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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그 많은 배추가 고무함지 2개에 모두 들어갔다. 마당에 널려 있던 것을 다듬어 포기를 가르고 절였더니 그리 차분해졌다. 소금 때문이다. 뻣뻣한 선머슴 녀석들이 규중처자마냥 다소곳해졌다. 대단한 위력이다.

김장철, 배추를 절일 때마다 그 의미를 생각한다. 김장이 아닌 여느 때도 간을 맞출 경우 고추장과 간장을 쓰기도 하지만 그들 역시 소금으로 만들었다. 특징이라야 짠맛 하나뿐인데 그로써 음식 맛이 좌우된다.

짠 맛은 바다에서 만들어진다. 모든 색깔을 흡수하면 검은 빛깔이 나오듯 곳곳의 시냇물 강물이, 물의 정거장이고 집산지였던 그 곳에서 끝내는 짠맛을 형성하는 성 싶다. 기후는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차가워지고 물맛은 서쪽으로 갈수록 짜게 바뀌는 것이다.

어떤 지역이든 서쪽에 사막이 많고 물이 적은 지대였다. 동서로 나누어지는 물맛 때문이다. 동쪽에서 흐르는 물이 서쪽으로 가다 보면 물량이 줄고 증발되면서 소금기만 남는다. 염전에서 소금을 만드는 과정 그대로이다.

우리도 냇물이나 강물처럼 어린 시절이 있었다. 물이 마지막 합류지점에서는 짠맛으로 되듯 어지간히 나이 든 후에는 모두를 다독일 수 있는 품성으로 바뀌지 않을까. 맛이라면 새콤달콤한 맛 또는 시고 쓴 맛 등 다양하지만 그물이 암만 많아도 벼리가 으뜸이다. 별의별 맛이 어우러진들 특유의 맛을 결정짓는 것은 짠 맛 하나뿐이다.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맛으로 끝날 테니 음식에는 역시 빼놓을 수가 없다. 소금물에 배추가 차분해지던 것처럼 그렇게.

무엇보다 소금은 썩지 않는다. 지상의 모든 것은 썩어도 소금만은 무사하다. 제 몸이 짜서 그런 줄은 알겠으나 몇 년씩 묵어도 그대로인 걸 보면 참 별나다. 볕에 바짝 구운 소금이라 괜찮았던 것인지. 그렇게 생각하면 또 바싹 말려 둔 곡식 또한 벌레는 꾀는데 소금은 그마저 꾀질 않는다. 유일무이 불변의 존재였을까.

하기야 그래서 그 넓은 바닷물이 썩지 않았다면 놀라운 일이다. 많지도 않고 3% 남짓인, 겨우 그 정도 염분 때문에 썩지 않고 무사했던 거다. 오죽하면 소금이 쉴 때까지 해보자라는 말도 있다. 시간이 걸려도 끝까지 해보자는데 절대로 쉴 리가 없으니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암시였다.

소금처럼 얼마 되지 않아도 바다를 썩지 않게 하는 사람이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다. 혹 소금의 취향은 갖췄는지 몰라도, 물에 들어가서 녹아야 하는데 물에만 넣으면 간단하겠지만 아무리 짠 소금도 덩어리째는 소용이 없다. 녹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골고루 풀어진 다음이라야 했다. 그것은 또 자기희생을 뜻했으니 그래서 더 썩지 않는다. 소금 같은 품성까지는 몰라도 물에 풀어져 녹기까지는 글쎄, 말처럼 쉽지는 않을 터인데…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짠맛으로 모두를 다독이고 스스로도 썩지 않을지언정 녹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니 아득한 느낌이다. 소금의 짠 맛처럼 변하지 않을 인생관 가치관 그리고 모든 지성을 갖추었어도 녹지 않으면 그냥 겉도는 소금처럼 자기 치장으로 끝나 버릴 수 있다. 모든 소금은 녹아서 역할을 하는데 소금의 자질을 갖춘 우리는 그냥 말똥한 소금으로 남는 경우가 있다. 소금과 소금물의 차이는 별 것 아니지만 결과는 천양지차로 바뀐다. 녹지 않는 소금이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소금의 최고 미덕은 야채든 음식이든 아우르고 녹여서 썩지 않게 하는 그 점이고 바로 그게 썩지 않는 본질을 뒷받침해 준다. 우리 또한 더불어 함께 하는 교감으로써만 훈훈한 정이 형성되겠지. 소금 같은 사람이면 부족한대로 성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소금이 없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며 음식도 만들지 못하듯, 우리 역시 맛난 김치와 맛깔스러운 음식을 위해 제 몸을 다 녹여서 절이고 간을 보태주는 그런 존재로 남는다면 세상은 훨씬 살만해질 거라는 생각을 견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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