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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3.19 16:36:17
  • 최종수정2019.03.19 16:36:17

최종웅

소설가

이시종 충북지사가 집착하는 인재양성론을 듣고 있으면 떠오르는 게 있다. 중부고속도로의 정체된 모습이다. 청주에서 서울을 가기위해 중부고속도로를 타면 큰일 났다는 생각과 함께 이시종 지사 모습이 보인다. 말이 고속도로지 4차선 국도만도 못하다. 시속 110km까지 달릴 수 있지만 80~90km도 못 달리는 때가 많다. 오죽하면 시외버스 운전기사들이 북진천까지는 국도를 타고 가다가 평택 고속도로를 이용하겠는가.

중부고속도로는 충북의 대동맥이다. 이 도로가 개통되면서 진천 음성 청주 주변에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정체가 심하면 충북의 산업도 고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중부고속도로를 확장해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십여 년 전부터 아우성치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서울·세종 고속도로 신설을 추진 중이라 몇 년 후엔 해소될 것이란 주장도 타당하다. 그건 십여 년 후의 문제이고 중부고속도로의 고통은 당장의 문제다. 응급처방이라도 하지 않으면 충북의 산업도 정체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다 보면 다급한 심정으로 중앙부처를 찾아다니는 이시종 지사의 모습도 보인다.

사실 이시종 지사는 총리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경력이 화려하다. 청와대 총리실을 비롯해 웬만한 중앙부처에서 다 근무했다. 국회의원도 두 번이나 했다. 여기에 청주고와 서울대 학연까지 동원하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중부고속도로 확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도지사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많은 돈을 타다가 지역을 발전시키고 싶을 것이다.이런저런 인연을 팔고 다니면서 뼈 속 깊이 느끼는 비애가 바로 지역 출신 인재가 없다는 문제일 것이다. 그나마 중앙에 남아 있는 인사들은 평준화가 되기 이전에 청주고 충주고 제천고 등을 나와 서울대 연대 고려대를 졸업하고 사시나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들이다. 그런 인맥이 끊기고 있으니 인재 부족을 한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인재육성을 위한 명문고 설립이고,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대기업과 접촉했을 것이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니 설립자금을 마련할 방안까지 찾았으니 김병우 교육감이 감지덕지할 줄 알았을 것이다. 반응은 뜻밖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대정신에도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상급식비 분담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각서까지 받고서야 예산을 지원해주었을 것이라는 상상이 가능하다.

이런 생각을 하면 남한산성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신흥대국 청의 침략을 받고 남한산성에 갇힌 조선은 명분과 실리 싸움을 하느라 국론이 분열되었다. 최명길은 청과 화친하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실리를 주장했지만 김상헌은 부모처럼 모시던 명을 어떻게 배신할 수 있느냐고 반대했다. 만약 최명길의 실리를 받아들였다면 청 태종 앞에 나가 무릎을 꿇고 항복하는 치욕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충북은 다른 시도와 경쟁해서 이길만한 것이 거의 없다. 면적도 적고 인구도 하위권이며 특별한 자원도 없다. 유일한 자원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뿐이다. 다른 시도에서 자사고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교육방식이라고 폐지하더라도 충북만은 고수해야할 입장이다. 아직도 전국에는 58개의 명문고가 있는데도 충북은 단 한 군데도 없으니 인재양성이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실제로 며칠 전에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3년차 내각에는 충북 출신 장관이 단 한 명도 없다. 이시종 지사의 실리와 김병우 교육감의 명분 싸움을 해결하지 못하면 충북 교육도 삼전도 치욕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다행히 급식비 분담 문제로 갈등이 격화되었을 때 장선배 도의장이 나서서 해결한 적이 있다.

도의회는 도와 교육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주민대표 기관이다. 도의회의 주선으로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서 이상적인 인재양성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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