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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3.03 16:39:46
  • 최종수정2020.03.03 18:40:25

최종웅

소설가

그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것은 토요일 오후였다. 우암산을 오르는데 카톡 소리가 났다.

'청주 상당 맹주 정우택 의원 청주 흥덕행 시사'라는 제목이었다.

윤갑근 미래통합당 예비후보 캠프에서 운영하는 밴드 회원이 보낸 것이었다.

"정우택 의원은 29일 청주지역 미래통합당 4.15 총선 주자들과의 회동에서 당 공천관리위가 청주 흥덕으로 출마해 청주에 미래통합당의 붐을 일으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청주 흥덕 선거구에 공을 들이던 당내 주자들에게 미안하지만 양보해 달라는 호소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거구 변경은 기정사실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뉴스를 읽으면서 맨 먼저 떠오른 것은 윤갑근 후보였다. 정우택이 윤갑근에게 밀린다는 생각과 함께 윤갑근이 민주당이나 정의당 후보에게 승산이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들었다.

지역사회에서 윤갑근이란 이름이 떠돌기 시작한 것은 몇 년쯤 되었지만 그의 얼굴을 대면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정정순, 김형근 후보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수년 전부터였다.

청주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까지 하다가 정치활동을 시작한 후보들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미래통합당 공천위가 상당선거구에 뿌리가 있는 정우택을 흥덕으로 보낸 것은 윤갑근도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정우택이 흥덕 선거구로 가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정우택이 흥덕 선거구로 옮겨도 승산이 있을까· 무엇보다 당내 주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상을 하자 김양희, 신용한, 김정복 등 당내 주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당협 위원장인 김양희 후보는 정 의원이 도지사 시절 여성국장으로 활동한 인연 등으로 순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판단이 여지없이 깨지는 메시지가 일요일 오후에 들어왔다.

정치선배인 정 의원이 당내 경쟁자에게 밀리자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정치 신의도 없이 후배의 지역구를 뺏으려고 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입장문이었다.

특히 김양희 후보는 어떤 경우라도 출마를 강행할 것이라며 정 의원에게 선거구 변경을 즉각 철회할 것도 촉구했다.

신용한, 김정복 예비후보라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흥덕구 주민들은 느닷없는 공천을 수용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흥덕구는 상당구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곳이냐는 반발이 일게 분명하다.

물론 정 의원도 이런 민심을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당내 주자들에게 양보해 달라고 사정한 것은 그만큼 5선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는 뜻일 것이다.

차라리 수도권 험지로 옮겼으면 고향사람들에게 정치적인 부담은 주지 않을 것이다.

모든 후보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해도 정 의원만 하지 않을 때부터 수도권 험지 출마설이 돌았다.

뒤늦게 예비후보등록을 하자 험지출마 문제가 해결되고 상당 선거구에서 출마하기로 작정한 것으로 알았다.

갑자기 흥덕 선거구로 옮길 것이란 뉴스와 함께 김양희 후보 등의 반발 이 확산되자 지역사회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고 수도권으로 갔더라면 당을 위해 희생한다는 소린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정 의원은 화려한 정치경력 등으로 위기에 처한 보수를 구하기 위해 험지출마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전국적인 인물이다.

어쨌든 정 의원은 정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선택을 해야 할 순간에 처했다.

5선에 성공하면 국회 부의장이나 의장에 도전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대권이 목표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것은 그의 정치여정이 아직도 길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총선에서 정우택과 윤갑근 두 사람이 함께 당선된다면 그 공천은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반대로 두 사람 다 탈락하면 그 공천은 보수를 파멸시킨 최악의 공천이란 평가를 받을 것이다.

4,15 총선이 끝난 후 두 사람은 어디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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