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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수정같이 맑은 물에 하늘이 풍덩 내려왔다. 언덕의 잔디와 등성이 산자락도 흠씬 잠겼다. 누군가 자배기만한 하늘을 가라앉혀 놓고는 물풀까지 심어 놓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햇살이 반짝이고 소금쟁이는 물을 쪼는데 고기는 자그마한 피라미와 송사리 떼만 보인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는다. 어릴 적 아버지가 들려주시던 말씀이다. 까칠한 성격에 톡톡 털고 다니는 게 영 속상하신 투였다. 우리 딸 언제나 틀림없고 반듯한 줄은 알지만 힘들 수도 있으니 타협도 하면서 어우렁더우렁 지내라는 간절한 타이름이다.

의중은 너무도 잘 알지만, 몇 몇 송사리 떼처럼 깊은 숲 맑은 물에서 노는 행복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타일러 봤자 소용없겠지만 라고 강조하셨다. 아버지는 나를 정확히 꿰뚫어보셨다. 지금도 맑은 물이 좋았으니까.

기슭의 나무에서는 산새가 우짖고 냇물도 노래하듯 흐른다. 풍경은 그만인데 낚시는 꽝이란다. 낚시꾼 한 사람이 풍경에 반해서 왔겠지. 맑은 물에 발 담근 채 낚시를 드리웠지만 지금 보는 것처럼 물고기는 없었을 거다. 한 번 두 번 허탕을 치다가 끝내는 맑은 물 어쩌구 하면서 자리를 옮겼을 거다.

반신반의하면서도 뜻밖에 많이 잡고 보니 흙탕물이었다. 몇 번 재미를 들이고는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는다고 장담하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겠지. 내가 낚시꾼이라도 맑은 물 어쩌구 타박이 나왔겠지만 풍경은 신선이 나올 법하다. 푸른 숲속 내음과 맑은 공기는 고기 몇 마리 잡고 좋아하는 낚시에 견줄 일이 아니다.

너럭바위에 걸터앉는다. 들리느니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뿐인 개울에서 발을 담그고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물속을 들여다보니 휙휙 몰려드는 피라미 떼가 늘차다. 얇고 투명한 비늘을 보면 물고기라도 잡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장난으로 움켜잡는데 어찌나 재빠른지 금방 달아났다. 그물이면 몰라도 깊은 골짜기 찾아오는 사람이 그것을 챙길 리는 없다. 기껏 잡은들 잉어 한 마리도 안 될 테니 저수지에서 팔뚝만한 잉어를 노리는 게 타산적이다.

바람이 싱그럽다. 여기라면 세상 걱정 모두 잊을 수 있겠다. 맑은 물에서 실패한 낚시꾼의 푸념은 이해가 되지만 산골짝 개울에서 송사리처럼 피라미처럼도 괜찮지 싶다. 벼르고 찾아 온 낚시꾼도 잡을 생각이 들지 않게끔 가난한 물고기를 자처하는 거다. 큰물이 지면 떠내려갈 수밖에 없지만 그 전에는 산골짜기 웅덩이에서 하늘 구름 누비며 행복할 수 있다. 밤이면 별도 함지박만큼 반짝일 테니 그만한 휴식처가 있을까.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맑은 물의 전신은 흙탕물이었다. 그런 물일수록 또 고기가 잡힌다니 별나다. 며칠 전 장대비가 쏟아졌다. 밤새 천둥소리에 자는 둥 마는 둥 아침에 나가 보니 황토물이 크릉 크르릉, 굉장한 기세로 흘러가고 있었다. 두 사람 낚시꾼을 본 것은 그때였다. 고기라도 걸린 듯 환호성과 함께 제법 큰 물고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큰물을 피해 가다가 잡히는 성 싶다. 장마가 지면 뜰에서 지붕에서 피라미 떼와 팔뚝만한 잉어가 잡힌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도 운명의 탁류를 거슬러 가면서 소망을 이루거나 변을 당하는 등 곡절이 많을 것이다. 모험도 따르겠지만 맑게 정제될 물을 생각하면서 견뎌야 하리. 어부에게 풍랑과 파도는 시련이었으나 극복하면 항해의 목적이고 희망이었던 것처럼.

흙탕물은 흙탕물대로 맑은 물로 가라앉히는 과정이다. 증명이나 하듯 엊그제만 해도 흙탕물이었던 청미천이 풍경을 담은 채 흐른다. 느낌이 수수롭다. 문득 장마도 필요했다는 생각이. 2년 3년 주기로 개울이 찰랑찰랑할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이재민 등의 피해가 있었지만 해마다 큰물은 지나갔었다는 생각이. 우리 삶도 운명이 휘젓지 않으면 무의미해질 수 있다. 흙탕물 속에서도 참고 견딜 동안 맑고 투명해질 날을 꿈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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