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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1.27 14:36:48
  • 최종수정2022.11.27 14:36:48

이정희

수필가

논둑으로 연기가 솔솔 피어오른다. 썰렁한 날씨에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건넛산 골짜기에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가 빈 가지를 옹송거리며 하루치 외로움을 털어낸다. 된내기에 시달려 온 갈대도 피곤한 하루를 바람에 날려 보낸다. 본격적으로 추위가 시작되고 끝내는 땅속의 뿌리까지 얼어붙겠지만 그 속에서는 또 수많은 씨앗들이 꽁꽁 웅크린 채 봄을 기다리겠지? 문득 맞은편에 '부뚜막'이라는 간판이 나온다. 그 옆에는 '화로 뚜껑'이라는 우동집까지 있다. 지나갈 때마다 고향의 훈기가 그려지곤 했다. 오래 전에 살던 시골집의 부엌이 지나가고 그을음이 더께로 앉은 천장과 솥단지가 보였다. 부뚜막은 아궁이에 걸어놓은 솥 언저리의 평평한 자리를 말한다. 밥이나 찌개를 뜨기 전 대접이나 국자 또는 주걱을 놓는다. 파 마늘 등 양념을 담아 뒀다가 고명으로 얹기도 한다. 재티가 날리고 지저분해도 불이 꺼지고 나면 어머니는 먼지 하나 없이 닦아내셨다. 아침저녁 밥상을 차릴 때마다 멀쩡히 쓸고 닦다 보니 흙벽돌로 지은 부뚜막이라도 흑단처럼 반들반들했다. 철부지 시절, 나갔다 돌아오면 빈집일 때가 많았다. 눈보라에 옷은 다 젖고 손까지 꽁꽁 얼어붙은 채였다. 안방 건넌방을 열어봐도 아무도 없다. 어찌나 춥고 을씨년스러운지 그 때의 기분이 지금도 선하다. 썰렁한 마음에 솥을 열면 점심에 남은 밥과 국이 들어 있다. 아궁이 앞에서 사그라진 불을 헤치며 허기를 때운 뒤 누룽지를 들고 이불 속에 들어가 책을 펼친다. 금방 졸음이 쏟아지고 한참 뒤 눈을 뜨면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해거름이다. 외출했던 가족들이 돌아오고 어머니는 분주하게 밥상을 차리는 중이었다. 가운데 솥에는 자작자작 밥이 뜸 드는 기척이 들리고 옹솥에는 찌개가 한창 끓는다. 보조 기구로는 화로가 있었다. 석쇠를 얹어서 생선을 굽고 두부조림 또는 계란말이를 해도 안성맞춤이다. 김을 구울 때는 냉골 내가 나지 않도록 불기가 적당히 사그라진 후에 시작한다. 바람은 차가워도 그 때 남아 있던 부뚜막이니 아궁이의 훈기가 부엌의 정경에 묻어나는 것이다. 나도 과수원 일바라지를 하면서 그렇게 요리를 한 적이 있다. 가스레인지가 있었는데도 우정 화로를 꺼내 쓴다. 불이 다 타면 화로에 담아 엄마가 했던 것처럼 생선을 굽고 찌개를 끓였다. 불을 때고 화로에 불을 담아 본 것도 처음이지만 내가 직접 길들인 화로라서 더욱 애착을 느꼈던 것이다. 처음 살림을 나던 해 어머니가 사 주신 무쇠화로는 무척 낯설었다. 쇠붙이라 꺼멓기만 하고 볼품이 없었으나 낡은 홑청에 그을음과 기름을 묻혀 닦았다. 그을음은 대부분 벽과 천장에 엉기지만 솥 바닥에 낀 오리지널만 썼다. 손이 새까맣게 되어도 개의치 않았다. 박박, 힘주어 닦을수록 윤이 나고 손질을 거듭하면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게 참으로 고급스러웠다. 그런 말은 고루하다고 생각해 왔다. 고향은 시골이어도 일찍 도회지 생활을 한 탓에 낯설기만 한 풍경이 언제부턴가 친근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이름의 식당이 하루아침에 생기지는 않았을 테고 평소에는 그냥 지나쳐 왔다. 그러다가 몸이 냉해지면서 부쩍 눈에 띄었을 테니 우연은 아니었다. 화로는커녕 아궁이도 보기 힘든 요즈음 보일 듯 말 듯 온기를 발하면서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는 특별한 기억이다. 추억의 구들장을 베고 누우면 목가적인 풍경이 떠오르곤 했었지. 싸락눈이 질퍽이는 날 운동화가 젖을 때도 아궁이 옆에서 말렸으니까. 놀다 보면 그냥 곯아떨어지곤 했지만 아궁이니 부뚜막이니 라는 말에 애착을 느낀 최초의 사건이다. 겨울이 저물 대로 저물어서 꼭지가 떨어지면 봄이 될 테니, 이맘때면 그래서 아궁이니 부뚜막이니 화로에 대한 서정이 간절해지는 것일까. 겨울은 이제부터 시작이지만 모처럼 마음이 따스해지는 추억 하나 붙들었다. 추워지면 따스해지는 뭔가가 등장하는 것도 계절의 특징이었다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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