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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소방조직 혁신기회로 삼아야

최종웅의 세상타령

  • 웹출고시간2017.12.26 13:15:43
  • 최종수정2017.12.26 13:15:43

최종웅

소설가

불과 8층 건물에서 불이 났는데 29명이 사망한 제천 화재 상황을 보면서 소방서는 왜 존재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소방서가 없는 상태에서 불이 났다고 해도 이보다 많은 인명 피해가 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우리 사회가 불이야 소리를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나가는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이다. 이웃 사람들이 달려들어 물을 퍼붓고 사람을 구했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당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왜 이런 생각을 자꾸 하느냐 하면 우리의 소방조직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소방은 대략 서너 분야로 분류된다. 건물을 짓든 수리를 하든 소방점검은 반드시 받아야한다.

도저히 불이 날 수 없도록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강구해놓으려는 것이다.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집을 지을 때 문을 어떤 자재로 쓸 것이냐는 것까지도 규제를 받는다. 소방서의 두 번째 임무는 불을 끄는 소방 분야다.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기 위한 소방차에서부터 고층건물에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차는 물론 헬기까지 갖추고 있다. 물론 불구덩이 속에 들어가 사람을 구해내는데 필요한 특수장비도 갖추고 있을 것이다.

화재 현장의 불법주차로 소방차가 접근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소방공무원에게 주차단속권까지 주고 있다. 소방서의 세 번째 업무는 긴급구조다. 무엇이든 급한 일이 생기면 119에 신고만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업무다.

이렇게 완벽한 소방조직이 있는데 어째서 8층 건물에서 화재가 났는데 29명이 사망하고 38명이나 부상당했단 말인가.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면 아무리 급한 사람도 길을 비켜주도록 의무화한 것은 소방관에게 특권을 준 것이다.

죽어가는 생명을 하나라도 더 살려내라는 뜻이고, 아까운 재산이 잿더미가 되지 못하도록 빨리 진화하라는 명령이다. 그런데도 제천 화재 현장은 소방관이 출동하지 않은 것보다 나을 게 없어 보인다는 여론도 있다.

수많은 사람이 왜 2층 여자 목욕탕의 통유리부터 깨지 않느냐고 외쳤다. 그 유리만 깼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노한다. 이때마다 소방관계자는 소방대원이 질식할 정도로 연기가 심했고, 대형 가스통도 옆에 있어서 폭발위험이 높았다고 변명한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말이다. 그러나 소방서는 이런 위험이 존재하지 못하도록 건축허가 때부터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통유리를 깰 힘이 없는 여자들이 희생당할 위험이 높다고 판단했으면 여탕 유리는 당연히 통유리로 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그게 소방행정의 기본이다. 화재 현장 부근에 대형 가스통이 있어서 폭발위험이 높았다는 변명도 이것을 옆에 둘 수 있도록 허가한 책임이 소방서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자신들의 권한은 감추고, 자신들의 책임은 전가한 것이다.

소방서의 긴급구조도 특별한 업무다. 불구덩이 속에 달려들어 죽어가는 사람을 구해내는 일을 하기 위해 119구조대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기위해 특수훈련을 받는 것이고, 특수장비로 무장하는 것이다.

여탕에서 문을 열어 달라고 아우성치는 것을 본 시민들이 얼른 통유리부터 깨 달라고 외쳐도 물만 뿌리고 있었다면 그 불가피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24시간 비상체제를 유지하는 소방서의 고가사다리 차가 민간 장비만도 못했다는 사실은 소방행정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불도 못 끄고 사람도 구하지 못하는 소방조직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이런 질책에 답하는 자세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유사한 사례는 반복될 것이다. 소방인력이나 장비를 확충할 뿐만 아니라 소방공무원의 사기를 앙양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제천 화재참사는 우리의 소방이 불도 잘 끄고 인명도 잘 구해내는 유능한 조직으로 혁신하는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다. 문제는 조문을 가서도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이 이런 일을 해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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