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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한 인류학자가 반투족 아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일정한 거리에 딸기 한 바구니를 놓은 뒤 일등으로 도착한 어린이에게 주겠다고 하면서 게임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출발 신호와 함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바구니 앞에 도착한 아이들은 함께 둘러앉아서 딸기를 베어 먹으며 사이좋게 놀기 시작했다.

의아한 생각이 든 그가 "누구든지 일등을 한 어린이에게 전부 주려고 했는데 왜 모두 함께 뛰어갔지?"라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일제히 "우분투(UBUNTU)"라고 외쳤다. 그리고 이어 한 아이가 보충 설명이나 하듯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나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라고 대답했다.

반투족은 아프리카의 흑인 부족으로, 콩고의 삼림 지대에서 비옥한 땅을 찾아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빅토리아 호수의 북부와 서부지대에 정착해 사는 이들은 탄자니아의 수쿠마족 니암웨지 족과도 생활 습관이 비슷하다. 우분투가, 사전적으로는 공유와 공동체를 나타내지만,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나눔과 공유의 정신도 아울러 표방한다. 내가 행복하면 내 주변의 5명이 함께 행복하다는 뜻이었으리.

보통 그런 경기는 먼저 달려가서 독차지하려는 게 일반적이다. 1등을 한 뒤 나눠주는 것은 몰라도 처음부터 손에 손을 잡고 달려가서 나누어 먹다니 뜻밖이다. 상대방을 이겨야 내가 산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도 없지는 않을 테니까. 내가 너를 위하면 너는 나 때문에 행복하고 나는 너 때문에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는 나를 비롯한 누군가와의 공동체 일원이었기 때문에.

딸기를 먹고 싶어 하는 친구를 두고 혼자 맛있게 먹은들 행복할 수 있겠느냐는 반투족 어린이의 우분트가 새삼 정겹다. 내가 피운 장미가 소중하면 누군가의 장미도 소중하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 물을 주고 바람막이도 씌워주고 벌레도 잡아주고 공들인 시간만큼 그 사람의 노력도 소중하다. 나의 봄이 소중하면 상대방의 봄도 그만치 아름다운 것을 인정해 주는 게 우분트 정신이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라고 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보다는 너를 앞세웠지만, 내가 너라고 불러 준 그 사람의 너에서는 내가 또 1순위가 된다. 내가 남을 높일 때라야 상대방도 나를 그렇게 인정해 준다. 나를 높이는 최선의 방법은 남에 대한 존중심이다. 남을 높이지 않고서는 나 또한 높아질 수 없다. 누구를 막론하고 한 사람이 슬프면 남은 사람도 똑같이 슬프고 한 사람이 행복하면 똑같이 행복해진다. 그것을 대입하면서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 또한 우분투의 지향점이다.

네가 있기에 우리가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공동체 의식에 바탕을 둔 인간애의 표현이다. 우리가 함께 하면 갑도 을도 없는 평등한 세상으로 바뀐다. 어른이 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다 보면 경쟁은 당연하겠지만, 최소한 우리라는 울타리는 허물지 않을 것이다. 딸기만 해도 서로 경쟁하며 달린들 일등을 한 어린이가 잡으려는 순간 뒤따라오던 어린이와 부딪치고 흙도 묻을 테니, 사이좋게 뛰어가 나눠 먹는 것만도 못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빙 둘러앉아서 나눠먹는 정경이야말로 나눔과 배려의 상징인 우분투 아니었을까. 당신이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더없이 따스한 말이었으니, 나도 소중하지만 우리라는 버팀으로써만 존재한다. 아무리 예쁜 구슬도 실에 꿰지 않으면 흩어져 버린다. 네가 있어 든든하고 행복한 기억이 남아 있는 한 너 때문에 경쟁자가 또 하나 늘었다는 독선은 뿌리박지 못한다.

반투족 어린이의 표상인, 우리라는 실에 꿰어진 구슬처럼 함께 라는 우분트 사고가 지배한다면 따스한 세상이 되리. 너의 꽃도 예쁘고 너의 봄도 찬란하다는 의식이 아니면 내가 피운 장미와 애써 일군 나의 봄도 아름다울 수 없다. 우리라는 개념은, 구슬을 꿴 실처럼 모두를 안전하게 지탱해 줄 원천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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