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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버섯찌개가 참 맛있다. 송이와 느타리 싸리버섯을 넣고 끓였다는데 독특한 향이 입맛을 자극한다. 도토리 줍는다고 갔다가 따 온 거란다. 요즈음 버섯이 제 철이다. 버섯볶음도 어찌나 향긋한지 입에 딱 붙는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는 말 그대로 어떻게 요리해도 괜찮은 맛이다.

버섯은 종류가 다양하다. 나무토막이나 그루터기에 종균을 심어 키우지만 땅속에서도 큰다. 바로 그 유명한 검은 다이아몬드 송로버섯인데 돌덩이 같이 까맣고 울퉁불퉁한 게 특징이다. 이름처럼 소나무는 아니고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지의 떡갈나무와 헤이즐럿 나무 밑에서만 자란다.

땅 속에 묻혀 있어 후각이 발달한 돼지와 개를 훈련시켜 찾는다.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특별히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철갑상어의 알 캐비아 거위의 간 프아그라와 함께 세계 3대 진미의 하나다. kg당 몇 백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고급 한정식 요리에 고명으로나 들어갈 만치 귀하고 풍미와 향이 뛰어나다.

진시황이 찾아 헤매던 불로초 역시 버섯이었다. 쉽게 말하면 영지버섯으로, 서복을 시켜 온 나라를 뒤지며 찾았으나 허사였다. 서복은 제주도에까지 와서도 구하지 못하자 영지버섯을 내놓으며 불로초라고 둘러대었다. 그 배경으로 제주도에는 서복공원까지 조성되었다. 한 사람의 집착에 따른 후일담이 꽤나 애틋하다.

로마의 폭군 네로는 달걀버섯을 좋아했단다. 누구든지 그 버섯을 가져오면 무게만치 황금을 달아서 주었다. 달걀 노른자처럼 화려한 빛깔은 천연 독버섯일 것 같은데 뜻밖이다. 네로 역시 폭군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애칭은 버섯황제였다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겠다. 세기의 폭군들은 모두 버섯 애호가였다는 느낌이 들만치 그랬다.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쌓았다. 변방 수비와 흉노정벌 때문이었으나 지구 밖에서도 보인다는 그 유적은 사실 거대한 무덤이다. 자신을 국가라고 했던 루이 14세의 폭정은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하나같이 업적도 많고 지략도 뛰어났으나 버섯처럼 양질의 식품일수록 자칫 독성으로 이어지듯 총명하면서도 가끔은 폭군 기질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공통점은 오래 살기 위해 연연한 것과는 달리 필경은 죽었다는 점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당연하지만 뜻밖에 오래 살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바람직한 영양식도 필요하지만 수명과는 상관이 없는가 보다. 식품 문화의 발달로 웰빙식품에 연연하는 추세지만 병은 갈수록 늘어나는 것만 봐도 납득이 간다.

먹거리가 풍부한 요즈음 건강에는 오히려 문제가 많다. 양질의 식품을 먹는데도 건강으로는 직결되지 않는 듯 성인병도 갈수록 증가한다. 잘 먹는 게 때로 탈이 되기도 하는 성 싶다. 장수촌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북부의 훈자 지방과 남미 에콰도르의 빌카밤바나 러시아의 코카서스 등의 장수마을은 오히려 저칼로리 식단으로 유명했으니까.

양질의 식품 생산지와는 거리가 먼 대신 방목해서 키운 닭의 유정란을 먹고 벌꿀과 천연소금을 조미료로 쓴다. 직접 만든 적포도주를 마시며 부족한 듯 먹는 게 일반적이고 장수의 비결이었다. 특별히 코카서스 지방의 주식은 정백가공을 하지 않은 밀, 옥수수였다. 백설탕이나 맛소금 대신 벌꿀이나 천연염을 사용하므로 미네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우유도 그냥 마시기보다는 요구르트나 치즈 등의 발효식품으로 만들어 먹는다.

현대 문명식의 결점인 '고칼로리와 고지방, 고단백과 저미네랄식'과는 정반대였다. 건강이란 또 식품 외에도 맑은 공기와 건전한 식습관으로 좌우된다. 장수촌의 가장 큰 특징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경관과 맑고 신선한 공기를 꼽을 수 있다. 그 위에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마음이 가장 큰 장수요인으로 작용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소박하고 정갈한 삶의 추구이다. 적절한 영양식과 건전한 생각이야말로 건강의 비결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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