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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9.08 14:50:26
  • 최종수정2019.09.08 16:31:33

이정희

수필가

 한 소년이 길을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졌다. 약이 올라 호미로 파내는데 도무지 끝이 없다. 땅 위로 보이는 작은 돌은 큰 바위의 일부였다. 삽을 가지고 와서 파내려가도 계속 나왔다. 깜깜해질 때까지 계속했으나 빙산의 일각처럼 끝이 없다. 지친 끝에 포기하고 흙으로 파묻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소년의 돌부리도 땅에 묻혔다.

 살다 보면 너나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허나 그것은 나도 누군가에게 준다는 뜻이고 내게서 비롯됐든 남에게서 받았든 파헤치지 말고 덮어야 잠잠하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는 또 가해자가 되면서 오히려 더 많이 줄 수 있으므로 피해의식을 가질 건 아니다. 남달리 예민한 기질인데도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이유다. 전혀 아니라면 거짓말이고 단순히 공이 튀는 양상으로 생각해 왔다.

 공이 날아올 때는 피하는 게 우선이다. 피하지 못하고 받는다 해도 곧장 던져 버리면 간단한데 끌어안고는 노심초사다. 어찌 보면 매사 완전한 해결이 우선이지만 그럴 때는 미봉책으로 끝내는 것도 괜찮다. 감당하지 못할 바에는 피하는 게 낫고 피하지 못할 경우 밀쳐 두는 것이다. 다시 넘어지지 않으려면 바위를 파내는 게 상책이나 도무지 불가능할 때는 흙으로 메우는 게 낫다는 거다. 무너지면 또 메우더라도 통째로 들어낼 수는 없기에 온건한 방법을 택하는 게 순리다.

 돌부리를 파헤치는 소년은 곧 우리들 모습이다. 남에게 준 스트레스는 잊은 채 받은 것만 기억하는 것도 약점이다. 스트레스가 병이 된다는 것은 적응하지 못했을 때다. 다스리지 못하면 시달릴 수밖에 없고 복잡 미묘한 게 스트레스라면 원인 제거보다 활력소로 바꿀 수 있어야겠다. 독수리가, 오랫동안 날아도 지치지 않는 것은 노폐물 젖산을 에너지로 바꾸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도 그렇게 바뀔 수 있다면 특유의 강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가의 돌부리는 우리를 다치게 하지만 담장이나 절벽 끝에서는 디딤돌이 된다. 마음 깊이 담아둔 스트레스에 우리 늘 시달려 오곤 했으나 아무렇지도 않고 곁에 둔 돌부리는 오히려 디딤돌 역할을 한다. 젖산을 에너지로 바꾸는 독수리처럼 돌부리에 걸릴 때마다 디딤돌로 생각할 수 있어야겠다. 젖산을 제거하는 것은 바위를 파들어 가는 것처럼 무익한 일이었으나 에너지로의 환원이라면 흙으로 덮어두는 것처럼 순리적이다. 똑같은 대응책인데도 격조를 따질 수밖에 없다.

 돌부리에도 등급은 있다. 스트레스 또한 조약돌처럼 파내기가 수월한 것도 있다. 소소한 것은 적절히 대응하되 소년이 파려던 바위처럼 불가능할 때는 변수가 필요하다.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큰 것은 또 그에 맞춰 해결해야지 그렇지 않고서는 파내지도 못할 바위산과 씨름하는 격이다. 무모한 줄 모르고 시작은 했어도 일찍 포기하고 흙으로 덮은 소년은 그나마 현명했다. 다음날까지 혹은 이듬해까지 계속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낼 수 없는 것은 일단 덮어 두는 게 상책이다. 그 외에 소소한 문제는, 독수리가 젖산을 에너지로 바꾸는 것처럼 적용하다 보면 공연한 시간 낭비는 줄일 수 있다. 주의를 해도 예기치 않게 넘어뜨리는 돌부리 앞에서도, 넘어지는 게 대수냐고 버티면 대담해지기도 한다. 한두 번 계속되기야 하겠지만 이후부터는 절대 안전한 디딤돌이다.

 넘어지지 않고 어찌 일어설 수 있는가. 다섯 번보다는 열 번 넘어진 사람이 더 굳게 일어날 수 있다. 걸림돌 같은 스트레스를 활력소를 바꾸는 거나 디딤돌로 바꾸는 것 역시 어찌 생각하느냐에 따른 문제다. 독수리의 강점인 젖산의 에너지화는 몸의 기능에 관한 거라서 방법이 없으나 스트레스를 활용하는 일은 마음자세로 가능하다. 평지에서의 걸림돌은 즉 절벽에서의 디딤돌인 것처럼 인생의 돌부리 역시 과도기에서는 운명을 바꿀 만한 계기가 된다. 또 하나의 소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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