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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오래전 나의 소원은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었으면 하는 거였다. 그로부터 20년 후에 마침내 도서관이 생겼으나 외진 데라 버스도 없다. 자가용도 일반화되기 전이고, 택시를 타자니 왕복 2만 원이었다. 인근의 아파트 사람들이 최고 부러울 때였다.

그로부터 15년 후 이번에는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생겼다. 걸어서 3분 남짓이라 조용히 앉아 책 읽는 것만 빼고는 이웃집에 마실 온 기분이다. 결혼한 뒤로부터 장장 35년이다. 책도 많고 필요하면 컴퓨터에, 겨울에는 안방처럼 따스했다.

짜증이 날 때마다 도서관 옆에 사는 것을 소원으로 삼았던 시절을 돌아본다. '이젠 도서관도 맘대로 갈 수 있잖아'라고 하면서. 어떤 경우든 감사가 우선이다.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사는 비결이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 공통점이기도 하다. 태양을 반사하는 달처럼 행복의 거울도 감사를 되비추면서 빛난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사람은 행복의 성을 쌓을 수 있다. 감사하지 않으면 얻을 게 없다.

사람들은 보통 만족스러운 일이 생길 때 감사한다. 기쁜 일이 생겨도 찌푸리는 것보다는 낫지만 감사할 일이 없는 것 같은데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불평이 없기에 원망도 없다. 어떤 경우든 감사가 습관화된 인격이 삶의 완성도를 높인다.

불행한 사람은 감사할 줄 모르나 아주 작은 감사라도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털어서 먼지를 내듯 찾는 것이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 치고 감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목록을 적다 보면 감사할 일은 자꾸 생길 테니까.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을 마을을 상상해 본다. 하늘은 푸르고 새들까지 와서 우짖는, 거기 언덕에는 크고 작은 나무가 자라고 나비와 꿀벌이 찾아든다. 가다 보면 오밀조밀 늘어선 집이 예쁘다. 조개껍데기를 엎어놓은 것처럼 혹은 여남은 개 돌섬을 옮겨 놓은 듯한 지붕 밑에서 오순도순 정겨운 사람들.

가끔 꽃나무가 보이고 꽃이 떨어지면 열매가 달리겠지. 기쁨과 화평과 사랑 열매는 감사하는 사람들이 가꾸는 세상 그대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를 드리겠지. 행복은 생각한 대로 보이는 신기루였다.

찾기도 수월할 것이다. 보통의 집과는 달리 스스로 감사하는 사람에게는 금방 보일 수도 있다. 이정표도 필요치 않겠지만 한 가지 관문 통과 절차는 있다. 엘리베이터라면 어찌어찌 타기는 했는데 정원이 초과되면 제동이 걸린다. 몇몇은 내려야 작동되는 자동문처럼, 가진 걸 내려놓으면 출입이 자유롭고 간단할 테니 희망적이다.

딱히 주소도 없고 어수선할 때만 찾는 곳이었으되, 감사할 일이 많은데도 투정을 부리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지도에도 없는 특정 공간이나 별이 금강석처럼 빛나는 마을을 생각하면 푸근하다. 감사할 게 있어서 감사보다는 부족한 중에도 애써 감사하는 것이다. 기도 제목은 크지 않아도 소망의 탑을 쌓는 행복은 무한하다. 감사하지 않으면 얻을 게 없다. 행복하기 때문에 감사한 게 아니라 감사하기 때문에 행복해진다.

감사의 마을은 결국 상상이었지만 감사가 물마처럼 가득한 곳에서 꽃 한 송이 보는 행복이 그립다. 작은 것에 만족하지 않으면 큰 것을 받아도 다를 게 없다. 얼마나 행복한가는 감사의 깊이에 달렸다. 나는 또 도서관 소망을 이루었다. 최고의 축복은 감사하는 마음이고 벽에 던지는 공처럼 또바기 자신에게 돌아온다. 어떤 경우든 최고의 기쁨과 은총을 허락하는 감사야말로 인생 최대의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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