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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무당벌레 한 마리가 이름 모를 꽃 위에 앉아 있다. 빨간 바탕에 까만 점이 박혀 있는 자태가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무척이나 고왔다. 풍경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고 더위도 잠깐 잊었다.

공을 반으로 자른 것 같은 모습에 진딧물을 먹는 곤충인 건 이미 아는 사실이다. 별다를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꽃나무가 있는 근처에는 날아오지만 대궁까지는 기어간다는 말을 들었다. 어쩌면 작은 벌레가 그런 모험을 할 수 있나 싶고 그래야 될 필연이 뭔지도 궁금하다. 야트막하기는 해도 무당벌레로서는 절벽처럼 높은 나무일 텐데 날개를 두고 그렇게까지 이유도 당혹스럽다.

한 뼘 남짓 꽃 대궁은 걷고 자시고 할 거리도 아니지만 몸길이가 8㎜ 정도인 그로서는 아득했을 것이다. 짐작에 한 나절은 걸리지 않았을까.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곧장 오르면 편했을 텐데 이유를 모르겠다. 날개라 해도 함부로 다루면 천박해진다고 한 땀 한 땀 기어가면서 펼쳤을 것이다. 쉴 때는 몰라도 오르려면 준비가 필요했기에 함부로 쓰지 않는 것 같다.

날개보다 아름다운 것은 굽히는 자세이다. 하늘과 땅의 중간 지점에서 지나온 길과 허공을 보며 높이를 겨냥해 왔다. 땅에서 보는 하늘과 대궁에서 바라본 것은 딴판이다. 지친 끝에 본 하늘이 더 푸르다는 의미였을까. 곧장 오르기보다는 비스듬히 올라가면서 사라진다. 비행장의 활주로를 생각해 본다. 비행기보다야 무당벌레가 더 절박해 보이지만 활주를 시도하면서 성큼 내딛지 않는 자세는 다를 게 없다.

새들 역시 가지에서 솟구친다 해도 거기까지는 날아온다. 말하자면 곧장 날아와서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게 된다. 그걸 보면 무당벌레의 몸짓은 집착인 것 같지만 한마디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한낱 벌레조차도 참으면서 기어오른다. 힘들어도 치러야 될 과정을 나타내는 듯하다.

고속도로에 가 보면 인터체인지에 들어갈 때가 일반 도로보다 훨씬 복잡한 걸 알게 된다. 진입로도 멀고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차체가 쏠리기도 한다. 어느 때는 너무나 급 커브길에 멀미도 나지만 들어만 가면 거침없이 달릴 수 있다. 무당벌레가 기어오르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더듬더듬 대궁을 올라오는 게 참으로 지루했겠지만 그 다음 날아오르는 것은 잠깐이다.

나 또한 뭔가 착상이 떠오르면서 글 한 편이 완성되는 줄 알아온 만큼 뜻밖이다. 문장력보다 중요한 것은 글에 대한 경건한 마음이다. 당장 날 수 있다손 쳐도 멈춰 서서 하늘과 땅을 돌아보듯 펜을 놓고 현실과 이상의 간격을 헤아리고 싶다. 급한 마음에 잊는다 해도 더디 가고 천천히 이룬 게 진짜라는 무당벌레의 메시지를 생각하면 소홀히 여길 게 아니다.

날거나 혹은 내려가는 중인지도 궁금했다. 기수에 따라 구분되는 비행기보다 워낙 작은 곤충이라 그 향방은 모호했다. 뛰어야 벼룩이고 무당벌레에게'날아봤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웅덩이에도 하늘이 담기고 무너진 담장에도 이끼는 푸르다. 뼘만치 늘려가는 하늘보다 소중한 것은 없을 테니까.

곧장 날아오를 때와 한 땀 한 땀 기어온 뒤 날아가면서 보는 하늘도 아울러 생각했을 것이다. 하늘이라고 해 봐야 또 얼마나 될까마는 무당벌레로서는 꿈꿀 수 있는 최대의 공간이다. 쉽게 날기보다는 조금씩 펼치는 하늘이 더욱 소중하고 푸른 것을 알기에 그처럼 힘든 과정을 택한 것은 아닌지. 오르내릴 동안 푸르지만은 않은 하늘과 어수선하지만도 않은 땅의 의미도 헤아렸겠지. 폭풍 지나간 뒤의 하늘이 더욱 푸르다고 해 온 우리들처럼 그렇게.

무당벌레는 그 새 보이지 않는다. 공중으로 날아갔거나 대궁 밑으로 내려갔을 테지만 중요한 것은 함부로 날개를 쓰지 않는 자세라고 본다. 글을 쓸 때도 그래야 될 거라고 생각했다. 쉽게 쓰기보다는 우정 복잡한 경로를 통해서 완성되는 영역을 추구해야 될 것이다. 무당벌레의 한살이를 일상의 날들에 접목시킬 수 있다면 곧 복잡한 삶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지침이다. 꽃잎에 앉아 있을 때만큼은 누구도 부럽지 않을 한 마리 무당벌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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