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충주 23.8℃
  • 구름조금서산 26.0℃
  • 구름조금청주 25.2℃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추풍령 23.4℃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홍성(예) 26.0℃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많음고산 25.8℃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제천 22.2℃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천안 24.0℃
  • 구름조금보령 26.1℃
  • 흐림부여 22.9℃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5.06.15 13:15:17
  • 최종수정2015.06.15 13:15:14

임미옥

작가

내 조카는 삼십년이 넘도록 침묵의 늪 속에 갇혀 살았다. 겉모습은 성인이나 지능은 초등학교 육학년 수준인지라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화내거나 슬퍼서 눈물 흘리며 울 줄을 모른다. 이런 정신적인 약점으로 장가들이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다.

몇 년 전 나는, 다문화가족 정착도우미케어를 하던 중 중국인 이주여성과 교제하게 됐다. 한국으로 시집오고 싶어 하는 그녀고향 후배여성이 있다는 소리를 듣자 조카가 생각났다. 우린 중매에 나섰고, 그쪽에서 상태를 알면서도 시집오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결혼을 하여 국적도 취득하고 딸도 낳았다.

어느 별에서부터 이어져온 인연인가. 이역만리서 각각 태어났지만 서로에게 다가와 마침내 부부 연을 맺은 두 사람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그녀는 제 남편의 부족한 점을 이해하고 아끼면서 사랑한다. 사랑은 치료하는가 보다. 아내가 생기면서 조카의 지능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짧은 대답 외엔 언어구사를 하지 않더니 말수가 늘고 어법도 다양하게 구사한다. 단순노동을 하는 작은 회사에 다니는 조카에게 일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본인은 아내와 아기가 있는 가장이니 열심히 일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극히 정상인의 사고로 대답해서 놀란 적이 있다.

조카며느리에게 잘 살아 주어서 고맙다 했더니 "가족이잖아요. 가족은 사랑하는 거잖아요" 라고 대답하여 가슴이 뭉클한 적도 있다. 조카며느리의 사랑이 조카뿐 아니라 시집의 가정을 회복시켰다. 육군 장교 출신인 내 오라버니는 아들을 낳으면 육군 장성으로 키우겠다고 자주 말했었다. 그런데 아들이 지능발달장애라는 늪 속에 갇혀버리자 현실을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술독에 빠져 살아 가족들의 근심이었다. 그런데 요즘 손녀와 사랑에 빠져 담배도 끊고 술도 끊으려고 노력중이란다.

국제결혼은 필연에 의한 만남이 대부분이다. 뜨겁게 사랑하여 만났어도 서로 지속적인 배려가 있을 때만 성공적인 가정이 되는 것이거늘, 인위적인 만남이랴. 조카며느리 사랑이 갸륵하지만, 우리가족들이 그녀를 아끼고 사랑함도 큰 몫을 했다.

다문화가족시대가 도래했다. 한국인의 위상을 반영하듯 우리나라가 새롭게 부상하는 이주민 목적 국이 됐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며 우리나라로 이주하는 외국여성들이 급증하고 있다. 동남아를 비롯하여 지구촌 각국의 다양한 여성들이 들어오면서 그들이 운반하는 다양한 문화를 다양하게 수용해야하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와서 모두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냉대로 품었던 기대와 현실이 달라 이루 말 할 수 없는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힘이 되는 것을…. 같은 문화권 안에서의 이동에도 적응하려면 어려움이 있거늘, 하물며 언어와 문화가 다른 타국에서의 설움이야 오죽 하겠는가.

우리 모두 집을 떠나 본 적이 있잖은가. 정든 고향을 떠나기도 하고 이사를 다니기도 한다. 자식이 군에 입대하여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훈련을 받기도 하고, 귀한 딸이 새로운 직장으로 발령받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우리가 타향에서 외로웠을 때를 생각해보자. 다가와준 누군가로 인해 현실적응하기가 얼마나 수월하였으며 쉽게 안정을 찾았던가. 우리가 외로웠을 때를 생각하면서 그들을 진정한 휴머니즘차원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면 좋겠다. 외국인 이주자들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장이고, 아들이고 딸이다. 외국인 이주라 자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대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우리 모두 언제든 집을 떠날 수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