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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참 예쁜 집이다. 적당히 높은 지붕과 아담한 건물이 가지각색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게 그림같이 곱다. 바람이 불면 정원의 나무가 흔들리고 이름 모를 새들까지 몰려 와 지저귄다. 속칭 부자마을이라고 하는 걸 보면 별장으로 지은 것 같다. 하지만 돈 많은 사람들의 저택이라는 위상은 찾아볼 수 없이 자연 속에 들어앉은 모습이 무척이나 고풍스럽다.

미국에서 본 전원주택의 대부분이 그랬다. 집이라고 하지만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짓는다. 지금 보는 집은 별장이라서 그렇다 쳐도 주변에 있는 서민들의 주택 또한 건물보다는 정원에 치중한 느낌이다. 잔디밭은 기본이고 나무도 몇 그루 이상은 가꿔야 된다는 게 시(市) 당국의 정책이란다.

우리 같으면 대부분 건물에 집착할 테니 별나다. 미국처럼 땅이 넓은 나라가 아니고 보니 방 한 칸이라도 들여서 세를 받는 게 당연할 수 있다. 만만치 않은 건축비에 정원까지 생각하는 건 무리겠지만 가끔 어마어마한 저택을 보면 집안 구조와 가구에 더 치중한다. 과시라고는 하지만 정원을 꾸밀 수도 있다. 잘은 모르지만 온대 지방의 특징대로 철철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는 그 때문이었을 거다.

내가 다녀 온 그 지역도 사막이었던 만큼, 정원을 통해서나마 아름다운 풍경을 재현하고 싶었으리. 그 위에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이 추가되면서 자연보호 의식이 뿌리박은 것 때문이다. 이따금 도로를 건설할 경우 아름드리나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번거로운 것을 생각하면 간단히 캐 낼 수 있다. 그러나 몇 백 년 묵은 것을 생각하면 비용은 들어도 옮기는 쪽이라야 자연보호가 되지 않을까.

그랜드 캐년을 여행하면서 들은 가이드의 얘기가 생각났다. 유학을 마치고 취업준비를 하던 어느 날, 친구가 매입한 땅에 몇몇이 투자해서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지. 그러나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하필 거북이의 서식처였단다. 허가를 받으려면 문제의 서식지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서 옮겨야 될 판이지만 제반 비용 때문에 포기하느냐 마느냐 대책을 의논하게 되었다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전기 사업을 하는 친구를 보고는, 아무도 모르게 전선을 깔아 놓으면 거북이가 죽을 거라고 했다지. 들으나마나 울화가 치밀고 속상해서 하는 말이었다. 전기사업을 하는 친구도 그리되면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거라고 응수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가이드인 네가 몸에 좋다고만 하면 건강식품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빚을 내서라도 살 테니 씨가 질 거라고 능청스럽게 되받았다지. 낙심 끝에 엉너리 치는 말이었으나 그래봤자 거북이의 서식처를 만들어놓지 않고는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내 땅이지만 자연보호 차원에 합당치 않으면 손 쓸 방법이 없다. 의견만 분분했을 뿐 끝내는 포기하자는 쪽으로 낙착해 버렸다는 후일담이 짠하다. 그런 경우 돈을 쓰면서까지 성사시킬 법도 하련만 자연보호가 습관이 된 그들로서는 용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가이드를 위시한 친구들은 얼마나 속상했을까. 흐지부지 되기는 했으나 자연보호를 위해서는 차라리 잘 되었다는 말이 왜 그렇게 감동적인지.

참 예쁘게 지은 전원주택이 다시금 떠오른다. 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의 풍경을 최대한 살려서 짓고자 했을 마음이 집만치나 예쁘다. 앙바틈하니 볼수록 새집 같은 느낌이었지. 자연에 대한 경외심보다 중요한 것은 또 없을 거라고 숙지하는 것이다. 나뭇가지 한 끝을 빌려서 짓는 산새들처럼, 집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나 또한 대자연 속에서는 더없이 미미한 존재였기 때문에.

눈감으면 아득히 푸른 산자락이 흡사 구름이 품어 안은 형국이었다. 어우렁더우렁 모인 집은 또 산이 품어 안은 듯 정겹다. 우리가 짓는 집은 아름답지만 병풍 같은 산자락 때문에 훨씬 더 운치 있게 보인다. 자연이 망가지면 우리의 터전도 무너진다는, 그런 마음을 가질 때 새집처럼 예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조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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