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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새해 첫 날 아침 붉은 색 복 주머니를 선물로 받았다. 휴일이라 잠이 깨고도 이불 속에서 늑장을 부리는데 카톡으로 예쁜 복주머니가 성큼 날아왔다. 뭔가 잔뜩 들어 있는 것처럼 불록한 모양도 이색적인데 흩어질까 봐 그런지 끈으로 묶어 놓았다. 장식으로 군데군데 달아놓은 구슬도 산뜻하니 곱다.

새해가 되면 자주 받아 본 선물이다. 지금이야 카톡 아니면 메시지로 받게 되지만 어릴 적'근하신년'이라고 적힌 엽서에도 대부분 예쁜 복주머니가 새겨져 있었다. 다양한 칼라와 모양은 하나같이 예쁘고 산뜻해서 볼 때마다 환상적이었는데 그 때도 예의 끈으로 묶어 놓았다. 복을 받아 잘 살라고 하면서 뭔지는 알 수 없게 묶어 놓다니 무슨 뜻일까. 어릴 때는 복주머니는 워낙 그렇게 생겼나 보다고 단순히 여겼다가 오늘 새해 첫 날 받아 볼 때는 뭔가 뜻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가령 복을 확인할 수 있게 열어 놓았다면 참 싱겁고 맥이 빠질 것 같다. 간단히 복이라고 하지만 우리 원하는 개념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훤히 보이게 열려 있다면 뜻밖의 혼란이 올 수 있다. 그렇게 천태만상이어도 가장 일반적으로 무병장수와 부귀영화를 복이라고 조목조목 넣었을 경우 어떤 모양일지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래저래 복잡할 것 때문에 끈으로 꽉 묶어버린 것일까. 묶어 놓기만 하면 그래, 그 안에 복이 잔뜩 들었으니 게다가 새나가지 않게끔 묶었으니 나름 생각하고 상상하라는 뜻이겠지만 어쩐지 그 속은 텅텅 비어 있을 것 같은 느낌. 더불어 설령 그렇더라도 실망할 것은 아닌 게, 어차피 복은 손에 쥐고 확인할 수 있는 무슨 물건은 아니었다.

옛날 어떤 사람에게 암탉 한 마리가 있었다. 암탉은 매일 번쩍번쩍 빛나는 금달걀을 낳았다. 그 때문에 부족한 것 없이 잘 살았는데 한번은, 날마다 금달걀을 낳는 걸 보니 뱃속에 커다란 금덩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꺼내서 팔면 당장에 부자가 될 거라고 잡아서 배를 갈라보았으나 보통의 닭과 똑같았다. 금덩이는커녕 금달걀도 물 건너 가 버렸다고 후회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고 한 것처럼 복주머니도 황금닭 뱃속처럼 텅텅 비어 있을 것 같다면 그냥 두고 보는 게 정석이다.

복이라고 할 소원이나 행복도 보이지 않는 추상적 개념이라서 우리 동경하는 거라면 그게 더 원초적이다. 들여다볼 수 없게 묶어놓았지만 천행으로 열었을지언정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이질감이야말로 행복의 탑을 쌓는 초석일 테니까.

좋은 이미지일수록 숨겨지는 것 또한 어려움은 있을지언정 그런대로 만족하면 된다는 뜻을 표방한다. 금달걀까지는 괜찮은데 뱃속의 금덩이는 가당치 않은 욕심이고 그래 주머니 속에 꼭꼭 싸매 두는 것 같은 느낌. 결국 있지도 아니한 것을 존재하는 양 잔뜩 불려놓은 채 잡아맨 거라면 놀라운 지혜가 아닐 수 없다.

무지개가 행복의 상징이 되는 것 또한 어떤 물체가 아닌, 비가 온 뒤 공중에 남아 있던 물방울이 반사된 거라면 잡을 수 없다는 개념이 강하다. 얼마 후에는 또 자연히 없어지듯 소망 역시 들뜨고 설레던 기분은 간 데 없이 제 풀에 스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주머니 속을 확인하는 건 욕심 때문에 황금닭의 배를 갈라보려는 행동 그대로다. 가당치 않은 욕심 끝에 금덩이는 고사하고 금달걀조차 잃는다면 그거야말로 스스로 복을 외면하는 거라고 붉은 닭 띠 해를 맞아 거듭 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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