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정희

수필가

우리 집 창문은 사계절을 스케치한다. 아지랑이 피어나는 봄과 가을의 단풍이든 한겨울 백설이든 보이는 대로 그린다. 그림 중에서도 빠르게 움직이는 그림이다. 무심코 바라보는데 창문만 한 크기에 하늘이 통짜로 새겨진다. 내 마음도 파랗게 물든다. 흰 구름도 성큼성큼 걸어오는 중이다. 한참 바라볼 때는 나까지 둥둥 떠오른다. 꽃처럼 피어나던 뭉게구름이 바람에 흩어진다. 어느새 산봉우리로 쑥쑥 자라더니 돛배처럼 떠간다.

날아가는 새를 턱 하니 그려 놓기도 한다. 금방 사라지기는 하지만 순간 포착을 보면 굉장한 실력이다. 공중의 새를 화살로 떨어뜨린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창문에 닿는 대로 자동 스케치 또한 쌍벽을 이룬다. 이따금 시냇물 소리까지 동반한다. 큰물이 지면 폭우와 함께 콸콸 내리구르는 아우성이 또렷하게 녹음된다. 며칠 후에는 수정같이 맑은 물소리가 창문을 타고 흘러내린다. 골짜기 돌 틈을 끼고 가던 진짜 시냇물처럼 그렇게.

해거름에는 노을이 뜨곤 했다. 뒤미처 밤이 되고 거기 뜬 별은 판화이다. 검은색 고무판에 사금파리 또는 유리 조각 모양의 홈을 파고 두꺼운 표지에 콕콕 찍어냈다. 밤하늘 정도 되는 먹지에 다문다문 별을 새겨놓기도 했다. 창문이 스케치하는, 그림도 아닌 그림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길 건너 벽돌집도 통째로 들어온다. 가끔 그 집 아저씨가 나무를 다듬는 예초기 소리도 들린다. 동네 한복판 같으면 짜증이 나겠지만 빈터라서 시끄러운 줄 모르겠다. 뒷산 어름의 사래 긴 밭주인도 가끔 소독약을 치러 나온다. 참깨를 심은 듯 별초롱 같은 꽃이 피었다. 밭이 커서 한나절은 걸리는데도 풍경 때문인지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차들도 조용조용 지나간다. 풍경은 누구에게나 감동이었을 테니 경적 소리도 차마 조심스러웠겠지.

가끔 소리개인지 뭔지 커다란 새가 날아다녀도 스케치로 보일 뿐 가슴이 철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맴돌다가 병아리를 채간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들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닭장에서 키우기 때문에 가당치 않다. 어쩌다 까옥까옥 갈 가마귀 소리도 아랫마을 살 때는 을씨년스럽더니 여기서는 동영상 효과로 그만이다.

창문을 격해서 보는 세상은 그렇게 특별했다. 지게문보다 작은 창문에서 두 개의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지금 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은 훨씬 미화되지만, 창문이 덜컹거리는 날은 또 그런대로 아늑해진다. 풍경이 미화된다면 먹구름 끼는 날은 답답해야 될 텐데 그 때문에 또 다른 창의 이미지가 나온다. 눈보라 치는 밤일수록 방안은 더욱 따스해지는 것처럼 창문의 마력이다.

우리 살 동안도 좋은 관계는 물론이고, 어쩌다 삐걱댈지언정 자연스럽게 차단되는 시스템이면 좋겠다. 창의 이미지가 안팎으로 그렇게 선명한 것 또한 비치는 대로 스케치하기 때문일 거다. 좋은 풍경은 물론 언짢은 풍경도 가감 없이 수용한다. 나쁜 관계일지언정 적절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

외출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커튼을 치고 현관을 나설 때도 파란 하늘이 발목을 잡곤 했다. 엊그제도 나들이옷을 갈아입은 뒤 문단속을 하고 나가려 했더니 갈수록 또렷해진다. 그러다가 바람에 흩어지기도 해서 기다렸던 것이다. 하지만 종내 바뀌지를 않는다. 외출할 때마다 걱정 아닌 걱정에 시달릴 것 같은, 그 또한 행복의 목록에 적어두었다. 창문이 있는 한 내 마음도 똑같이 멋지고 예쁜 풍경으로 채워질 테니.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