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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또 시작이다. 동이 트기도 전에 몰려 와서는 시끌시끌 30분은 우짖는다.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5시, 가뜩이나 잠을 설쳐 새벽에나마 눈을 붙여야겠다고 했더니 다 글렀다. 투덜투덜 이부자리를 걷고 나갔다. 거실 가득 들어온 볕이 한나절은 된 듯 훤하다.

벌써 며칠 째 그 모양이다. 새벽 4시면 부움해지고 잠이 깬다. 그나마 조용하면 눈을 붙이기도 하는데 일제히 몰려오면 잠이고 뭐고 달아나기 일쑤다. 여느 때는 합창소리를 듣는 기분이어도 잠을 설칠 때는 소음이다. 새벽녘 간신히 잠들었는데 일찍 일어나야 하니 녀석들에게 화풀이를 할 수도 없고 짜증스럽다. 여름이면 겪는 수난이었으나 딱히 지청구를 줄 것도 아니라 속수무책이다.

오후에는 비가 쏟아졌다. 천둥이 울고 바람이 불었다. 비설거지를 하려고 뒤란을 돌아가는데 처마 끝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종종거리며 좌불안석이다. 필연 혼자 놀러 왔다가 소나기를 만나 깜냥에도 비를 긋는 중이었다. 이따금 하늘을 바라보는 게 언제 비가 그칠지 가늠하는 것 같다. 그리고는 소나기가 그치자 기다렸다는 듯 날아가 버리던 작은 새 한 마리. 비설거지할 것도 잊은 채 무심코 바라보던 작은 새의 거취가 그렇게나 앙증맞고 귀여웠는데….

며칠 전 교회 청소를 할 때 새 한 마리가 들어왔다. 장식장 뒤에서 짹짹짹짹 우짖는 소리 듣고 알았다. 필연 창문을 통해 들어왔을 텐데 밖으로 날려 보내고 싶어도 보이질 않으니 방법이 없다. 그리고 얼마 후 피아노 위에 내려와 앉았다. 옳다꾸나 싶어 얼른 날개를 잡았다. 깜짝 놀란 듯 장식장 뒤로 숨어 버렸다. 다시 창가에 앉았으나 문을 열어주는 순간 또 숨고 말았다.

장식장이 워낙 커서 옮길 수도 없다. 그리 해도 계속 달아날 테니 괜한 일이다. 남의 속내도 모르는 녀석이 답답했다. 계속 울어댄다. 시끄러운 건 고사하고 저러다가 지레 죽을 것 같아 걱정이었다. 청소도 하는 둥 마는 둥 심란하다. 방법이 없어 체념을 하고는 걸레질을 치기 시작했다. 우짖는 소리는 점점 잦아들고 마침내 쥐죽은 듯 조용하다.

죽었나 보다.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했다가 나를 만났다. 밖으로 날려 보내고 싶어서 쫓아다닌 것인데 오히려 저를 해치는 줄 오인했을 테니 씁쓸하다. 두려운 마음에 나오지도 못하고 그대로 죽고 말았다. 일부러 방치한 것은 아니지만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 며칠 후 장식장 뒤에 든 녀석을 꺼내서 뜰에 파묻었다. 바싹 마르고 오그라든 모습이 한동안 눈에 밟혔다.

청소를 한다고 창문을 열어 둘 때 날아왔으니 내게도 본의 아닌 잘못은 있었다. 이후 수많은 새가 모여들 때는 그렇게 죽은 줄 모르고 찾아 나선 녀석의 가족과 친구는 아닌가 싶어 짠했던 기억. 새벽이면 몰려드는 녀석들 때문에 잠을 설치면서도 왜 그렇게 애착이 가는지 모르겠다. 해가 길어지면 더 빛에 민감해서 부스스해 있다가 명랑한 소리에 기분이 전환되면서도 불평이다. 새벽잠이 없어서 듣게 된 건데 좋아하기 때문에 타박도 하는 거라면서.

녀석들도 새벽잠은 없으니 그 또한 닮았다. 비가 오면 날개가 젖을까 바람 불면 추워 떨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정이 들었다. 비를 피해 들어왔을 때 같이 동동거리던 일과 무심코 날아왔다가 봉변을 당한 것까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쩐지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것 같은 마음, 나도 언제나 산새처럼 예쁘게 살고 싶은 마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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