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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겨울 밤하늘의 별은 눈동자처럼 빛난다. 수많은 별 중에 눈길만 마주쳐도 속삭일 듯 반짝이던 그 별. 우리 익히 알고 있는 작은곰자리의 폴라리스다. 흔히 북극성이라고 하는데 아주 오랜 옛날부터 항해의 길잡이가 되었다. 일 년 내 움직이지 않는데다가 유달리 밝아서 관측하기가 수월했다는 두빛나래 별. 큰곰자리에 속해 있는 북두칠성이 커다란 국자라면 자그마한 국자 모양으로 알려지면서 친숙해졌던 작은곰자리의 폴라리스 별.

밤하늘을 보고 있으면 그 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빛나는 것 때문일까. 게다가 별에도 이름이 있다니. 하늘에 별이 뜨는 것만도 설레는데 누군가는 이름까지 지어놓았다. 별이 있다는 것은 또 누가 처음 생각했는지 그렇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별을 생각하면 극히 적은 숫자였지만 폴라리스라는 이름은 유달리 정겹다.

두 개의 별은 어디서나 잘 보였다. 멍석을 깔고 앉아 옥수수를 먹을 때도 북쪽에서 저만치 빛나던 추억의 별이다. 밤 마실을 다녀올 때도 툭하면 마주치던 별이다. 들킬까 봐 발소리를 죽인 채 삽짝문을 밀고 들어설 때도 빙그레 웃는 것처럼 지켜보고 있었지. 조마조마한 마음도 아랑곳없이 환히 빛날 때마다 밤하늘의 신비가 잡힐 듯 다가오곤 했는데….

인도의 천문학에서는 붙박이별이라고도 불렀다. 떠돌이 철새들 또한 움직이지 않는 국자 모양의 별을 길잡이로 삼는다. 그로써 바닷가의 배가 안전하게 항해를 하고 수많은 철새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그만치 정겹기도 한 별이다. 뭔가의 지표가 되려면 어떠한 경우에도 움직이는 일 없이 붙박아 있으면서 자리를 지킬 때라야 가능하다.

폴라리스가 있으면 방향을 잡기가 수월하듯 소망이 있으면 인생도 견딜만하다. 하필 겨울에 빛나는 것 또한 어려울수록 힘이 되는 지표를 나타낸다. 별에도 계절이 있다면 폴라리스는 겨울의 별이었으니까. 북쪽에서도 훨씬 북쪽의 별은 눈물을 머금은 듯 영롱했었지. 북극성이라고 한 것도 냉기에 뒤덮인 북극의 별이라는 뜻이다. 어려울수록 가치관 정립이 필요한 것처럼 밤길을 비추기 위해 항상 같은 자리에서 이름도 예쁜 폴라리스로 남아 있는 별.

같은 별이라도 진흙탕을 가는 사람에게 더 밝게 보인다. 창가에서 가로등 밑에서 바라보는 눈길도 따스하지만 비가 온 뒤 진흙탕에서 볼 때는 소망보다 깊은 의미를 갖는다. 밤낮으로 뜨는 별이 밤에야 포착되는 것도 어둠의 바탕화면은 밝음의 전초기지라는 의미다. 밝음을 위해서도 반대편 쪽은 깜깜할 수밖에 없다.

중심을 잡지 못해 흔들릴 때도 어둠 속에 빛나는 폴라리스를 새긴다. 깜깜해질수록 빛나는 별처럼 그렇게 힘을 키우고 싶다. 아름다운 인격이 시련으로 결정된다는 것은 고통 역시 아름다운 삶의 모태가 된다는 의미다. 살다 보니 절반은 암흑이었으나 밝음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별은 혹 날씨 때문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치관은 언제까지고 빛날 테니까.

눈 감으면 자그마한 국자 모양으로 비치던 북쪽 하늘의 별이 선하다. 숲의 요정 칼리스토는 제우스와 정을 통하고 아르카스를 낳았으나 헤라 여신에 의해 곰으로 변했다. 사냥꾼으로 성장한 아르카스는 숲에서 커다란 곰을 만났다. 자기 어머니인 줄도 모르고 화살을 겨누는 순간 제우스는 둘 다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 헤라의 질투 때문에 북쪽 하늘을 지키는 붙박이별로 바뀌었지만 크고 작은 국자 모양의 별을 일 년 내 볼 수 있게 되었다.

뭇별이 모여드는 초저녁보다 빛이란 빛은 깡그리 차단될 때 빛나는 한 점 별이고 싶다. 특별히 어둠 속에 빛나는 폴라리스별이고 싶다면 역경까지도 사랑할 일이다. 절망이 닥칠 때도 이름 고운 별이 하필 북쪽 하늘에서 빛나는 소망을 새긴다. 나보다 힘들어하는 누군가의 폴라리스로 남고 싶은 것이다. 어둡고 쓸쓸한 길을 밝히는 밤하늘 등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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