인생의 첫 번째 특징은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도배 장판 페인트 등의 일당이 20~30만 원이나 되니 한 달 수입을 따져보면 천만 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빛 좋은 개살구다. 그 이유도 열두 냥짜리 인생에 잘 묘사돼 있다.

 우리가 놀 면은 놀고 싶어 노나. 비 쏟아지는 날은 공치는 날이다….

 일을 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으니 수입이 많을 수 없고, 어쩌다 일을 잡으면 바가지를 씌우려는 심리가 발동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몇 푼 벌면 어디로 갈까? 이것도 이 노래가 말해준다.

 사랑이 좋으냐 친구가 좋으냐, 사랑도 좋고 친구도 좋지만, 막걸리 따라주는 색시가 더 좋더라….

 암컷에게로 향하는 수컷의 생리는 노가다 판이라고 다르지 않나보다.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노가다 판을 살펴보면 이 세계라고 변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고도로 전문화돼 있다는 사실이다. 도배 일을 시키면서 전기를 봐달라고 하면 거절한다.

 전기에게 싱크대를 손 봐달라고 해도 단연코 거부한다. 대신 자기가 하는 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두 번째 특징은 엄격한 서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도배를 해놓고 페인트를 칠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무리 주의해도 페인트가 묻기 때문이다. 싱크대나 전기는 도배 장판이 끝난 다음에 다는 게 순서고, 페인트는 마지막으로 해야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노가다 판의 세 번째 특징은 일정한 근무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직장이든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야근을 하면 수당이 붙게 마련이지만 노가다 판만은 그렇지가 않다.

 해가 뜨면 일을 시작하고, 해가 지면 일을 끝내는 게 관행이다. 노가다 판의 네 번째 특징은 4대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귀족노조의 건보료가 월 10만 원이라면 노가다의 건보료는 그보다 2~3배나 많다.

 물론 고용보험도 들지 않았으니 비 오는 날에 일을 못해도 휴업수당을 받지 못할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특징도 있다. 콩가루 집안이라는 것이다. 콩가루의 특징은 뭉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푸라기는 아무런 힘이 없지만 짚단으로 뭉치면 쇠에 대항할만한 힘이 생긴다. 그래서 노조를 만드는 것이고 전교조나 민노총을 무서워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열두 낭짜리 인생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흩어보면 답이 보인다. 3절로 된 가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후렴이 있다.

 니가 좋으면 내가 싫고, 내가 좋으면 니가 싫고, 너 좋고 나 좋으면 영헤이….

 어느 한 쪽이 싫으면 금방 깨지지만 둘 다 좋으면 흔쾌히 이뤄진다는 뜻이다.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해야만 대접받는 세상인데 그렇지 못하니 제 몫도 못 챙기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노가다를 필요로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어디를 가야 일꾼을 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가끔 언론에서 인력시장을 보지만 잠깐 목수를 쓰기 위해 인력시장을 찾기는 쉽지 않다.

 노임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문제다. 재료를 사다놓고 반나절 품삯을 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20~30만 원을 달라고 하면 누군들 놀라지 않겠는가.

 노가다 인생이 겪는 애환과 사용자들이 느끼는 불만을 종합해서 제도화하면 이상적인 인력시장이 생기지 않을까?

 우선은 모든 건설기능공을 등급화해서 인터넷에 등록하면 좋을 것이다.

 만약 페인트를 칠하고 싶다면 지역 인력시장을 검색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름, 나이, 경력, 노임, 연락처 등이 망라된 명단을 보고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천차만별인 한약을 표준화해서 건강보험을 적용했듯이 노가다도 표준화를 서둘러 비 오는 날에도 공치지 않는 직업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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