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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항아리 속에 남은 무는 서너 개 뿐이다. 겨우내 국을 끓이고 명절에는 나박김치를 담그고 2월이 되면서 채나물을 무치다 보니 가득 들어 있던 무가 바닥이 났다.

오늘 아침에도 무를 꺼내서 국을 끓였다. 어슷어슷 삐져서 들기름에 볶다가 쌀뜨물을 넣고 그 위에 파 마늘과 생강을 다져 넣는다. 먹을 때는 후춧가루를 쳐서 먹는데 손님이 오거나 맑은 장국을 끓일 때마다 육수를 내곤 했으니 당연히 헤프다.

저장해 둔 것 외에 동치미 무까지 계산하면 꽤 많은 양이다. 가끔 썰어서 무치기도 하는데, 짭짤하기 때문에 간은 필요 없이 파마늘과 깨소금을 넣고 고춧가루 물을 들이면 시원하고 칼칼해서 입맛이 없는 초봄에 요긴한 반찬이다.

어릴 때는 무를 싫어했다. 구진할 때는 과일처럼 날로 썰어 먹곤 했지만 요리한 것은 그나마도 잘 먹지 않았다. 채나물도 별로고 깍두기 또한 아주 맛있게 담근 게 아니면 손이 가지 않는다. 그 정도로 싫어했던 것이 요즈음에는 여태 먹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칼칼하니 입맛에 당긴다.

우리나라 토종 무는 소화와 해독에 효과가 뛰어나고 특히 열무는 산삼을 대용할 만큼 효능이 높다. 즙을 내어 먹으면 살균효과가 있고 해열에도 좋다. 디아스타제 같은 전분 소화효소는 물론 단백질 분해효소도 가지고 있어서 소화 작용을 돕는다. 그 외에 담을 삭여주는 것은 물론 엿을 넣고 즙을 내서 먹으면 감기에 좋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는 해독 작용을 한다.

무는 흔한 식품이면서도 영양소가 뛰어나다. 농사를 짓지 않는 집도 가을이면 무를 심어 가꾼 뒤 저장했다가 겨우내 먹는 경우가 많다. 김장배추를 할 때는 속을 박는 채나물 용으로 쓰이고 동치미에도 당연히 들어간다. 김장할 때 속을 알맞게 박은 배추 사이에 넓적하게 썬 무를 켜켜로 넣어 양념이 배고 맛이 숙성되면 그것부터 꺼내 먹었다. 줄잡아 배추김치의 4분지 1은 들어가는데도 초봄이면 다 없어진다. 배추김치는 남아도 무 밑동은 남김없이 먹었다.

우리 집 같은 경우 겨울에는 무 반찬이 주를 이룬다. 과일처럼 깎아 먹으면서 동삼 즉 겨울철 삼을 먹는다고도 했다. 못 생긴 것과 남은 자투리를 썰어 말렸다가 초봄에 무말랭이를 무쳐도 훌륭한 반찬이 된다. 무밥이라고 하여 밥을 지을 때 바닥에 깔아 안치면 콩나물밥처럼 양념간장에만 먹어도 맛난 주식이 된다.

과히 비싸지도 않고 흔한 식품이되 양질의 식품으로 손색이 없다. 오죽해서 겨울에 무 먹고 트림을 하지 않으면 인삼 먹은 것보다 낫다는 말이 다 나왔을까. 겨울 무는 건강에 유익한'웰빙 무'라는 뜻이다.

무 반찬에는 또 생강이 들어가야 맛난 것도 특기할 일이다.'겨울에 무를 먹고 여름에 생강을 먹으면 그보다 건강식은 드물 것이다. 두 식품이 양질인 것은 알겠는데 요리할 때마다 그렇게 잘 맞는 식품인 것도 특별하다.

참고로 우리 어머니는 무를 요리할 때마다 생강을 넣으셨다. 생선찌개를 끓일 때도 예외 없이 들어갔다. 생강 같은 경우 여름에 먹는 것만은 못해도 겨울 무와 어우러질 때의 맛은 특이했고 바로 그 맛의 조화 때문에 인삼에 버금가는 우수식품이 된 건 아닌지.

그걸 알면서도 먹지는 않았다. 드물게 뛰어난 우수 식품이라 하는데도 입에 당기지 않았으니 공교롭다. 속 모르는 사람은 약처럼 먹으라 하지만 무슨 엑기스도 아니고 억지로 먹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싶었지만 뒤늦게나마 맛을 알았으니 다행이다.

목이 마를 때 한입 베어 먹으면 갈증이 가신다. 이런 식이라면 어릴 때 먹지 않은 것까지 보충이 될 것 같다. 아직 남들보다는 먹는 것에 관심이 없으나 무만이라도 충분히 섭취하고 싶다.'겨울 무가 인삼보다 낫다'는 속설이 딴에는 솔깃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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