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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몇 해 전 영국의 모 신문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에 대한 공모를 냈다. 이슬이 맺혀 있는 수선화 눈 내리는 날의 템즈강변이라는 대답이 많이 나왔다. 그 외에 안개비 내린 호숫가 등 가지가지 의견이 쏟아졌으나 그 중 한 청년이 내 놓은'엄마의 눈물'이 1등을 차지했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던 청년은, 얼마 전 교통사고로 실명을 했다. 앞을 볼 수 없게 되자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구를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하지만 아들은 한 쪽 눈만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눈을 뜬다 해도 애꾸눈이 될 거라면서 또 한 번 절망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에게 한 눈이나마 볼 수 있으면 불편은 없을 거라고 설득했다.

얼마 후 무사히 수술을 마친 아들, 마침내 붕대를 풀고 눈을 뜨는 순간 한 눈 없는 어머니가 자기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익명으로 안구를 기증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말도 못하고 놀라는 아들에게 그 어머니는 "얘야, 두 눈을 다 주고 싶었지만 네게 짐이 될까 봐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다 주고 싶어도 아들이 힘들어질까 봐 한 눈만 줄 수밖에 없었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물의 배경.

는개가 뿌리는 호숫가의 정경은 아름답다. 비 오는 날 이슬을 머금고 있는 수선화도 예쁘다. 물안개 뜨는 템즈강변은 런던 시민들의 아지트라 할 만치 아름다웠으나 아들을 위해 모든 걸 수 있는 어머니의 사랑만은 못했다. 어머니는 하늘 아래 아들만 있으면 충분했을 것이다. 아들은 또 수술을 끝낸 자기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던 사랑을 생각하고 그럴 때마다 남몰래 울었을 것이다. 아름다움의 진수가 뭔지를 생각하게 되는 배경.

정교하게 만든 건축물도 아름다움의 극치다. 기기묘묘한 풍경도 마찬가지였으나 감동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말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건 있으나 어머니의 눈물 같은 절절한 느낌은 없다. 청년이 눈을 뜬 순간 본 어머니의 눈물에는 무한한 사랑이 들었다.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할 때부터 잠인들 편히 자 보았을까. 간신히 밥 한 술 넘길 때도 목이 메었다.

우연히 안구를 기증받으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아들이 앞을 볼 수 있다면 자기는 어찌 되었든 괜찮을 거라고 했다가 짐이 될 것을 염려하면서 또 잠을 설쳤다. 아들이, 아무 것도 모른 채 애꾸눈으로 어찌 살아가느냐고 했을 때도 짐이 될까 봐 한 눈만 주기로 하면서 번민은 끝났다. 그렇게나마 방법이 두 모자의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까.

아름다운 것은 현란한 보석이나 장식품 혹은 정교한 조각상과 건축물일수 있지만 그 소재는 차가운 금속 아니면 나무가 많다. 누군가 정성껏 만들었어도 인정을 담지 않고 볼 때는 써늘한 금속이고 나무일 뿐이다. 마음을 담아서 볼 때라야 아름답게 느낄 수 있고 그때 진정한 예술품으로 태어난다. 세상 어느 꽃보다 예쁘고 향기로운 마음을 보는 것 같다.

아들이 되찾은 빛의 세계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일구어졌다. 어둠과 절망의 날은 그 눈물로 촉촉해졌고 제 2의 삶을 가꿔나갈 수 있었다. 자기의 행복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분양해 주었던, 한 눈 없는 어머니의 눈물은 아들의 영원한 등대로 남을 것이다. 아들이 가는 길에는 지켜보는 어머니가 있고 눈동자가 빛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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