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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6.18 17:43:33
  • 최종수정2019.06.18 18:14:56

최종웅

소설가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은 좁다. 좁디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살길이 열린다.

그것은 중국을 따돌리고 일본을 추월해야만 하는 길이다.

우리가 중국에게 추월당하면 삼류국가로 전락하는 것이고, 일본을 추월하면 초일류국가로 발전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경우도 불가능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일본을 추월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미래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이 일본을 제친 적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자신감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마음만 단단히 먹고 국력을 결집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다.

우리의 정치체제로는 사실상 국력을 결집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일본을 추월하지는 못하더라도 반드시 고수해야할 선(線)이 있다.

그게 바로 중국에 추월당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중국에 추월당하면 경제적으로 낙후하는 것만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세계각지에서 연일 벌어지는 경제전쟁에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문제는 정치적으로 예속 당한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예속은 무엇인가·

병자호란 때 삼전도 치욕을 생각하면 된다. 조선 국왕이 청나라 태종에게 엎드려 33번 절을 하는 치욕을 또 당하게 될 수도 있다.

불행히도 그런 위기감은 사방에서 감지할 수 있다. 20년 전에 중국을 가면 우리가 그런 치욕을 언제 당했었느냐고 반문할 정도로 대우를 받았다.

관광지마다 '천 원'소리를 연발하면서 물건을 사달라고 쫓아다니는 중국인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월감을 느끼는 게 당연했다. 5천년 역사에 이렇게 기쁜 일이 언제 있었느냐며 행복해했다.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한 건 10여년 전부터였다.

그때도 국민소득은 우리가 훨씬 앞섰지만 국력은 우리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몇 달 전 중국을 다녀오면서 중국은 우리보다 얼마나 앞서고 있느냐는 궁금증이 컸다.

중국인에게 우린 안중에도 없고 미국만 라이벌로 보인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국은 대만이나 홍콩 마카오처럼 보일 게 뻔하다. 그런 의식을 반영한 게 시진핑의 말이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린 무례한 말이라고 흥분했지만 그들 눈엔 당연한 역사였을 것이다.

중국에게 추월당하는 판에 일본을 추월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패배주의 젖는 걸까· 우리 자신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밤낮없이 경제발전을 위해 몰두해도 불가능한 일인데 우린 정파싸움을 하느라 경제위기를 잊고 있다.

서민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괜찮다고 자랑만 늘어놓는다.

불이 났다고 아우성을 쳐도 아무도 불을 끌 생각을 않는다. 네가 불을 냈으니 네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싸움만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정치 병을 고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당연히 중국에 추월당할 테고, 일본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일본이나 중국에 먹히는 것뿐이 없다. 중국에게 수모를 당하지 않으면 일본에게 치욕을 당할 것이다.

굴욕의 5천년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정치체제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국가목표를 일사불란하게 추진할 수 있는 통치체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물론 북한에게도 추월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이 우리의 수십 분의 일도 안 되는 국력으로 핵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유일체제 덕분이다. 문제는 우린 정치체제를 바꿀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늘이 우릴 돕고 있다. 중국을 따돌릴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우리를 대신해서 미국이 중국을 제압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그런 기회가 왔는데도 우린 그 기회를 살릴 생각조차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편에 서라는 미국과 중국의 압력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우리 기업을 돕는 정책이라도 써야 할 것이다.

천재일우의 기회도 날려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도 서민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국운이라고 한탄만 하기에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아깝지 않은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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