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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1.27 17:56:08
  • 최종수정2018.11.27 17:56:08

최종웅

소설가

 운전을 하면서 가장 위험을 느낄 때가 유턴할 때다. 갑자기 차선을 역으로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자칫 마주 오는 차와 충돌할 위험도 있다. 그래서 유턴할 때는 엄격한 조건이 있다.

 우선은 차가 역으로 돌 수 있는 폭이 확보돼야 한다. 최소한 4차선은 돼야만 유턴을 허용한다.

 두 번째는 마주 오는 차와 충돌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좌회전할 때나 보행신호등이 켜져 있을 때만 안전하다.

 지금 한국사회는 각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역주행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고 단속도 하지 않는다. 사고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안보 문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반공교육을 받고 자랐다. 공산당은 빨갱이라고 교육받았다. 머리에 뿔이 난 빨갱이는 무조건 때려잡아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세상이 바뀌고 말았다. 머리에 뿔이 난 빨갱이를 때려잡는 게 아니라 칭송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일 때도 있다.

 대통령이 빨갱이를 찾아가기도 하고, 초청하기도 한다.

 그것을 이상하다고 하면 반통일 세력으로 매도당한다.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이 영웅 대접을 받으며 안보강연을 하며 사는 게 상식이었다. 영웅대접은 고사하고 북송위협을 받는가하면 감시까지 받는다고 야단이다. 갑자기 바뀐 세상이 어지러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있다. 어릴 때 받은 교육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역주행을 하려면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마련해야 한다.

 자유민주국가라고 명시한 헌법을 개정하든가,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부터 폐지해야한다.

 남북화해가 아무리 급해도 6·25 남침, KAL기 폭파, 천안함 폭침 등에 대한 사과나 비핵화 등은 반드시 선행돼야만 한다.

 한국사회의 역주행은 경제 분야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배가 고파서 물로 허기를 채우던 시절 우리의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열심히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면 행복하게 잘 살줄 알았다. 막상 집을 사고, 자가용을 굴리며,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이 돼서 느끼는 감정은 성취감이 아니다.

 타도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깨닫는 섬뜩함이라고 말하는 기업인이 많다.

 물론 원성을 살만한 일을 하는 악덕 기업인도 많다. 그렇다고 전체 기업인을 미워하고 그들의 재산이 모두 부정한 것이라고 매도한다면 자본주의가 아니다.

 마주 오는 차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역주행하는 것과 같은 자살행위다.

 기업인이 공장을 해외로 옮기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현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실업자가 늘어나면 모두가 못사는 사회로 하향 평준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을 해서 원성을 받느니 재산을 돌려놓고 수급을 받고 사는 게 편하다는 생각이 일반화될 수도 있다.
 편향된 정책은 시장경제 질서를 부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 과정부터 거쳐야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역주행은 공직사회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동네 어른이 아이를 보면 물어보는 말이 있다. 나중에 커서 무엇이 될 것이냐는 질문이다. 대부분 대통령이나 장관,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말한다. 고관대작이 되겠다는 아이를 대견스럽게 생각하지만 그 꿈은 갈수록 작아진다.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다시 판검사 등으로 현실화되더니 취직만 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바뀐다.

 그 꿈이라도 이루면 행복해야 할 텐데 이루지 못한 것만도 못한 사회가 되는 것도 역주행이다.

 군, 경찰, 국정원 등에서 안보에 헌신한 요원이 퇴직하면 긍지를 갖고 살아야 할 텐데 고문 전과자 등으로 매도당하기 일쑤다.

 남의 잘못을 재판하며 살아 온 판사가 수사를 받기위해 불려 나오는 것을 보면서 누가 재판에 승복하겠느냐는 걱정을 하게 된다.

 부득이 역주행을 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다. 안보 민생 등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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