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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회오리 바다에서 천고의 함성을 듣는다."와아 와아"내닫는 질풍같은 그 소리, 물보라가 크르릉 콸콸 성난 이빨처럼 번뜩인다. 깎아지른 절벽 하늘 솟은 바위도 위풍이 당당하다. 명량의 또 다른 이름 울돌목은 남해 바닷물이 오목한 협수로에 몰리면서 소리쳐 우는 바다가 되었다. 12척의 배로 감히 133척의 왜선을 무찔렀다.

명량해전 직전에 올렸다는 그 장계.'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내가 죽지 않는 한 아무도 우리 수군을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라면서 1%의 가능성에도 도전했다. 민족사의 한 획을 긋는 싸움이 된 이유다.

똑바로 흘러가던 물이 암초와 부딪치면서 엄청난 힘으로 솟구친다. 유속이 빨라지면서 소용돌이도 바뀐다. 당연히 그것까지 간파한 이순신은 물때를 이용한 작전으로 왜군을 무찔렀다. 이순신이 해류의 판단에 약간의 오차가 있었거나 왜군이 조금만 더 정확히 파악했어도 결과는 달라졌다. 1597년 음력 9월 16일, 명량 대첩의 승전 비밀이 진도 앞바다에서 펼쳐졌던 것.

425년 전 어느 날, 처음 진도 앞바다에 도착할 때는 막연했을 것이다. 전세는 악화될 대로 악화되고 배는 12척 뿐이다. 사람들도 모이기만 하면 수군거렸다. "남은 배는 12척인데 무모한 싸움을 하려느냐"고. 하지만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다"고 하는 비장의 카드는 읽지 못했다. 숫자가 적다고만 했지 특징만 이용하면 어떠한 대함선도 격파하리라는 전략은 몰랐다.

꿈같이 아름다운 바다가 돌연 물살이 빨라지고 으르렁댄다. 기발한 뭔가가 떠올랐겠지. 남해의 바닷물이 깔때기 같은 해협으로 콸콸 뿜어져 나오는, 여기로만 유인하면 왜군도 속수무책일 거라고. 모두가 포기한 싸움이었는데 주효했다. 지형을 손바닥처럼 읽었던 거다. 꿈엔들 생각했을까.

울돌목에 진입했던 왜선은 미리 설치된 쇠줄에 얽혀 버렸다. 우리 수군은 불규칙한 조류 때문에 움직이기 힘든 곳을 찾아 지켰다. 수심이 얕고 좁은 그 해협이 아니면 적은 숫자로 수많은 왜군을 물리치기는 어렵다.

명량의 닉네임이 울돌목이라는 것에 착안했을까. 보기만 해도 아찔한 회오리야말로 울돌목 작전 포인트다. 인근의 어부들은 오랜 경험으로 울면서 돌아가는 바다의 비밀을 풀었다. 이순신 장군 역시 어떻게 쳐부술지 고심하던 중 그것을 보고 뭔가 착상이 떠오른 거라면 예사롭지 않다.

조언을 받은 것이든 스스로 생각했든 그 특징을 응용한 전략은 독보적이었다. 비밀에 대한 나름 혜안과 어부들의 조언에 확신은 가졌어도 울돌목은 아무 때고 예상을 뒤집을 수 있는 공포의 바다였다. 그나마도 소용돌이 때문에 수많은 왜선을 격파했다. 살 동안도 울돌목 같은 해협이 도사려 있으나 내막을 알면 두려울 게 없다. 역사란, 과거는 물론 다가올 미래도 된다. 의지의 한국인을 추적하면 명량대첩의 주인공이 많았다.

진도대교를 건넜다. 멀리 조개껍질을 엎어놓은 것 같은 섬과 찰싹이는 물결이 곱다. 성난 물결로 울부짖더니 특별한 이름으로 남았다. 그 날의 혈전은 가뭇없이 멀고 이순신의 바다로 남게 된 명량. 비명처럼 그 소리는 20리 밖에서도 들렸다. 난리통의 피난민도 지역의 어선을 동원해 수군이 많은 것처럼 독려했다.

남장을 한 여자들이 강강술래를 돌기도 했다. 아우성은 포효로 이어지고 바다를 뒤흔들면서 오늘에 이르렀을까. 명량대첩은 울돌목 전략과 죽기로 싸운 수군과 민초들이 일군 드라마적 사건이었던 것을.

울돌목 비밀을 클릭하면 울고 도는 바다가 보인다. 왜군을 무찌르던 함성은 물결과 맞부딪치고 물보라는 하늘 반향으로 여울진다. 막다른 상황에서는 두려움도 용기가 되고 운명에 맞서는 자가 역사를 바꾼다. 폭포수 같은 물보라가 태고의 비밀을 쏟뜨리는 바다 명량은 이순신의 꿈이었거늘.

다시금 진도 앞바다를 바라본다. 승리의 바다, 이순신의 바닷가에서 장쾌한 포효소리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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