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2.04.10 15:59:01
  • 최종수정2022.04.10 15:59:00

이정희

수필가

해거름 난데없는 폭우가 쏟아졌다. 갑자기 비를 만나 혼비백산인데 우박까지 떨어진다. 팥알보다 작은 얼음 조각 때문에 이만저만 추운 게 아니다. 꽃샘은 역시 이름값을 한다. 그냥 봄이 오게 둘 수는 없었나 보다. 아무리 그래도 이 봄에 웬 난리람·

부랴부랴 돌아와 보니 옷이 흠뻑 젖었다. 아침에 두꺼운 옷을 입고 나서길 잘했다. 엊그제는 쑥을 도리고 미나리를 뜯으면서 그을릴까 봐 걱정했는데 개벽이 일어났다. 봄나들이 할 때는 기초화장을 더 꼼꼼하게 하지만 워낙 된볕이다. 심술이 다래다래한 시어머니가 그래서 딸은 방에 앉혀 놓고 며느리만 봄볕에 내보내는 것이다.

금이야 옥이야 위한답시고 가을볕만 고집하는 어머니 때문에 딸은 봄볕 한 번 제대로 못 쬐고 시집을 갔으리. 가을볕도 나쁘지는 않으나 건강 차원에서는 봄볕도 보약처럼 좋은데 그릇된 모성 때문에 본의 아닌 피해를 받는 자녀도 있을 것이다. 암튼 그리고는 장대비가 쏟아졌으니 묘하다.

열흘 전 비가 내릴 때는 눈발이 흩날렸다. 그래도 꿈쩍을 하지 않으니 하다하다 우박까지 동원했으리. 심술궂은 꽃샘이 봄 속에 겨울을 냅다 퍼붓곤 하지만 약이나 올리듯 내일이면 또 꽃은 피고 새가 울 테니 미운 놈 차 버려야 떡시루에 엎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상륙한 것을 보면 겨울은 가는 판국인데 괜한 으름장이다.

봄이 온 길을 추적해 본다. 곱은 손 불며 입춘의 문턱 지나왔겠지. 숨어서 동정을 살피다가 진눈깨비를 만나고 파란 속잎 보고는 머무르기도 했다. 강물이 풀리고 진달래가 글썽일 동안도 갑자기 추워지면서 줄행랑을 친 적도 많았으리. 전세가 역전되어 꽃샘이 도망친 것과 봄이 쫓던 길이가 일치하면서 점점 더 따스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앙심을 품고 쏟아 부었던 눈이 춘설로 쌓일 줄은 몰랐을 거다.

지금은 온난화 때문에 보기가 힘들지만 푹푹 쌓인 눈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피는 그 자체가 설경이었다. 오늘 내린 우박도 날벼락이지만 내일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꽃은 피고 새가 울 테니 걱정없다. 우리 또한 역경이라는 떡시루에 앉아서 꿈을 펼칠 수 있으면 그 또한 추억이다. 누군가 괴롭힐지언정 웃으면서 약을 올리는 게 지독한 겨울을 몰아내는 봄 카리스마였던 것을.

방해를 해도 깔축없는 봄이나, 한 번 제대로 이기지도 못하면서 붙잡고 늘어지는 꽃샘은 가히 불가항력의 존재다. 배부른 참새는 혹 방앗간을 거저 지나칠지언정 봄 참새방앗간은 절대로 건너뛰지 않는다. 꽃샘과 봄이 천적인 것처럼 푸른 하늘을 만드는 것으로는 태풍만한 게 없고 인격의 완성을 위해서는 시련만한 게 없다는 듯이.

어쨌든 꽃샘추위쯤은 상관도 하지 않는 봄이 정말 장하다. 따스해진 이상에는 그쯤에서 물러나야겠지만 미워하는 방법이 오히려 플러스가 되다니 짐작이나 했을까. 그것을 알면 겨울은 또 꽃샘추위를 동반한 작태는 멈추련만 번번이 집적대는 것 또한 봄을 위해서는 다행이다. 오기라 해도 우리 꽃을 완상하게 되는 것 중, 봄을 눈엣가시로 치부하는 꽃샘의 역할보다 중요한 것은 또 없으려니.

해마다 꽃샘을 대적하는 봄과 오늘을 헤쳐가면서 내일을 꿈꾸는 나 또한 영원한 동창생이다. 망치를 들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이고 낫을 들면 당연히 풀을 벨 거라고 하지만 그런 식으로 봄이 된다. 발목을 걸고넘어지는 동안 시비가 붙고 하루 이틀 연장되기는 했어도 봄은 어디 가지 않는다. 꽃샘추위는 봄 참새 방앗간이었지만 극성을 떠는 것에 비하면 별다른 소득 없이 계절은 항상 봄으로 넘어갔다.

내 인생의 어려움도 이제는 꽃샘쯤으로 치부해야겠다. 둘은 서로 앙숙이지만 계절의 서두를 장식하자니 바늘과 실처럼 갈 수밖에 없다. 꽃샘이 없는 봄은 생각할 수 없듯이, 인생도 천적 같은 운명 때문에 빛난다. 얼마든지 괴롭혀 보라고, 그럴수록 떡시루에 엎어진 봄처럼 눈도 깜짝하지 않을 거라고 선포하는 것이다. 며칠 후에는 민들레니 벚꽃도 왁자하게 피어날 테니.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