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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모처럼 명품 가방을 선물로 받았다. 스마트폰과 신분증, 그리고 예금 통장이 든 지갑과 화장품 몇 가지 들어가면 꽉 차는 자그마한 가방이 백만 원을 웃돈다는 말에 잠시 놀랐다. 명품이라 해도 오륙십만 원은 되겠지 했다가 뜻밖이다. 나중에 보니 또 그런 가방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비싼 것을 용케 갖고 있구나 했는데 더러는 모조품이란다.

돈이 없으면 포기하고 말지 그렇게까지 해서 갖고 다니고 싶어 하는 심리는 뭘까. 예쁘고 잘 생긴 탤런트 아무개와 닮고자 하는 풍조까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나마 개성만 잃지 않으면 될 것 같은데 행동까지 따라 한다니 그럴 수가. 오죽 내세울 게 없으면 그럴까 싶었으나 그게 이미테이션 문화라고 했다. 그런 중에도 등급은 있으니, 금방 드러나는 것은 짝퉁이고 이미테이션은 구분이 어렵다던가.

갖고 싶어도 너무 비싸서 나온 방법이겠지. 나 역시 선물로 받기 전에는 엄두를 내지 못한 만큼 탓할 수는 없다. 진짜가 없을 때 똑 닮은 가짜라도 지녀야 성이 차는 문화를 정신적 명품의 추구로 돌리면 얼마나 고귀한 인품으로 바뀔지 모르겠다. 진짜가 아니면서 진짜로 행세하는 이미테이션 짝퉁 문화는 좀 그렇지만 인격형성에 도입하면서 닮고자 하는 것은 괜찮지 싶다. '나타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이 생각났다.

어어니스트는 시골마을의 소년이었다. 마을 뒷산에 바위가 있고 적당한 거리가 되면 사람의 얼굴 모습으로 바뀐다. 인근에는 오래 전부터, 바위얼굴과 닮은 사람이 나와 마을을 이끌어 갈 거라는 전설이 있었다. 얼마 후 이 고장 태생의 한 사람이 거부가 되어 돌아왔다. 예언의 인물이라고 떠들썩했으나 찌든 모습을 보고는 하나같이 실망했다. 이어서 회자된 장군과 정치가도 소문에 비해 후덕한 이미지가 없었다.

그런 중에도 세월은 흘러갔다. 어어니스트는 바위얼굴을 보면서 품성을 갈고 닦는 데 주력했다. 어느 덧 반백의 나이가 된 그는 우연히 한 권의 시집에 빠져들었다. 심오한 글귀에 빠지면서 그 작가를 예언의 주인공으로 생각했으나 얼마 후 아름다운 글과 일치되지 않는 모습에 적잖이 실망했다. 어어니스트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시인도 심오한 사상과는 다른 자기 삶에 회의를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 앞에서 설교하는 것을 보고 시인은 예언의 인물이라면서 그 가치관과 사상을 공유하고자 했다. 어어니스트의 목표는 가치관이었다. 앞서 등장한 인물들이 거머쥔 것은 권력과 명예 재물이었으나, 그가 지향해 온 자기 성찰은 따르지 못했다. 흉내를 낸다 해도 바위 얼굴에 깃든 품격과 정신 영역의 추구가 아니면 허울에 집착하는 격이다.

명품에는 관심이 없다. 얼굴을 뜯어 고쳐서 잘 생긴 누군가와 닮고 싶은 마음도 없다. 우리들 어려서는 위인들의 정신을 배우고자 했다. 얼굴이나 옷에도 관심은 있었지만, 높은 차원을 추구하다 보면 인물이나 맵시는 자연히 고상해진다고 믿었다. 자기 수양을 게을리 한 상태라면 허수아비에게 명품을 걸쳐 놓은 것과 무에 다르랴.

인간적으로 명품이면 장신구와 옷이 허술해도 품격을 높아지련만 됨됨이가 부족할 때는 오히려 깎이고 만다. 알맹이가 진짜가 아닐 때 그럴 듯한 허울이 얼마나 무익한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진짜 명품은 요란스럽지 않다. 가장 아름다운 건 자연스러운 품격이고 뚜렷한 개성은 소박한 중에 돋보인다. 정작 중요한 것이 정신세계라면 순서가 바뀌었다. 외모만치 내실도 중요하다.

누군가 '당신은 명품' 이라고 평하게 되면 그런대로 성공한 삶일 게다. 이미테이션과 짝퉁 문화가 일종의 모방의식이라면 명품 인생은 진솔한 삶을 바탕으로 한다. 명품까지는 아니라도 내적인 삶에 치중하다 보면 반석 위에 지은 집처럼 영구적이다. 아무리 그래도 명품은 희망사항이고 결국 짝퉁이 되겠지만 경건하게 살아 왔으니 나름 만족한 삶은 되지 않을까 싶다.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면서 고상한 인격을 추구했던 어어니스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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