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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2.07 17:08:42
  • 최종수정2023.02.07 17:08:42
[충북일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소속 공무원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다양한 대책을 내놓은 기관 단체가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충남 천안시는 최근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폭언과 협박에시달리는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녹음 기능이 내재된 공무원증 케이스를 지급했다고 한다. 천안시는 시청과 구청, 읍면동 민원실 등 34곳에 케이스 91개를 배부했다. 공무원증을 넣어 목에 거는 케이스 형태로 제작됐고, 비상시 버튼을 누르면 최장 6시간 동안 대화를 녹음할 수 있다고 한다. 천안시는 "민원담당 공무원들이 사전에 녹음 사실을 민원인에게 공지해 폭언·협박을 예방하고, 폭언 등이 발생한 경우 증거를 수집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민원담당 공무원 보호뿐만 아니라 시민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민원실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천안시가 이런 대책을 마련한 것은 지난해말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발생한 민원인 공무원 폭행사건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교육청시도 최근 이와 비슷한 대책을 내놓았다. 학교마다 폭언·욕설 녹음전화기를 설치하는 내용의 '교육활동보호 종합대책'을 수립해 운영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녹음전화기 설치, 교원안심번호서비스 제공 등을 학교에서 운영하면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특히 폭언·욕설 등 교육활동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녹음전화기를 설치·운영할 것을 모든 학교에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교육활동보호 법률지원단을 운영해 전담·위촉 변호사가 피해 교원과 학교 업무담당자를 대상으로 법률 상담·자문을 지원하기로 했다.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는지 현실이 안타까우면서도 더이상 이런 불미스런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차원에서 고육책을 마련한 해당 기관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한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얼마전 한 지인으로부터 민원담당 공무원의 어려움을 생생히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이 딸이 3년만에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모두가 기뻐했는데 그것도 잠시, 어느 지자체의 민원담당공무원으로 배치된 딸은 불과 2~3개월만에 억지부리는 민원인들이 많아 힘들다는 말을 수시로 하더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공직 시작단계라 업무도 미숙하고 모든 것이 낯설어서 그런 것이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딸의 하소연은 시간이 흐를 수록 정도가 심해졌고, 급기야 그만두겠다는 '폭탄선언'을 한 뒤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다고 한다. 이리저러 온갖 해결방법을 찾던 끝에 딸은 어렵사리 다른 기관과의 교류인사 기회를 잡았고, 그렇게 해서 타 기관으로 전출간 딸은 민원부서가 아닌 부서에서 일하게 되면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만족하면서 공직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했다. 충북의 한 자치단체의 경우 인사철이 되면 하위직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일부 읍면동행정복지센터 배치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기피대상 행정복지센터는 젊은 공직자들 사이에서 '헬(hell)센터'로 통하는 곳으로 대부분 악성 민원인이 많은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공직에 갓 들어선 새내기 공직자들이 '인사카드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공직을 그만두는 데에는 대기업에 떨어지는 임금구조, 경직된 공직문화, 공무원연금 불안 등에 대한 불만요인도 크지만 악성민원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 지자체 인사관계자의 전언이다.

한가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에는 근현대사의 질곡에서도 버텨온 공직사회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물론 과정에서 비판받아야 할 점도 많지만 그래도 건강성을 유지하려는 공직사회가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었다. 이러한 나라의 근간이 돼왔던 공직사회가 요즘 악성민원으로 멍들고 있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이런 극약처방까지 내놓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절로 든다. 건강한 공직사회는 공직사회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상호보완관계인 국민도 함께 부응해야 한다. 형편없는 민원서비스와 무성의한 업무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세도 필요하지만 거기에는 정당한 절차와 수준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목소리만 높이고 행패를 부려서는 정당성을 갖기 힘들다. 어느 누구의 일방적인 강요와 희생으로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그래서 건강한 공직사회를 만드는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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