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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해가 참 길기도 하다.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훤하다. 바야흐로 찔레꽃가뭄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찔레꽃이 한창인 음력 4월부터 음력 5월에 드는 가뭄이라고 나와 있다. 찔레꽃이 필 즈음에는 모내기가 시작되고 그때부터 가물다가 강낭콩을 따고 밭 감자를 캐는 하지 무렵에야 비가 오곤 하였다.

찔레꽃가뭄과 맞물리는 건 보릿고개다. 묵은 곡식은 떨어지고 보리는 미처 여물기 전인 음력 3, 4월에 넘어야 되는 높은 고개다. 먹을 게 없다 보니 쑥버무리와 소나무의 속껍질인 송기로 연명하였다. 술지게미와 비지는 물론 감꽃까지 먹었다. 일제 말기 때 어린 시절을 보낸 노인들 말에 의하면 떨어진 감꽃을 먹기 위해 새벽부터 골목에 진을 치고 기다렸다고 한다.

지금은 쌀 외에 밀가루로 만든 빵이 많고 각종 기호식품도 흔했으나 그 때는 농사에만 의존했다. 그런 터에 가뭄으로 곡식이 타들어갔으니 찔레꽃가뭄과 보릿고개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을 것이다. 호랑이 담배 먹던 얘기다. 제대로 먹지 못해 목은 삘기같이 늘어지고 누렇게 뜬 얼굴에 배만 불룩하게 나온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절실하게 겪지 못한 세대라 믿기지는 않으나 잠이 모자라 쩔쩔매면서 잠이 고프다 보니 허기가 뭔지 납득은 간다. 여름이 될 때마다 잠에 대한 핸디캡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보통 4시부터 부움해지는데, 2시든 3시든 한번쯤은 깨는 버릇이다. 겨울 같으면 다시 잠들 수도 있으나 훤해서 더는 잠이 오지 않는다.

동이 트기 전부터 일하는 농부를 보면 가당치 않은 투정이나, 아득히 옛날 깔딱이며 숨차게 올라갔을 보릿고개를 생각한다. 배고픈 것에 비할까마는 일찍 훤해져서 잘 수 없는 것도 작은 문제는 아니었다. 배고픈 게 어디 먹거리뿐이랴. 잠도 고프면 굶주림 못지않게 힘들지만 일시적이다. 고비라야 또 5월 초부터 6월 말 혹은 7월 초순까지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틀림없이 지나가는 참새방앗간이다. 입춘추위가 꿔서라도 한다더니 찔레꽃가뭄도 꿔서까지 한다.

어느 날은 눈꺼풀이 무겁고 말하기조차 힘들 때가 있다. 그래도 가물수록 뿌리를 넓히면서 물을 찾는 초목들같이 나만의 영역을 넓혀 간다. 작물은 또 모처럼의 단비에 잘 큰다고 했다. 자주 내릴 때는 웃자랄 염려가 있어도 가뭄 끝의 단비에는 부작용이 없다. 너무 오래 가물어도 지실이 들지만 잘 극복하면 가뭄 끝의 단비로 풍성한 결실을 기약한다. 농부에게는 해가 길어서 작업시간이 늘어나듯 나 또한 시간은 많아서 작품을 검토할 때는 제격이었다.

어쨌거나 찔레꽃가뭄은 참 예쁜 말이다. 새하얀 꽃은 담백하고 깨끗한데 하필 가물 때 피면서 서글픈 꽃으로 알려졌다. 모내기가 한창일 때 만발하는 꽃 이름을 따서 찔레꽃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서 나름대로 가뭄을 극복해 온 성 싶다. 보릿고개 어름에서 찔레꽃을 먹으면 아쉬우나마 허기는 가셨다. 손가락같이 통통한 순도 간식거리는 되었으나 배가 고프지 않으면 먹을 이유가 없다. 단지 먹을 게 없어서라니, 눈물겨운 얘기다.

하늘바라기 논에만 의지했던 그 옛날, 배를 곯다 보면 거칠어진다고 찔레꽃가뭄이라는 전설적인 이름을 붙이면서 어려움을 타개한 것일까. 아무리 기다려도 비가 오지 않을 때 구황식물로 끼니를 잇다 보면 가까스로 보리가 영글어 한숨 놓았으리. 그렇게 오르고 올라도 고갯마루가 보이지 않는 영(領)을 넘었다니, 오래 전 이야기다.

엊그제는 그야말로 먼지를 적실 만치 비가 내렸다. 오랜 가뭄에 비하면 쥐 오줌 정도였으나 일 차 갈증은 해소된 것처럼 빗소리를 들으며 혼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찔레꽃가뭄의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으나 한 줄금 단비로 일시에 해소되는 것처럼 찔레꽃불면증도 가끔 쏟아지는 단잠 때문에 견딜만했다. 고비를 넘기면 여름도 금방이었다. 하지가 지나면 밤은 조금씩 길어지고 계절병 같은 찔레꽃불면증도 사라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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