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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어쩌면 그렇게 미운 소리가 다 있을까.

도서관 뜰에 찾아 든 낯선 새. 잠깐 목청을 가다듬는가 했더니 꽉꽉 꽈악꽉 노래까지 부른다. 듣기가 민망할 정도로 거북한데 리듬까지도 뒤죽박죽. 얼마를 그렇게 꽥꽥거리더니 제 깐에도 무안했는지 얼핏 끝내 버린다. 그리고는 한동안 조용한 게 다른 곳으로 날아간 성 싶다.

곧 이어 참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한껏 명랑하다. 앞서 부른 녀석에게는 미안했지만 박자는 물론 화음까지도 착착 맞는다. 듣기만 해도 해맑은 느낌. '그래 저 정도는 되어야지'라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하지만 나 역시 노래는 젬병인데 무얼 탓하랴 싶다.

오래 전에 읽은 한 컷 얘기가 생각난다. 숲 속에 사는 왜가리가 하루는 꾀꼬리와 노래자랑을 했다지. 딴에는 잘 부른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왜가리 같은 소리다.

그 다음 꾀꼬리가 예쁘게, 진짜 꾀꼬리 같은 노래를 불렀다. 왜가리는 잔뜩 풀이 죽었다. 자기가 들어도 꾀꼬리는 참 잘 부른다. 하지만 인정하기는 싫고 꾀꼬리에게 노래자랑을 제안했다.

자신만만한 꾀꼬리는 두 말 없이 허락했다. 누가 들어도 목소리는 좋았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왜가리는 학을 찾아가 내일 노래자랑을 하게 될 거라고 평을 부탁했다. 그 다음 개구리를 잡아서 건네 준 뒤 잘 봐 달라고 청을 넣었다.

다음 날 둘은 마침내 경연을 벌였다. 먼저 왜가리의 노래를 들은 학은 박력이 있어 훨씬 좋다고 선언했다. 개구리 한 마리가 없어 그리 잘 부르고도 지고 만 꾀꼬리. 노래야 누가 들어도 최고 잘 했을 텐데, 그것도 왜가리에게 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한낱 얘기지만 왜가리는 못돼먹었다.

목소리 미운 건 봐 줄 수 있다. 모든 새가 다 잘 부를 수는 없으니까. 괘씸한 것은 꼼수를 부리면서 꾀꼬리를 능멸하는 소행이다. 못 생기면 못 생긴 대로 만족해야지 비열하게 구는 것은 못 생긴 목소리보다 가년스럽다. 

도서관 잔디밭에는 풀이 많다. 예쁜 풀꽃이 있는가 하면 이파리만 넓적한 것도 있다. 가뭄까지 들어 배배 틀어질 때는 볼썽사납다. 하지만 단풍이 들 때는 발긋하니 예쁜 걸 생각하면서 그러려니 넘긴다.

모두가 예쁘면 그들 또한 예쁘지 않을 게 당연하므로. 예쁘다는 것은 못 생긴 누군가가 있다는 의미. 너도 예쁘지만 나 또한 괜찮다는 묵계가 없으면 풀만 무성한 덤불이 되어버린다.

새들 또한 각자 다른 목소리로 노래 부른다. 학 선생 말대로 왜가리 같은 목소리도 박력이 좋다고 평할 수 있건만 목소리를 핑계 대고 멀쩡한 꾀꼬리를 헐뜯는다면, 그게 문제다.

화려한 공작도 목소리는 예쁘지 않다. 찬란한 날개 때문에 그리 태어난 걸 모르고 목소리까지 곱기를 바란다. 공평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아니한 결과 가당치 않은 욕심을 부린다.

세상은 공평하다. 정작 불공평한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보는 자기 안목이다. 남의 밥에 든 콩이 굵어 보인다면 내 밥의 콩도 남의 눈에는 크게 보인다. 생김생김 하면서 이의를 제기하는데 눈 여겨 보면 예쁘지 않은 게 없다. 제 아무리 예쁘게 태어난 사람도 미운 구석은 있듯이 못 생겼다고 하는 사람도 자세히 보면 예쁜 구석이 있다.

각자 달리 생겼을 뿐 못 생기지는 않았다. 진짜 못난 것은 목소리에 대한 핸디캡으로 편법을 쓰는 왜가리의 행동이었다. 생김보다는 품격이다.

저녁이 되자 보슬보슬 흩뿌리는 가랑비. 예쁜 꽃이든 미운 풀이든 똑같이 촉촉 뿌려준다. 잠깐 새 맺히는 구슬 같은 물방울. 얼마 후 비가 그치면 꽃보다 고운 이슬이 함빡 어우러지겠지. 밉든 곱든 똑같이 내리는 혜택을 보는 것 같다.

밤에는 또 휘영청 달빛도 드리우겠지. 좁은 뜰도 근사한 정원으로 여기며 생김을 탓하지 않는 심성을 배우고 싶다. 소박한 마음으로 살면 '잘 났네 못 났네'라는 갈등은 없으리라는 것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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