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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오늘도 타이타닉 찬미가를 듣는다.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가 대서양 한복판에서 가라앉을 당시 바이올린 곡에 맞춰 모든 사람이 불렀다고 해서 더 알려진 노래다. 타이타닉 바이올린은 곧 침몰하기 직전 공포에 떨고 있는 선객들을 위해 감동적인 연주를 했던 하틀리 월리스의 유품이었다. 세기적 유람선의 침몰사고 후일담으로 충분히 아름다웠던 하틀리 바이올린의 비화.

당시 그는 타이타닉 호에서 8인조 단원을 지휘하고 있었다. 2012년은 침몰 100주년이 되는 해였고 유품이 공개되면서 경매를 실시했다. 그 결과 90만 파운드(약 15억 원)에 낙찰되었다. 마지막까지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던 하틀리와 단원들의 연주라서 더 감동적이었을까. 그 즈음 호화 여객선은 악단까지 모집했는데, 빙산에 충돌한 뒤 물이 차오르자 바이올린 케이스를 등에 묶은 채 몇몇 단원들과 더불어 타이타닉 호와 운명을 같이 했다.

얼마 후 뒷수습을 위해 부근을 탐색하던 사람들이 하틀리의 사체와 바이올린을 발견했는데 뚜껑을 열자 '마리아'라고 쓴 이니셜이 있었고 주변인물을 탐색해 본즉 마리아가 약혼 기념으로 준 기념품이었던 것. 당연히 마리아가 유품으로 소장하게 되었고 죽은 뒤 경매에 붙여진 것이다.

당시 타이타닉 호에는 음악관 도서관 실내체육관은 물론 발레 코트까지 있었다. 오죽해서 1등칸 객실의 승객들 재산을 합치면 5천조 원이 넘는다고 했을까. 천문학적 숫자다. 얼마나 정밀하게 만들었으면 신도 침몰시킬 수 없다고까지 했으랴만 정면충돌일 때는 물이 들어와도 앞 칸만 부서지고 말 텐데 옆 부분이 긁힌 게 치명타였다.

결국 빙산에 충돌하고도 별다른 조짐이 없었던 게 더 큰 사고로 이어졌다. 몇 몇 사람은 위스키 잔을 들고 와 빙산에서 떨어진 얼음조각을 띄워먹기도 했다. 얼마 후 배가 기울어지자 비로소 위급한 상황을 알았다니 神도 침몰시키지 못할 타이타닉 호의 전설은 무참히 깨져 버렸다. 외관상 보기 흉하다고 구명정까지 적게 넣으면서 2200명 정원의 70%나 되는 1540명이 죽고 민 것이다.

당시 1등 객실의 뱃삯은 5천만 원을 넘었다. 그런 배에 탑승해 있다는 자부심은 자기들 배는 절대 안전하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겠지만 적어도 과신은 금기였거늘 침몰하기 직전의 분위기는 숙연했다. 구명정도 얼마 되지 않자 사람들은 어린이와 여자들 순으로 보트를 내 주었다. 초호화여객선도 그럴 경우 질서가 무너질 수 있으나 공포에 떠는 사람들을 위해 연주에만 몰두했던 하틀리와 그 단원까지도 한 차원 승화된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

하틀리는 1878년 영국 콜른에서 태어나 바이올린을 전공한 뒤 호화선박의 항해에서 연주를 맡아왔다. 마리아와의 결혼을 앞두고 역사적인 선박의 항해 도중 변을 당한 것이었으나 아름다운 연주로 죽음의 공포에 떠는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했던 타이타닉 영웅이다. 고향에는 그를 기념하는 동상이 세워졌으며, 장례식에는 4만 명이 몰려들었다. 나 역시 가끔 그 때 연주되었다는 찬미가에 빠지곤 했으니 타이타닉 여파는 상상을 초월했던 것일까.

가끔 대서양 한복판에서 하틀리와 그 단원이 연주했다는 곡이 스쳐간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이 아니어도 그 즈음의 음악사적 배경을 보면 경쾌한 왈츠 풍과 행진곡 등이 많았는데, 죽음을 앞에 두면 너나없이 비장해지고 절대자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노래가 연주되었을까. 신조차 어쩌지 못할 거라는 타이타닉 호 갑판에서 누군가에게 매달려야 했던 상황은 광대무변 우주 앞에서 한없이 무력한 우리 모습 그대로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최후까지 연주하면서 신비적 존재로 남은 타이타닉 바이올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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