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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바람이 시원하다. 하늘에는 구름이 떠가고 길섶에는 들꽃이 잔뜩 어우러졌다. 참나무 숲에서는 기둥을 쪼아대는 딱따구리 소리가 요란하다. 오늘 따라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이 많다. 조용한 곳이어도 가끔은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러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사람멀미였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듣다 보니 막힌 가슴이 탁 트인다.

산책로가 끝나면 벚꽃길이다. 푸른 하늘은 간 데 없이 붉은 꽃만 가득했다. 이름도 예쁜 꽃멀미였다. 멀미라 해도 투명한 꽃멀미가 있었구나. 아름드리 가지마다 톡톡 이파리가 분홍차일을 늘어뜨렸다. 나무 자체가 꽃구름이다. 모람모람, 꽃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나무는 어떻게 저리 많은 분홍꽃잎을 숨겨 두었다가 와락 터뜨리는 것일까.

소매가 넓으면 춤추기 좋다는데 산새들 노래에 맞춰 꽃들이 너울너울 수를 놓는다. 북적대는 통에 피해 온 것이 대박을 만났다. 조약돌 피하려다가 수마석을 만났는데 결과는 훨씬 좋았다. 멀미가 분명한데 어지럽기는커녕 또 다른 멀미 때문에 기분전환이다. 우짖는 새소리와 재깔대는 물소리 바람소리가 굉장하지만 백색소음이라 오히려 충전이 되는 것처럼.

멀미를 자주 했다. 버스든 기차든 올라타기만 하면 휘발유 냄새가 진동을 한다. 유람선을 탈 때도 파도가 치면 어지럽다. 어쩌다 대형마트에서 아이쇼핑을 하다 보면 그 또한 힘들었다. 번화가이다 보니 차멀미 사람멀미에 소리멀미까지 소음전쟁이었으나 그로써 꽃멀미를 알게 되었다. 차멀미는 대부분 겪었을 테고 내성적 기질이면 사람멀미도 있지만 소리멀미는 흔치 않다. 결국 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게 일이다.

시끄러운 소리를 피해 오솔길을 걷다 보면 무심코 들려오던 풀벌레 소리. 산새들 노래와 계곡물 소리가 어우러지면 숲속 교향곡이다. 풀벌레 소리와 바위틈 솟아나는 옹달샘 소리를 모아 예쁜 소리모음을 엮기도 한다. 멀미 때문에 알게 된 꽃멀미가 딴에는 소중하다. 동녘 하늘이 밝아올 즈음 벙그는 꽃잎의 기척도 들린다. 누군지 모르나, 가끔 지나가면서 듣던 외딴 집의 첼로 소리까지 자늑자늑 정겹다.

한낮이 겨웠다. 눈을 드니 다시금 펼쳐지는 꽃 터널이 예쁘다. 얼마 후에는 지고 말겠지만 초록멀미가 기다린다. 한여름의 갈맷빛 녹음 또한 멀미제거로는 최적이었다. 초록은 건강한 빛깔이다. 뒤미처 가을이 되면 단풍멀미도 있다. 노을처럼 핏빛처럼 붉은 빛깔은 저녁노을을 보는 듯 환상적이었다.

단풍이 지고 나면 겨울이다. 높파람에 세상은 동토의 침묵에 덮인다. 눈을 들면 모두가 회색 모드로 바뀌는데 특별히 겨울나무는 악기가 된다. 바람 불어 썰렁한 중에도 저마다 속울음으로 겨울을 노래한다. 더 이상 좋은 멀미약은 없다고 했는데 함박눈이 남았다. 백설의 원시림을 봐도 눈은 환히 열렸다. 몇 번 함박눈이 쌓이면 눈 건강에는 최적이었다.

별난 체질 때문에 수 십 년을 고생했는데 초록멀미와 단풍멀미 함박눈 멀미까지 정점을 찍었다. 남들은 생각지도 못했을 멀미에 시달릴 동안 덤으로 주어지는 행복이었다. 멀미를 이기는 것은 멀미였을까. 맞불처럼.

짜증스러웠던 멀미가 꽃과 초록 그리고 단풍과 함박눈 백신을 만들었다. 지금 누리는 백신의 혜택이 그 동안 참아왔던 멀미의 항체였다면 묵묵히 참아야 하리. 백신은 곧 각종 병원균으로 만든 항체였다. 수많은 멀미에서 추출한 자연성 면역이야말로 드난살이에도 깔축없는 초강력 지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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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